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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들은 역대 부총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난’을 많이 겪었다. 청와대나 여당 인사들과 마찰을 빚은 뒤 사의를 표명하면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으로 결국 낙마했다. 이런 점이 반면교사 역할을 하면서 2년 전 등장한 홍남기 현 부총리의 위상은 초반 탄탄해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당과 엇박자가 나면서 권위가 떨어졌다.

청와대와 내각, 여당 간 치열한 토론과 견제는 양질의 정책 생산을 위해 필수적이다. 각각의 편견이 시정되고 시야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곤란해진다. 특히 경제수장인 부총리의 말이 수시로 뒤집힌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신뢰는 추락하고 정책수용자들이 부총리의 말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도를 넘은 정책난맥상에 보통 시민들조차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개정 등 굵직굵직한 재정·세제 정책에서 그린벨트 해제, 1주택자 재산세 조정 등 부동산대책에 이르기까지 엎치락뒤치락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홍 부총리와 그를 견제한 인사들 중 어느 쪽이 더 개혁적이고 시대 상황을 반영했는지는 일관된 평가가 어렵다. 홍 부총리가 관리형이어서 국정 철학과 맞지 않았던 탓도 있고 거대 여당의 폭주가 혼선을 부른 측면도 크다.

분명한 사실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여당의 하청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점, 경제수장으로서 홍 부총리의 리더십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정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는 바로 예측 가능성이다.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경제주체들은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또 정부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로비가 활개칠 가능성은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를 ‘경제 원톱’이라 부르며 힘을 실어주고 여당과 마찰이 불거질 때마다 신뢰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혼선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당정 관계에서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홍 부총리 개인만의 책임이라기보다 정부·여당의 경제운용에 총체적 문제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하고 예고된 개각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인사는 쇄신을 위한 출발선이다. 홍 부총리는 부총리 재직기간이 역대 2위일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어느덧 1년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동시에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통해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로잡고 사람중심경제를 만들겠다는 J노믹스가 얼마만큼 성과를 거뒀나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고 민생을 살리려면 새 경제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현재 구도로는 새로운 바람과 희망을 불어넣기 어렵다.

내년은 각종 개혁과제들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예정돼 있고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여건이 매우 어렵다. 선거를 앞둔 정당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움직인다. 정치인들에게는 표가 곧 이윤이다. 표심이 일차적 판단 기준이 되면 방향성을 가진 개혁은 요원해진다. 특히 정치인들에게는 부동산정책을 표와 연결하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나 표를 의식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 임기 말에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관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무난한 관리형 부총리로는 창의적 해법으로 난국을 넘고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강단을 갖춘 참신하고 개혁적 인사를 찾아야 한다. 정권의 성공 여부는 결국 경제에 좌우된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와중에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해외에서 호평받고 되레 국내에서 평가절하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홍 부총리의 공이 분명 있고 마음고생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는 예산안 국회 통과를 마지막으로 소임을 다하는 것이 맞다. 3기 경제팀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오관철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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