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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가명)는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행동이 먼저 나오고 장난이 심했다. 수아(가명)는 호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수아가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수아 엄마는 담임 교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 하교 시간,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교문이 복잡했다. 운동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아이들 중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호재가 장난감 삽을 빼앗아 수아를 향해 던지듯 팔을 드는 순간, 수아 엄마가 뛰어와 호재를 밀쳐내며 호통을 쳤다. 나중에 온 호재 엄마는 어린애한테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냐며 소리쳤다.

많은 학부모에게 둘러싸인 두 어머니는 감정이 폭발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학교 보안관의 중재로 싸움은 멈췄으나 어머니들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수아 엄마는 호재에게 당한 일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며 호재를 다른 반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담임 교사는 먼저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고 나는 두 어머니와 따로 만났다.

호재 엄마는 아들이 산만하고 행동이 커서 평소에 혼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날도 아들이 잘못했지만 어른에게 하듯이 심한 모욕을 주는 걸 보고 화가 났다. 수아 엄마는 그동안 호재에 대해 이야기만 듣다가 때리려는 모습을 직접 보는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도 호재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왜 호재 엄마는 아무 노력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서 호재와 수아, 담임을 각각 찾아갔다. 호재는 수아 엄마가 무섭지만 수아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수아는 다른 반에 가면 호재가 힘들 것 같다며 호재가 앞으로 달라지면 잘 지낼 수 있다고 했다. 담임은 아이들보다도 어머니 사이의 문제가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는 날이 왔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수용하여 감정을 알아주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경청의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을 약속하며 모임을 시작했다. 호재 엄마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버거웠고 호재가 문제를 일으키면 부족한 자기 탓 같았다. 상담기관을 알아보고 있지만 감당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까 겁이 났고, 운동장에서 호재가 주눅이 들어 움츠러든 모습에 일단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아 엄마는 남편 반대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딸을 돌보는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니 걱정이 컸다. 교육 문제로 남편과 다툴 때마다 외로웠고 수아에게 더 매달리게 되었다. 운동장에서 수아가 맞을 뻔했을 때 이번 기회에 호재를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아 엄마는 호재 엄마의 이야기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봤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호재 엄마는 수아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구나 안심하며 자기 이해의 길이 열렸다.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머니들은 상대의 마음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누구나 단단히 세운 울타리 너머에 연약하고 두려운 내면이 있다. 또한 모든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드러내어 말할 때 우리는 깊은 대화 속에서 존재가 연결되는 신비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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