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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해도 고등학교의 모습을 전한 언론 기사들 중 상당수는 ‘학교 교육의 위기’를 말했다. 대표적인 학교 위기의 유형이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였다. 학교가 수면실이 된 것은 주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나타났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곳에서도 드물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서 ‘학교 담임이 때리면 ‘동영상’ 난리…그러나 학원 선생님은 ‘OK’?’라는 기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성적 향상이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들은 학원에서의 체벌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성적에 민감한 학생들 역시 학원 체벌에 관대하긴 마찬가지다’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 설명은 학생들의 대학입시는 사교육으로 준비한 수능시험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학교생활은 단지 법적으로 졸업장을 받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내가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입시 관련 팁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띄는 방법’이다. 요즘 대학입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성취를 기록하는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에 하나라도 더 기재되는 것이 중요해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들려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예습과 복습을 잘하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거기에 덧붙여 예습·복습 내용을 청소년들이 잘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준비를 하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인데도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직접 실천해 보고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해온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입시환경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최근 학원 강사가 학생들의 학생부기재를 대필해 주었다고 고백하는 기사가 있었다. ‘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종에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앞서의 사례와 같이 지난 시절의 사교육은 학교의 수업 자체를 붕괴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 학종 대비 교육상품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그럴듯하게 ‘대필’해 주는 정도에 불과해 입학사정관들이 속아주기만을 바라는 수준이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라는 교사들의 업무량 과다도 학급당 인원 감소와 교무행정 지원 인력의 확대 등으로 점차 해결해 나가면 되기 때문에 과거 수능 사교육을 둘러싼 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올해 입시에서도 수능에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을 ‘학종의 기적’이 사교육 청정지역(?)인 변두리, 시골동네의 수많은 학생들에게 일어났다. 사교육계가 학종을 상품화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처럼 학생부 대필이나 각 대학에서 이미 배제해 버린 소논문 지도와 같이 큰 의미 없는 것에 몰두한다면 사교육계의 전반적인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수능을 문제 삼았던 방식으로 학종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사교육계가 학교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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