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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교사들은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이를 알게 되면 결혼과 출산 경험을 추정하고 교사의 수준(?)을 파악한다. 어떤 신규교사는 학부모에게 애를 안 낳아봐서 학생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25년 차 선배 교사도 초임 시절 애를 낳고 키워봐야 참교사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젊은 교사들이 종종 겪는 일이라고 위로했다. 출산과 양육은 교직의 역량에 필수적인 조건일까?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의미 부여는 교사마다 달랐다. 자녀가 있는 교사에게 물었더니 자식이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고 그런 까닭에 교실에서 학생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봐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힘든 학생을 만나면 자신은 1년만 책임지면 되지만 저 아이 부모는 오죽하겠나 싶어 이해하는 마음도 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교사는 출산과 양육을 거치며 자신이 한 인격체가 아니라 젖소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학교 일에 집중하는 것은 고사하고 책 한 줄 읽지 못했다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출산과 양육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왜 사람들은 스님에게 부부 갈등, 자식 문제를 물을까? 신부님과 수녀님은 아이를 낳고 키운 경험이 부재하지만 가족 관계의 불화를 깊이 이해하고 방향을 찾도록 돕는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감정을 헤아려 공감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례는 많다.

내 주변에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열정을 다하는 수업으로 뿌듯해하며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비혼 교사가 있다. 퇴근 시간을 넘겨가며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는 기혼 교사도 있다. 학생을 사랑하고 잘 가르치고자 노력하는 교사가 출산·양육 경험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부모 노릇은 잘하지만 교사의 자질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으면 덜 성숙한 여성, 미숙한 교사로 치부하는 데는 자기 삶을 희생하는 모성애 신화, 아이는 엄마 손에 커야 한다는 강요된 성 역할의 영향이 크다.

출산과 양육의 경험이 좋은 교사의 조건이라면 교직에 들어선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열등한 교사가 되기 쉽다. 성숙한 교사가 되는 과정은 현실 사회의 문제와 교과 지식, 학생 등 낯선 대상과의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하며 교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놓치는 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핀잔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파트너가 아닐까.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교과를 공부하고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현상을 보는 안목과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운다. 출산과 양육을 비롯해 동일한 경험 집단, 동질의 교사만 접한다면 그만큼 다양한 가치관을 마주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갈등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입장을 선택하고 저마다의 길을 찾아간다. 삶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학교는 아이들을 넓은 세상으로 안내할 수 없다. 교사의 구성에 있어 나이, 출산, 양육, 장애 유무 등 여러 차이가 어우러지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한결 풍요로운 성장의 터전이 될 것이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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