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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절차에서 국민정서법의 파고를 넘어서야 적격보고서가 채택될 것이고 임명권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지금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인사검증 기준에 따른 위법과 탈법은 없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는 기류다. 당시 있던 법과 제도를 잘 알고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특권층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박탈감과 후보자의 평소 소신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빚어낸 국민정서법이 그렇다. 거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공적인 행동과 사회적 발언으로 형성된 후보자의 이미지에 실망한 지지자의 배신감도 자리하고 있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가에 대한 회의가 숨어 있기도 하다. 후보자의 날카로운 발언에 폐부가 찔려본 사람이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분노와 울분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가 했던 말과 글을 소환하여 대비표까지 만들어 가면서 비난에 가세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평소 후보자를 마뜩잖게 생각했던 이들의 거센 반격이 부정적인 분위기와 기류로 흐르게 했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출근 중 입장 발표를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있다. 이준헌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법률 위에 헌법 있고,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실체가 없어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론과 다를 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국민정서법은 여론보다 덜 객관적이다. 정서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지극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다. 지역정서처럼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휘발성이 있다. 누군가가 어떤 의도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악을 판단해 버리고 이를 그대로 받아 퍼뜨리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정서법이 만들어진다. 언론 스스로 왜곡이나 편파보도로 그 흐름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한번 일어난 감정은 물결치듯 퍼져서 멈춰 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 반작용의 정서도 생기지만 금세 묻혀 버린다. 관련 당사자 측에서 해명을 시도하지만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국민정서의 흐름을 읽은 후보자는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고백하면서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일이라며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법 위에 숨어서 전 방위로 영향을 미치는 국민정서법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헌법 위에 자리한 최상위의 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권층과 가진 자에 대한 불신이나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분노가 쌓여 발산된 국민정서법은 순기능도 한다. 전관예우나 병역면제 등에서 국민정서의 위력이 부정의와 불공정을 바로잡은 적도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법은 생성되는 과정을 보면 자의적이고 감정적이다. 사람의 감정과 정서는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그때그때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듣고 보았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일단 정서가 형성되면 그것이 마치 객관적인 여론인 것처럼 포장되고 국민의 뜻이 된다. 마치 보편성을 띤 법감정인 것처럼 여겨진다. 국민정서의 흐름을 정하는 국민의 눈높이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후보에게는 높은 도덕성과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다가도 어느 후보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때때로 이중적이다. 누구도 향방을 가늠하거나 옳고 그름을 변별할 수도 없다. 실체를 검증할 방도도 없다. 성문법처럼 실체가 있는 법이 아니기에 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바람처럼 왔다가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법과 절차를 뒷전으로 밀어두고 국민정서법에 휘둘려 누군가를 재단하고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 등이 핵심으로 자리 잡은 민주법치국가에서 국민정서법이 개인의 유무죄를 가르고 공직의 임명기회를 좌우한다는 것은 구시대로의 회귀다. 민주국가의 정당이라면 언론을 이용해 유리한 국민정서 만들기에 애쓸 것이 아니다. 국회가 아니라 장외에서 투쟁과 의혹 터트리기로 국민정서법의 기류확산에 몰두해서는 안된다. 이는 국민이 제정한 인사청문회법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반의회민주적 행태다. 청문이란 말할 기회를 주고 들어야 하는 절차다. 임명권자가 지명한 공직후보자가 적격자인지를 판단하려면 그를 불러 세워 들어보라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자료도 제출받고 증인도 불러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라는 것이 법에 정해진 청문방식이다.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지,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 그래서 공직윤리와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 법무행정 수행능력과 전문성이 있는지를 묻고 들어 확인해야 한다. 국민정서법이 통용되는 여론의 법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져야 한다. 그리고 공직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정서법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장관직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임명권자의 결단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하태훈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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