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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날, MBC <스트레이트>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거짓말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만취 운전, 대학원생 갑질, 아들 불법 고액 컨설팅 등에 이어 심각한 논문 게재 부정행위가 무더기로 발각되었다. 논문 하나를 세 번이나 재탕하여 투고했고, 그로 인해 두 학술지로부터 각각 2, 3년의 게재금지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또한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박 장관은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으려고 하고 있다고 MBC는 보도했다.

이런 와중에 박 장관이 준비한 첫 작품이 취학연령 하향 조정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구설을 덮을 만한 ‘큰 것 한 방’을 노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의 교육전문성 없음을 드러낼 뿐이었다. 교육정책에는 단기로 밀어붙여야 할 것도 있지만 장기 비전 속에서 합의와 설득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다. 취학연령을 포함한 학제 부분은 교육이라는 건축물의 주춧돌과 같아서 이것을 흔들면 구조물 전체가 흔들린다. 이런 문제를 대통령 보고에 갑자기 들고 간 장관도 문제이지만, 그런 과제를 ‘시급히 밀어붙이라’고 받아주는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벌써 엄청난 반발 속에 정책 철회를 시사할 정도로 물러섰지만, 적어도 그 정당성을 설득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공론화하는 방법에서 최소한의 준비라도 갖추어야 했었다. 박 장관이 언급한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은 공정한 교육의 출발”이라는 논리는 일종의 궤변이다. 6세 입학에서 보장되지 않던 교육의 공정성이 갑자기 5세 입학을 통해 달성될 수는 없다. 또한, “현재 12년간의 교육 내용이 10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박 장관의 말속에서 그가 얼마나 공부 잘하는 학생, 수도권 거주 학생,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의 시각에서 한국의 교육을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문제는 일석삼조의 노림수였을지 모른다. 예컨대 유아교육·보육 대상 인구를 줄임으로써 이 부분에 투입되는 재정을 축소하고 ‘유보통합’의 선제권을 쥘 수도 있다. 또한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경제활동인구를 실질적으로 30만명 늘리는 효과를 가지게 됨으로써 잠정적 노동인구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현재 압박받고 있는 각종 사회보험들, 예컨대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점들은 모두 “교육부 1번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던 윤 대통령의 생각과 맞아떨어진다.

반면 이 문제는 취학연령 하향화의 당사자인 ‘만 5세 아이들’의 관점, 혹은 그들의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학교교육은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학대와 겁박을 정당화하는 국가 공권력이 되어 버렸다. 기업의 입장에서 대학을 편제하고, 성공을 바라는 학부모를 회유하여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간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보다는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재단한다. 그런 와중에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경쟁에 승리한 아이들조차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언제까지 참고 인내하며 견뎌내라고 말해야 할까?

 

얼마 전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선언한 것처럼,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하며,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지금 시급한 문제는 조기취학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놀이를 회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공부로 닦달하는 부모들이 적어도 어느 선은 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아이들의 행복과 웰빙을 지켜주는 것이어야 하며, 아이들을 학대하고 문제풀이의 노예로 만드는 이 사회를 질책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의 핵심은 결코 어린이들을 더 빨리 산업노동자로 편입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육의 중심을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하고, 평생학습과 삶의 성찰이 핵심 키워드가 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나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구태여 1년 먼저 각박한 세상에 뛰어들게 할 필요는 없다. 조금 느긋하고 천천히 살게 해주자. 슬로 라이프. 1년을 앞당기는 문제로 이런 평지풍파를 일으킬 만큼 교육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이 일을 계기로 현 정부의 교육 관련 국정과제들을 한번 살펴보라. 급조한 듯, 미래를 향한 비전은 없고 디지털, 산업, 인공지능 등으로 덧칠한 진부한 카피들뿐이다. 과연 현 정부의 미래비전과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연재 | 정동칼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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