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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찾다 보면 ‘품절’이나 ‘절판’이라는 표기를 만나게 된다. 재고가 떨어졌지만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 제작이 중단된 경우가 대다수일 테고, 번역서의 경우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 재계약을 하지 못한 상황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시장에서 책의 수명이 다해 더는 유통되지 않는 상황이니 독자에게는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일 테지만, 출판업계에서는 그래도 품절이나 절판의 경우 찍은 책이 모두 판매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 어쩌면 영원히 품절이나 절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는 흰소리가 떠돌곤 한다. 생각해보면 품절이나 절판은 필연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신간이 6만5000종에 이르니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250종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셈이고, 이렇다 보니 적절한 때와 곳을 만나지 못해 정처를 잃고 사라지는 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장 많은 책이 출간되고 가장 많은 책이 사라지는 시대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모습은 여럿이다. 독자로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경우는 ‘빛나는 책’의 절판이다. 꼭 필요한 책이 절판 상태라면 그 자체로 안타까운데,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정가의 대여섯 배에서 때로는 열 배가 넘는 판매가로 중고 서적의 시장 가격을 올리는 실태를 마주하면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든다. 빛나는 책이기에 갖고 있는 이는 팔 이유가 적으니 공급이 늘어나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는데 호가만 경쟁적으로 높아지는 현실이니, 이 책을 ‘독자로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상황에 화가 날 법도 하다. 책을 만드는 이들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기에 중고가가 높게 형성된 도서, 그러니까 기대 수요가 확인된 책을 되살리려는 관심과 시도도 이어진다.

이런 의도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맥락은 연결되는 시도로 교유서가 출판사의 ‘어제의 책’을 꼽을 수 있겠다. 지난 4월 나온 시리즈 첫 책은 역사학자 로저 에커치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로 2008년 돌베개 출판사에서 처음 나왔고 2016년에 교유서가에서 다시 펴낸 책의 복간이니 세 번째 나오는 한국어판이다. 최근 나온 시리즈 두 번째 책은 인문 고전 독자 사이에서 정평이 난 <단테 ‘신곡’ 강의>로, 앞선 판본을 펴낸 안티쿠스 출판사에서 그간 확인된 수정 사항 등을 전하여 더 나은 내용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후문도 전해졌다. 자본과 시간의 문법을 넘어서는 우정과 연대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독자들에게 외면받아 절판된 비운의 도서를 다시 찾아 선보”인다는 출판사의 도전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더불어 서가에 꼭 꽂아두고 싶었으나 때를 놓친 어떤 책들을 이 시리즈에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사라진 책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서점에서도 이루어지는데, 품절과 절판 상태의 도서 가운데 중고로 구매가 가능한 도서만 모아놓기도 하고, 재고가 확보되면 바로 알림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품절과 절판이라는 다소 냉정하게 느껴지는 상황을 우아하고 멋지게 바꿔 표현한 온라인 서점의 홍보 문구도 기억할 만하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이 자체로도 충분히 낭만적인 상황이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되살려내지 못한 책은 읽는 행위와 떨어져 별개의 상품으로만 여겨지기도 하니, 각자의 추억 속 빛나는 책을 시장에서 유통되는 책으로 바꾸는 출판계의 고민과 시도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품절과 절판으로 가는 책이 줄어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말이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연재 | 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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