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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직설

플랫폼의 신종 노무관리

경향 신문 2020. 2. 6. 10:58

우아한 형제들이 불공정한 형제들로 변했다. 합병 전이던 지난해 9월 최소배달료 6000원으로 라이더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하더니, 11월6일부터 12월3일까지는 4500원으로, 12월4일부터는 기본배달료 3000원에 500~2000원의 프로모션을 매일매일 변동해서 지급했다가 합병 후인 올 2월1일부터는 3000원으로 배달료를 삭감했다. 불과 5개월 새 벌어진 변화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의 6000원 요금제는 신입 라이더에게만 적용됐고, 기존 라이더에겐 3000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유롭게 로그인, 로그아웃하는 형태의 배민커넥터를 모집했는데, 이들에겐 기본료 5000원에 500~1000원의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꿀콜이라 불리는 단거리 콜을 먼저 볼 수 있게 했다. 렌털비, 배달 개수 등이 기존 라이더, 배민커넥터, 신규 라이더 간 모두 달랐고, 이들 사이에 위화감이 커지고 갈등이 벌어졌다. 라이더 간 갈등으로 회사에서 운영하던 단체대화방이 폭파되는 사건도 있었다. 단결은커녕 원수가 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보인다. 배민은 이를 잘 이용했다. 배민커넥터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배민라이더스의 불만이 고조되니까 커넥터에 대한 20시간 근무 제한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노조가 매일 바뀌는 프로모션에 문제를 제기하니까 프로모션을 없애버렸다. 일부 라이더들은 노조가 설쳐서 근무조건이 불리하게 바뀌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2만명이 출근하는 공장도, 함께 밥을 먹는 식당도 없기 때문에 노조가 이에 대해 해명하는 전단 한 장도 뿌릴 수 없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을 악용해 노조를 탄압했던 대기업들이 한 수 배워야 할 판이다.

플랫폼은 정기적으로 말 많은 라이더들을 자연스럽게 물갈이할 수도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이 있으면 주마다 바꿀 수 있는 스케줄을 줄여버려 해고 없이 노동자들을 내보낸다. 제로아워라 불리는 고무줄 스케줄이다. 플랫폼은 일방적인 공지나 라이더 수와 일감의 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로그아웃시킬 수 있다. 이것은 플랫폼의 신종 노무관리 수단이다. 플랫폼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면 배민의 일방통행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되어 라이더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저항의 수단이 전무하다. 동의하지 않으면 로그인 자체가 안된다. 배민은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 1개월 단위의 계약을 갱신하기로 바꾸었고 7일 전에서 1일 전 계약해지 통보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누가 저항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회사의 문제를 인식하기 힘든 신입 라이더들을 무한대로 뽑을 수 있어 회사의 문제를 공유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7월 모집한 배민커넥터가 6개월 만에 2만명이 됐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은 얼마든지 대체인력을 뽑을 수 있다. 김봉진은 파업의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자본가다.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도 공포다. 라이더들은 커넥터와 라이더스, 신규와 기존 라이더의 휴대폰에 다르게 콜이 뜰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혼자 일하는 라이더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 나에게만 콜이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배민이 자랑하는 고정급 라이더 중에는 서울 동쪽으로 출근했다가 91분이 걸리는 서쪽 끝 배달을 지시받은 적도 있다. 악덕사장의 욕설이 아니라, AI의 알림음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왔다. 배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플랫폼은 입구에서 세련된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 합법적으로, 플랫폼과 가맹계약을 맺은 동네 배달대행업체들은 계약서도 없이 자기 맘대로 렌털비, 수수료, 배차시스템, 수리비 등을 바꿔버린다. 

라이더유니온은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응할 예정이지만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구에서의 법적 해결은 한계적이다. 라이더 전체가 노조에 가입해 파업을 벌이는 것도 어렵다. 앱에 노조 소식을 알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서버 파업 등 플랫폼에 걸맞은 노조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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