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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의 토요일 돌봄은 센터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다. 대신 토요일에 운영하는 센터들은 매월 30만4000원의 운영비를 따로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4번 정도 토요일이 있으니 매주 7만6000원의 운영비가 별도로 보장되는 셈이다. 이건 돌봄을 위해 지원되는 금액이고, 점심식사를 위해 아동 각자에게는 따로 급식비가 지원된다.

7만6000원 중 10%에 해당하는 7600원은 아동들을 위한 비용으로 우선 써야 한다. 나머지 지원금은 토요일에 근무하는 종사자의 인건비나 사무운영비로 사용할 수도 있고, 부족한 사업비에 보탤 수도 있다. 하지만 토요일에 돌봄을 받고자 하는 아동들 수에 상관없이 한 주당 7600원부터 7만6000원 사이로 정해져 있는 토요일 돌봄 예산은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동안 마법처럼 토요일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없이 서울을 헤매고 돌아다닌 덕분이다. 겨울에는 시청 앞에서 1000원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여름에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물놀이장이나 산과 계곡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알토란같이 지원비를 모았다가 1년에 한두 번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동산 등을 다녀오고 나면 얼추 한 해가 가곤 하였다.

그렇게 다니는 게 물론 쉽진 않다. 주말활동을 위해 미리 답사를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이끌고 닥치는 대로 상황을 해결해가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다. 또 대부분은 돈이 없으면 즐거운 경험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매달도 아니고 매주 돌아오는 토요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는 고민 중의 큰 고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이런 고민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 아예 나간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보니, 센터 안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는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이들이 저마다 작은 서랍장을 만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구하게 된 1000원도 안 되는 저렴한 물건이었지만, 각자의 개성을 살려 칠을 하고, 냅킨과 스티커 등으로 장식을 하니 그럴듯한 작품이 나왔다. 20명의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칠하고, 말리고, 꾸미고, 또 틈틈이 놀다 보니 토요일 하루가 그런대로 잘 지나갔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우연히 스웨덴의 어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소개하는 기후 관련 다큐멘터리를 텔레비전으로 보게 되었다. 그 유명한 유엔 연설을 위해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일화를 소개해주는 장면이었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절제되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토요일을 값싼 경험과 아름다운 쓰레기들로라도 가득 채우겠다고 고민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러고 보면 ‘돌봄이 아닌 소비’를 마치 돌봄인 것처럼 착각을 하며 지내왔을지도 모르겠다.

소비가 악덕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비만이 아닌 ‘성찰적 돌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팔지 않는 것이 없는 이 세상에서 돌봄을 한쪽 구석으로 그래도 좀 비켜서 있게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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