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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인식과 기후행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을 너무 믿거나 의지하지는 말아야 한다. 

첫째는 기후과학자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며, 유엔 기후체제의 중요한 한 축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구성원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기후변화의 추세를 전망하고 해법의 얼개를 제시해온 공로가 크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확률의 숫자들은 기후위기를 우리에게 충분히 전달해주지 못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들 다수는 과학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법론만을 사용하고 증명 가능한 결과만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의 기후위기는 그것보다 빨리 그리고 크게 다가오고 있다. 

둘째는 언론인들이다. 그들은 홍수와 가뭄 같은 기후위기의 현장을 전하며 때로는 기후난민의 비극과 기후 불평등을 고발한다. 그러나 이 위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이 위기에 맞서려면 어떤 체계적 변화가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언론은 드물다. 가십성 기후재난 보도와 착한 기후행동 소개 사이를 널뛰기하면서 클릭수가 나올 만한 기사를 만드는 데에 몰두한다. 

셋째는 정치인들이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고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 다수는 자신의 4년 임기 동안 다음 선거에 표가 될 사업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2050년 배출제로는 너무 먼 일이고, 국방 예산이나 토건개발 프로젝트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돌린다는 따위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넷째는 환경운동가들이다. 보잘것없는 급여에 과로를 감수하며 환경 현장을 누비고 기후 캠페인을 준비하는 노고를 감당하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해오던 방식의 활동 이상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반응할 수 있고 후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조직의 대표단이 수용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 붕괴의 현실은 우리 모두 잘하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는 이런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한다. 기후위기를 은유하는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지만 과학자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고 언론인들은 너무 심각한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며 정치인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환경운동가들은 무력감에 좌절한다. 

물론, 이런 답답한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여러 기후학자, 언론인, 정치인, 환경운동가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2019년 기후행동 이후 적지 않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너무 부족하다. 한국에서 필요한 기후행동의 티핑포인트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바로 우리의 일임을 확인하자. 우리는 나름대로 기후과학자이고 기후철학자이며 기후시민이며, 파트타임으로 기후활동가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전문가와 정치인 그리고 환경운동가들도 변화할 것이다. 

그러니, 9월24일 토요일 오후 서울광장으로 모이자. 기후정의행진이 시작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연재 | 녹색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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