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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그렇게도 애지중지하는 피의자 신문조서도 없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 직전 전격적이었다. 압수수색도 전방위로 행해졌다. 대상과 장소가 다소 포괄적이고 특정되지도 않았다. 일부 기관은 압수수색이 아니라 자료제출을 요청해야 할 곳도 있었다. 피의자도 피고발인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당해 마치 피의자인 것처럼 비치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언론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기정사실’로 만듦으로써 피의자를 압박하고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언론은 동조라도 하듯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른 채 검찰이 흘리는 조각정보를 짜 맞추어 퍼뜨리는 데 몰두했다. 베껴 쓰기까지 더해지니 조 장관 일가의 혐의와 관련한 기사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부인하지만 보도 형태로 미루어 상당 부분 검찰 정보에 의존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클릭 수에 목매는 인터넷언론은 물론이고 정론을 표방하는 중앙 일간지에도 고급 외제차가 등장하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상보도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기사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조급증과 호기심을 채워주려 속보경쟁에 급급한 언론이었다.

검찰과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의 정당성을 구한다. 하지만 설익고 확인되지 않은 흠집내기 추측성 기사로 도대체 진실이 무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2010년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이 마련된 불행한 배경을 떠올렸을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취지에 공감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이라는 오해다. 그래서 추진을 미루기로 했지만, 논쟁은 진행형이다. 공인이기 때문에 언론을 포함한 여러 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알권리에 방점을 두는 입장에서는 검찰의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신속성만으로는 알권리가 충족될 리 없다. 피의자의 인권과 사생활 및 명예도 침해된다. 검찰이 던져준 정보를 활자화하고 방송으로 전파하면 국민은 피의자를 영락없는 유죄의 범죄자로 보게 된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흘린 피의사실은 법정에서 다투어 확정되어야 함에도 언론의 힘으로 진실한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는 법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힘들다. 언론에 의해 형성된 여론에 밀려 공정한 수사도 장담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되면 확증편향이 생겨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유죄라는 터널 끝의 출구만 보는 터널시야로 다른 가능성이나 증거는 보이지 않게 되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게 된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론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게 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기도 어렵다.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론의 기대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언론 보도로부터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 보도로 침해되는 것은 피의자 개인의 인권침해에 머무르지 않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공적 이익도 침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충돌되는 여러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 수사기관, 피의자와 변호인 등 각자의 관심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 피의사실 공표를 전적으로 금지하고 언론 보도를 엄격히 규제할 수 없는 이유다. 범죄혐의의 정도에 따른 내사단계, 수사착수단계, 영장청구단계, 기소단계, 공판절차단계마다 다른 이익형량의 기준을 적용하여 수사공보의 한계와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 수사 초기단계부터 언론에 공개하는 수사로는 검찰도 잃는 게 많다. 언론과 여론의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때로는 불공정 시비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피의사실을 공표할 때는 어느 정도 수사가 진척되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확증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비로소 그런 단계에 다다르게 된다. 인신구속을 하려면 범죄혐의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공보에 관한 사항은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의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 사생활 등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부훈령이 아니라 법률로 피의사실 공표의 허용 여부와 허용 기준 및 절차가 법제화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일방적 피의사실 공표여서도 안된다. 그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어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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