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하나 날아


자연이 산다


풀씨는 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난다


날다가 물에 뜨면


물 타고 가고


담 넘어 어느 집 뜨락


혹은 다람쥐 고라니 산새


깃들여 사는 산야(山野)


철조망 넘어 북에도 남에도


거침없이 날아가 앉는다


막힘이 없다


풀씨 하나 날아


자연이 산다


더럽히지 말라


이 맑은 물 맑은 공기


맑은 마음


 강민(1933~)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풀씨는 어디에라도 날아간다. 바람에 실려, 물에 떠서 걸림도 막힘도 없이 날아간다. 어느 집 조용한 뜨락에 내려앉고, 산과 들에 내려앉는다. 산과 들에 사뿐히 내려앉아 다람쥐, 고라니, 산새와 함께 사는 자연이 된다. 풀씨는 철조망을 넘어서 날아간다. 풀씨에게 막힌 통로란 없다. 풀씨는 누구와도 무엇과도 만날 수 있고 접촉할 수 있다. 시인은 시 ‘동오리 15’에서 “그대 바람으로 떠나요/ 떠난 김에 훨훨 날아/ 산 넘고 물 건너/ 이 봄의 씨앗 실어다/ 거기에도 뿌려줘요/ 샘물가 돌 틈에도/ 뒤울안 툇마루 주춧돌 사이에도/ 정자나무 그늘에 쉬는/ 그이들의 마음밭에도/ 뿌려줘요, 봄의 씨앗”이라고 썼다. 봄바람을 타고 풀씨가 더 멀리 나아갔으면 한다. 벽을 허물 듯이 벽을 넘어, 높은 산맥을 넘어, 저 먼 산하(山河)까지 날아갔으면 한다. 날아가 앉아 푸른 싹을 틔워 곳곳의 들풀들과 하나의 자연이 되었으면 한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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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