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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받들어 강가에 무덤을 만든 후, 비가 올 때마다 깊은 시름에 잠긴다. 이번 여름 창밖에서 들려온 폭풍우와 청개구리 소리는 코로나블루와 중첩되어 그 어느 때보다 슬프게 들렸다.

벌써 진부한 말이 된 ‘기후재앙’은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몇 년간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던 폭염재앙이 물폭탄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사상 최장 장마와 강력한 태풍이 몰아쳤고 큰 피해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내린 비의 양은 과거 집중호우 관련 기록과는 거리가 있다. 1970년 이후 단 하루 동안 내린 가장 큰비는 2002년 강릉에서 기록된 870㎜다. 500㎜ 이상 내린 큰비는 5번 기록되었는데 모두 그 이전 기록이다. 400㎜가 넘는 비는 총 18번이었고 2011년이 가장 최근이다. 그럼에도 공포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서울시 미세먼지가 20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음에도 마치 새롭게 탄생한 재앙인 양 몰아가는 것처럼 이성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장마에 발생한 섬진강과 낙동강 피해는 기록이 보여주듯, 감당할 수 없는 폭우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모래로 쌓은 제방과 댐의 비상식적 수위 조절, 제방 조성 이유를 망각한, 주위보다 낮은 지점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아 섬진강에 홍수피해가 발생했다는 논란만을 부추기는 비과학적 말을 공당의 대표가 재난지역에서 스스럼없이 하고, 이것을 그대로 옮기는 소위 엘리트라 자부하는 기자집단을 보며 앞으로 기후재난과 관련한 가짜정보에 얼마나 많은 사회비용이 들지 암울하기만 할 뿐이다.

하천을 그 어떠한 폭우에서도 완벽히 관리할 수 있다는 토건사업 맹신이 오만임을 확인한 올해, 환경부는 부랴부랴 ‘근본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홍수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되어 있다. 근본대책 마련은 근본원인의 진단이 우선인데, 예측 정확성의 문제는 중요한 과제이긴 하나 근본원인과는 먼 대책으로 보인다.

홍수피해는 아래 세 가지 상황이 동시 발생할 때 나타난다. 첫째는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고, 둘째는 내린 비가 동시에 한곳으로 모여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 피해를 일으킬 시설이 있을 때다. 세 가지 근본원인 중 첫째는 해결할 수 없는 하늘의 일이니 접어두자. 둘째와 셋째는 정책만 바꾸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비는 하천에만 오지 않는다. 모든 토지에 고르게 내리기에 0.7%의 하천과 습지에 99%의 다른 지역 빗물까지 동시에 모이면 감당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안타깝게 지금까지는 모든 빗물이 되도록 빠르게 하천으로 흐르도록 만들어 왔다. 심지어 완충 역할을 해야 할 산림까지 말이다. 근본대책은 그간 좁히기에 열중했던 범람원을 확대하고 빗물이 하천으로 한꺼번에 모이지 않도록 99%를 활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안타깝게 우리나라는 홍수대책으로 오로지 하천을 좁히고 제방을 높이는, 비정상적 물그릇 만들기에만 전념해 왔다. 물가 토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제방을 없애 하천을 넓히고,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과 시가지, 경작지를 이용할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홍수가, 산사태가, 해일이 발생할 지역의 개발 자체를 막는 게 청개구리가 되지 않는 길이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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