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잠재적 위해성’과 ‘환경의 관계성’을 인정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과연 우리 정부가 이런 판결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꽃이 만발하지만 우리 숲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농약으로 얼룩진 침묵의 봄이 이어진다. 이맘때면 계곡물이 모자라게 울어대던 개구리와, 짝을 찾느라 분주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잔인한 엔진톱 소리로 바뀐 지 오래다. 가장 깨끗해야 할 숲속에 화학살충제가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명목으로 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살포되는 살충제는 하늘소뿐만 아니라 유익한 대다수 숲속 곤충들을 죽이며, 특히 꿀벌집단의 붕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인 유방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정부는 늘 안전하다고만 한다. 과연 그럴까? 작년 8월 프랑스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산림에까지 뿌리는 이 살충제를 경작지에서조차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프랑스의 선택이 주는 의미는 뭘까? 반세기 전 사용이 금지된 DDT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흙에서 닭으로, 다시 달걀로 옮겨가며 ‘살충제 달걀’로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하다던 DDT가 그랬듯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 또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재선충 발병지역에서 양서류가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림에 광범위하게 뿌려진 살충제는 무차별적으로 곤충을 죽이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개구리들 또한 없애고 있다. 이미 지렁이를 포함한 토양무척추동물에게 강하게 독성이 미치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남용 문제를 폭로한 이후 이미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당시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을 막기 위한 살충제 남용은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지금의 정부대응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이 책의 몇 단락을 옮겨본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1930년경 유럽에서 들여온 목재에 숨어서 건너왔다. 느릅나무 껍질에 사는 딱정벌레는 이 병을 다른 나무로 옮긴다.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개체인 딱정벌레를 없애는 방법이 자주 이용된다. 특히 느릅나무가 번성하는 지역에는 약제의 집중 살포가 일상화되었다. 적은 양이 살포된 1954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죽어가는 울새가 서서히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화학물질이 살포된 지역은 치명적 함정이 되어, 그곳을 찾아온 울새들은 일주일 뒤 모두 죽고 말았다.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들은 그 약품이 ‘새에게는 무해하다’고 강조했지만 울새들은 바로 그 약품 때문에 죽어갔다.”

강력한 농약은 해충인 느릅나무딱정벌레뿐 아니라 가루받이를 돕는 곤충, 포식성 거미 등 모든 곤충을 죽인다. 가을이 되어 땅에 떨어져 축축해진 낙엽은 아주 천천히 분해된다. 지렁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썩은 잎을 먹어치워 분해를 돕는다. 그런데 나뭇잎을 먹은 지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살충제까지 흡수하게 되고, 체내에 그 살충제가 농축된다. 물론 많은 지렁이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지렁이들은 독극물의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했다. 많은 연구를 통해 해충 억제 측면에서 새들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조절능력을 화학약품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살충제가 해충뿐 아니라 그 천적인 새들도 함께 죽이기 때문이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얼마 후엔 벌레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벌레의 수를 조절해줄 새들이 없다.

“해충의 천적들이 농약 때문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해충이 등장해 다른 나무들을 공격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것인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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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