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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예술을 하는 시대, 이것이 창작의 미래다. 나는 두 가지 유형의 기계 창작에 관심이 있다. 하나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다. 하나는 간단한 기술만 필요하다.

예술을 하는 인공지능이 눈길을 끈다. 강화학습이라는 첨단 기술이 들어간다. 강화학습을 위조지폐범과 조폐국 요원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의 한 부분은 진짜 사람이 그린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생성한다. 위조지폐범이 진짜 돈을 따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부분은 조폐국 요원이 위조지폐를 감별하듯, 진짜 사람의 그림과 기계가 만든 그림을 판별한다. 수천번 수만번 이 작업을 반복하면 진짜 사람의 그림과 구별할 수 없는 진짜 같은 그림을 기계가 만들게 된다. 기계가 그림을 그리고 기계가 시나리오를 쓴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도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인공지능의 기초에 대해 공부하던 중 나는 이 기술을 알게 되었다. 만화가의 일손을 혁명적으로 줄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 기술이 무척 탐이 났다. 그런데 집에서 쓰는 컴퓨터로 개인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만화를 창작하는 기계가 나타나겠지만, 나 같은 개인이 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창작자 쪽에는 무서운 소식이다. 슬럼프도 없고 쉬지도 않는 솜씨 좋은 경쟁자가 나타나 창작의 단가를 확 낮추리라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독자나 관객처럼 작품을 수용하는 쪽은 어떨까? 기계가 만들건 사람이 만들건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잘 만든 위조지폐가 진짜 돈과 차이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간단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생성 예술’도 관심을 끈다. 아직은 낯선 말이다(나중에는 다들 ‘제너레이티브 아트’라는 영어를 쓰겠지만, 우리말로 옮기는 시도는 해보자). 예술가의 영감 대신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창작을 하는 현대 예술이다. “숫자 3이 나오면 검은 안경을, 5가 나오면 황금 안대를” 그린다는 식이다. 기술적으로 대단할 것은 없다. 나도 ‘은유 생성 기계’랄지 ‘자동 스토리텔링 기계’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코딩해 본 일이 있다.

그런데 생성 예술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요즘 주목받는 NFT와 찰떡궁합이라 더욱 그렇다. 크립토키티니 크립토펑크니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 같은 유명한 NFT아트가 생성 예술로 만든 시리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같은 방법으로 만든 비슷해 보이는 작품인데도, 어떤 작품은 주목받지 않지만 어떤 작품은 수백억원까지 받고 팔린다는 사실이다. 기계가 창작하는 세상이 되어도 그 수용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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