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전공 2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공이 2위라는 표현은 전공 성적이 2위라는 말인가? 2등이나 했는데 의미가 없다고?’ 등과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검색을 해보고 나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미국의 한 언론이 가장 ‘쓸모없는 전공 10위’를 소개하고 있었다. 인류학 및 고고학, 영화·비디오 및 사진, 미술, 철학 및 종교, 음악, 체육, 역사, 영어영문 등이 불명예를 안았다. 실업률이 높고 연봉이 낮다는 이유였다. 반면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은 전공은 경영학, 컴퓨터 및 정보과학, 공학, 의학, 수학 및 통계학 등이었다. 이학, 인문학, 문예의 토대 위에 실용과학이 의미가 있다는 건 좀 살아보면 깨달을 수 있는 상식이다. 잘못된 기준을 두고 평가하거나 평가를 위한 평가가 얼마나 의미 없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평가란 좁게는 ‘물건 값을 헤아려 매김’을 뜻하고, 좀 더 넓게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이라고 정의된다. 즉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게 평가의 근본 이유이다. 하지만 사려는 입장에서 값을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 그래서 파는 쪽에서 이런저런 비용을 따져서 ‘희망’ 가격을 매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어려운 물건의 경우에는 ‘감정평가’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결과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복수의 감정평가를 평균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일상적인 상거래에서도 이러한데 다른 목적의 평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업의 평가는 시험을 통해 이뤄진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학업의 성취도와 부족한 부분을 살펴 좀 더 효과적인 학습계획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학생의 등급을 나누기 위한 수단처럼 여겨진다. 이런 평가는 시험을 잘 치르게 할 여력이 되는 부모에게나 유용할 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쓸모없을뿐더러 유해하다. 평가의 방식을 떠나서 목적과 쓰임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지출하는 기업들은 고과를 통해 자사의 인력을 평가하고 급여와 승진에 반영한다. 최근에는 상사가 일방적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탈피하여 다면평가를 도입하기도 한다. 상위자, 동료, 하위자, 고객 등 피평가자와 관련된 모든 사람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처럼 새로운 평가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도입하는 이유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이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친구의 회사를 망하게 하려면 경영 컨설팅을 받게 하고 성과지표를 도입하게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성과지표는 ‘미래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핵심지표들을 묶은 평가기준’을 뜻하며 계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간단하게 계량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러니 우습기만 한 지표들이 버젓이 쓰인다. 보고서 작성 개수, 업무회의 진행 건수, 구매자 면담 건수 등이 진정한 성과가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의미 없는 지표가 종종 쓰이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성과지표를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도 적용하라는 압력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명분은 지원정책이 얼마나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했는지 성과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반경영에서도 도입이 어려운데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평가에 적절할 리 없다고 여겨진다.

굳이 정책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면, 일을 행한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 추구했던 목표와 철학이 얼마나 구현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경제정책의 성과를 담당 공무원이나 개별 기업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이나 고용률 등으로 살피듯이 마을공동체 지원의 성과도 개별 참여자가 아니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진정으로 살피는 방법을 구해야 좀 더 의미 있는 평가일 것이다.

<강세진 |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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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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