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사학위와 관련해 화제가 된 두 인물이 있다. 천재소년으로 불렸던 송유근씨(21)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 불합격 소식과 유호정씨(22)의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 소식이다. 송유근씨는 여섯 살에 대학 미적분을 깨쳤고 여덟 살에 인하대에 합격했던 영재로 워낙 유명해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지만, 유호정씨는 공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대학교까지 독학으로 끝낸 흔치 않은 과정을 거쳐 최연소 박사가 됐다. 최연소 박사의 기록은 이전까지 학위 취득 당시 만 23세였던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었는데, 이 기록은 송유근씨가 깰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송유근씨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유호정씨가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된 것이다. 과거에도 화제가 된 영재가 있었다. 아이큐 210으로 유명했던 김웅용씨는 일곱 살에 일본에서의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천재로 불렸다. 하지만 그의 이후 행적에 대해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영재들에 대한 관리와 육성(?)의 문제로 논쟁이 커지기도 했다.

이러한 영재들에 대한 관심은 최근 영재고등학교의 인기로 커지고 있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이라면 한번쯤 영재고 진학을 고려하곤 한다. 물론 이런 정도라면 영재고 진학은 단순한 진로의 문제다. 그런데 아직 학업 역량이 드러나기 전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부모들에 의해 진로가 ‘영재’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영재가 되기 위해서는 영재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격을 얻는 길이고, 이 길을 통해 명문대에 합격하는 것이 영재임을 확인받아 사회적인 기득권을 확보하는 통로가 된다는 발상이다. 진로상담을 하는 적지 않은 학부모들의 첫 번째 질문도 ‘우리 아이가 영재고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영재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포털사이트의 각종 후기를 보면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 커리큘럼 일부까지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영재학교에 합격했다고 하니 욕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그런 준비를 도와주는 사교육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영재고에서는 공교육 과정만 충실하게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학부모나 학생들이 얼마나 믿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영재학교의 학년 정원은 860명이고, 과학고는 1638명이다. 영재가 매년 2498명씩 공인돼 배출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국어고나 국제고, 자사고와는 다르게 영재고와 과학고에 대한 국민 감정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선행학습이 합격 여부를 좌우하는 영재고 입시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가 지적했듯이 선행학습으로 번아웃된 인재를 대학에 보내는 것은 4차 산업 시대에 맞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매년 수천명의 ‘만들어진 영재’를 배출하는 영재고와 과학고 체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화끈한 선행학습이 아닌 소소한 나 홀로 학습으로 최연소 박사가 된 유호정씨의 사례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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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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