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일이 있다. 학생의 고통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 과정상의 필연적 현상이다. 잘못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굳이 잘못이라 한다면 이것은 나만이 하는 잘못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는 잘못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적잖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장된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계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보다 오히려 낮아요. 핀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이 우리보다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였던 것은 노인 자살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자살률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세계에서 제일 불행할 뿐만 아니라 자살률도 세계 1등일 거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자살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주 높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가끔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너무 염려 마시라.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제법 밝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이것은 또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과장한 말일 수 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야 한다. 어려운 일인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낙관적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은 아주 쉬운 일 아닐까?”

주로 중·고등학교 학생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학생들의 행복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다. 불행한 정도가 급격히 완화된 시기라는 말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진보 교육감이 등장했을 때다. 정확히 말하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을 때이다. 학생인권조례 조항 중에서 학생의 삶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두발규제를 금지시킨 것을 꼽는다. 머리카락 길이에 대한 과도한 단속과 규제, 이거 학생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던 일이었다. 학생과 교사를 지속적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것을 중지하거나 완화한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상당히 행복해졌다. 적어도 상당히 덜 불행해졌다.

두발규제의 중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산? 한 푼도 필요 없다. 교사들의 시간과 에너지 투여?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냥 손만 놓으면 되는 일이다. 우리의 낡은 생각을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간단한 일이 오랜 세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학생들이 머리를 좀 기르면, 막상 닥쳐보니 실제론 그다지 길게 기르지도 않았지만, 큰일 나는 줄 알던 사람이 많았다. 교사로서의 존재감을 두발단속 같은 일에서 찾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실행 해보니 어떠했나?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 교육이 변하는 것, 이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 아닐까? 학생에게도 좋고, 교사에게도 좋고, 나라 전체에 좋은 일인데 왜 안 되기만 하겠나? 사실은 쉬운 일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주 가끔만 하는 생각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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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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