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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사망한 후 각 언론사에서 소식을 전하며 그를 어떻게 지칭했는지가 화제다. 한국 언론의 경우 대개 전두환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나눠지는데, 외신에서는 독재자, 군사독재자 등으로 평가를 함께 전하는 모양새다. 전두환은 짧은 유언을 남겼는데, 생전에 쓴 회고록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한다. 총 세 권으로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가운데 1권은 5·18민주화운동 왜곡으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아 현재는 절판 상태다. 이 책의 저자 소개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해 찾아봤다.

“1931년 1월18일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며 사실로 시작하는 소개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1988년 2월 단임을 실천하고 퇴임함으로써 우리 헌정사에 평화적 정부 이양의 전통을 세웠다.” 책에 적힌 소개 글은 책을 펴낸 출판사가 정리하니 저자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 책을 판매하는 그리고 전두환을 저자로 안내하는 서점에서는 그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대형 서점 세 곳(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가운데 두 곳의 소개 글은 거의 같다. 앞서 소개한 출생에서 시작하여 “백담사 유폐, 청문회 출석, 재산 몰수, 재판 및 수감 등 험난한 풍파에 맞서면서도 일체의 변명 없이 30년 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다”로 끝나는 걸 보니 출판사에서 보낸 자료를 바탕으로 했지 싶다. 다른 한 곳은 이게 다인가 싶을 정도로 간결하다. “대한민국 11대, 12대 대통령.”

거의 모든 대통령이 저자로 등록되어 있을 터라 다른 대통령의 경우도 찾아봤다. 박근혜 저자의 경우 세 곳 모두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과 헌법재판소 인용을 언급하며 대통령직 파면 사실을 적어두었고, 두 곳의 경우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당선 이후 저작이 없어 출판사의 소개가 반영될 여지가 적고, 세세한 설명과 표현에서 차이가 나는 걸 보니 세 곳 모두 이후 벌어진 일을 별도로 붙인 듯하다. 이명박 저자의 경우 세 곳 모두 “2007년 12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로 끝나는 걸 보니, 퇴임 후 출간한 국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의 소개나 근래 이루어진 판결은 반영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수만명의 저자 정보를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수정할 수는 없으니 이명박 저자의 경우가 특별하다기보다는 박근혜 저자의 탄핵이 따로 찾아 추가할 정도로 큰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앞서 찾아본 전두환의 저자 소개는 조만간 바뀔 수 있을까? 일단 사망 사실은 반영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 계기에 내용에도 조정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이렇듯 자신의 책에 원하는 문구를 담는다고 해도 서점에서는 나름의 기준과 판단으로 내용을 살펴 기록하는 걸 보면, 시민사회와 역사의 평가는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겠다.

현직 대통령이자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에도 자서전을 펴내 베스트셀러에 올린 작가라 소개를 읽어볼 수 있는데, 세 곳 모두 “2017년 5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가 마지막 문장이다. 이후에 더해질 소개가 당선 과정에 참여한 모든 국민이 납득할, 무엇보다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내용이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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