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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내 직업은 책을 쓰고 종이에 만화를 그리는 일이다. 먹고살기 만만치 않다. 자주 듣는 불평이 있다. “요즘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비슷한 말로 “요즘은 신문의 행간을 읽지 못한다”는 개탄도 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안다. 이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옛날 사람도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라는 책이 있다. 원래 제목은 달랐다. 우리말로 옮기면 <카사노바는 책을 사랑했다>는 이름이다. 책을 쓰고 읽고 사랑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그런데 대부분 글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 것도 옛날 일이고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이 없다.” 정말 그럴까.

몇 해 전에 이 책을 재미있게 읽다가 문득 의아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이야기가 없네?” 요즘 세태를 원망하면서도 요즘 이야기를 하지 않다니? 나는 책을 뒤적였다. 아니나 다를까, 존 맥스웰 해밀턴이 미국에서 이 책을 쓴 때가 2000년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요즘”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태 전 나는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첫머리부터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나온다.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 수가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언제부터?” 답은 무섭다. 유튜브가 퍼진 2010년대도 아니고 인터넷이 보급된 1990년대도 아니다. 1940년대부터다. 종이신문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신문 발행 부수는 꾸준히 줄었다는 점을 지은이 바라트 아난드는 지적한다.

“독자야 줄기도 늘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는 분도 만났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 줄어드는 기울기가 참으로 한결같다는 점이다. 인터넷 때문에 더 떨어진 것도 아니고, 편집과 디자인을 바꿔도 늘지 않는다. 독자가 돌아올 일이 있을까? 어렵지 싶다. 신문도 이러한데, 책 쪽은 전망이 오죽할까.

“그래도 옛날 사람은 좋은 책을 읽지 않았나? 고전이라 불리는 책 말이다.” 마지막 자존심을 건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답을 안다. 되링만토이펠이라는 독일 사람이 쓴 <오컬티즘>이라는 책을 읽었다. 연구해봤더니 옛날부터 서양에서 널리 읽힌 책은 오컬트 팸플릿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더라는 내용이다. 확인사살.

책을 읽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창작자가 좋다 나쁘다 할 일도 아니다. 창작을 업으로 삼으려면 적응해야 한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나란 사람은 여전히 책부터 찾으니 말이다. 신문으로 이 글을 읽으실 독자님도 건투를 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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