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고 학생들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고3 교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일반고의 정시 지원율이 자율고·특목고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정시(수능)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반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수능을 목전에 둔 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에게 필요한 수능 준비를 한다. 학생들마다 시험과목과 등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자기 수업 들으라고 강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능 준비생들만 따로 도서실에 모아놓고 공부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수시에 지원한 대다수 학생들의 면접까지 끝나면 수업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아서 교사들은 시간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자리에 앉히느라 애를 먹는다. 학생들은 정해진 출석일수를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도 없는 교실에서 8교시까지 버텨야 한다.

예체능계 학생들은 아침에 왔다가 일찌감치 조퇴를 한다. 소위 무단조퇴(미인정조퇴)이다. 실기준비를 위한 조퇴를 인정해주면, 수능준비를 위한 조퇴도 인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규정상 진학준비를 위한 조퇴는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조퇴를 인정해준다면 일반고 3학년 2학기 교실에는 남아있을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일정은 1~2학년과 똑같이 진행된다. 이 두 번의 시험성적은 당해연도 대입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백지답안을 내거나 답안지에 각종 모양으로 마킹을 해서 내는 학생들도 있다. 2학기에 해야 할 수행평가를 1학기 말, 학생들이 다 있을 때 미리 해놓는 학교도 많다. 학사일정이 완전히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자신들 전형 일정의 편의를 위해 내신성적을 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공교육의 한 학기가 통째로 희생되고 있다.

초·중·고 12년, 마지막 학기의 교실 풍경은 이렇게 주인 없이 버려진 폐가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이 황량한 폐가에서 학생들은 각자 홀로 남은 시간을 버틴다. 교실 한쪽에 모여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 틈바구니에서 밤새 아르바이트하느라 못 잔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자다가 깨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교실 풍경이 우리가 원했던 모습인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왜 이러한 교실 풍경이 만들어지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교육당국에 간곡히 요청한다. 고3 2학기 교실이 정상화되도록 현행 입시 제도를 개선해 달라. 최소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라도 수시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학생들의 공교육 12년, 마지막 학기를 아름다운 마무리와 축하,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위한 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3 2학기 교육과정의 개선점을 마련해 달라. 모든 복잡한 사안들이 그렇듯이 교육정책 또한 정치, 경제의 여러 요인과 얽혀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개선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육부와 대학, 교육청, 학교의 책임 있는 담당자들이 모여 현 시점에서 조율 가능한 최대치를 만들어내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인식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대학의 편의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 소중한 경험과 시간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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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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