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이다. 중간고사를 치른 지 두 달 만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학생들 시험 부담이 말도 못하게 크다. 

학생만큼은 아니겠지만 학교(교사)의 고사 부담도 엄청나졌다. 더 완벽하고 치밀하게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규 고사만큼은 아니지만 수행평가 또한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다. 

내신(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이 입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입시정책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내신 또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 입증하는 듯하다. 우선 입시경쟁이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전국적 경쟁은 완화됐겠지만 학교 친구들 간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능 사교육은 감소됐겠지만 대신 내신 사교육이 증가했다. 객관식 시험의 폐해 또한 전체적으론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 

선행학습 문제는 어떨까? 선행학습의 양상에만 변화가 있을 뿐 선행 부담은 여전한 듯하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내신도 중요성이 커지면 수능 못지않게 선행학습을 유발할 수 있다. 사실 내신 선행과 수능 선행이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수능 사교육과 내신 사교육이 중첩되는 것처럼 이 둘 또한 상당 부분 중첩된다. 물론 차이점도 크다. 수능은 시험 범위가 방대하고, 내신은 수업 진도가 시험 직전에 끝나는 것이 선행 유발의 주요 요인인 듯하다. 

수능이 요구하는 학습량은 방대하다. 내신의 개별 고사 하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많은 공부를 수업 진도만 따라가며 해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학부모·학생의 생각은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내신은 수업 진도가 시험 직전에 끝난다. 8~10개의 시험 과목 진도가 대체로 시험 며칠 전에 끝난다. 수업 진도만 따라가도 내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다른 모든 것은 동일하고 선행학습 여부에서만 차이가 나는 두 학생이 있다고 하자. 한 학생은 선행학습을 많이 하고, 다른 학생은 선행을 하지 않고 수업 진도만 충실히 따라가며 공부한다. 중간·기말 고사 2~3일 전, 두 학생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을까? 한 학생은 시험범위 전체에 대한 학습을 마치고 실전 대비 문제풀이 공부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다른 학생은 시험이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배운 내용을 익히는 데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한 학생은 실전 대비 공부를 하고 있는 데 반해 다른 학생은 이제 막 배운 내용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 다른 여러 과목에서 동시에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학부모의 하소연이 실상을 말해준다. “내신 경쟁은 시험 전에 선행을 몇 바퀴 돌렸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시험 전에 선행을 많이 돌린 순서대로 등수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현재의 고교 내신 또한 냉혹한 줄 세우기를 근간으로 하는 입시요소다. 수능, 대학별 고사 등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입시의 세계는 나쁜 놈들의 세계다. 내신 또한 착한 놈(입시)이 결코 아니다. 학생들을 더 가까이서 더 빈번하게 괴롭힌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제일 나쁜 놈일 수 있다. 이제는 내신과 내신제도의 폐해와 문제점을 살펴봐야 할 때다. 

(그동안 저의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기정 | 서울 구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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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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