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장년들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 중 하나가 ‘사랑의 매’에 대한 것이다. 군 출신 교련교사들에게 야전침대 각목으로 일상적으로 구타당한 경험이나, 고교 3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절치부심 삭발 공부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늦게 철들어서 성공한’ 추억을 기억하기도 한다. 또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단기간에 독파해서 대학에 합격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술자리의 흔한 안줏거리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의 매’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의식이 강해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관심이 커져 학교에서 선생님이 몇 마디 말만 실수해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난입하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요즘 수능시험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엄청난 학습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들어 새 정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수십년 전의 교실을 떠올리게 하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지만 주로 특목고 등 상위권 학교에서 낮은 내신을 받은 학생들의 재기전이 되고 있는 수능이나 논술전형의 폐지가 ‘뒤늦게 철들어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뒤늦게 철들은 학생’이라는 희한한 주장이 신기하게도 장년층에게는 상당히 잘 먹힌다.

최근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에 대한 장년층의 폭발적인 반응도 이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장년층이 경험하지 못했던 학생부전형이라는 제도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을 새로운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방송에 등장하는 학생부전형 비판이 ‘선생님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 나온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학생부 기재 내용이 더 충실하다’는 연구결과는 선생님들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상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도 꼼꼼하게 더 잘하기 때문인데도 선생님들이 뭔가 부정행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런 내용들은 장년층들이 과거 학교생활에서 경험한 선생님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들춰내 현실을 판단하게 유도한다.

학생부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선생님들에게 아주 큰 역할을 요구한다. 각각의 학생에 대해 3년간 다수의 선생님들이 수업의 성취와 과정, 태도를 학생부에 기재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같은 다양한 학교생활을 평가해 기록한다. 대학은 이 기록들을 신뢰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한다. 물론 이를 위해 학교와 선생님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는 큰 고민거리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신뢰하는 것은 학생들을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선생님들은 대부분 최상위권의 우수한 인재들이다. 어설프게 교사가 된 분들이 꽤 많았던 1970~1980년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교육을 학교 안으로 가져와야 ‘공정한’ 교육이 가능하다. 부모의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청소년의 미래를 재단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능력 있는 선생님들을 믿어야 한다. 중년의 학부모이면서 지금도 학교의 안과 밖에서 선생님들을 지켜보고 있는 내 결론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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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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