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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논공행상(論功行賞). 요즘 말로, ‘화이트리스트’다. 원래 화이트리스트(국가)는 무역 용어로, 우대하는 상대방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블랙리스트의 반대말로 권력자가 선호하는 인물로 통용되고 있다. 흑백, 인종주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공동체에 기여한 바의 있고 없음, 크고 작음에 따른 보상은 당연하다. 나는 이 원리가 ‘코드 인사’ ‘제 사람 챙기기’ 등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려면 가치관이 맞아야 하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 이 같은 인간사의 기본 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이 믿는 바, 즉 각자의 당파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없다. 도와준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적’과의 협치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국 사회 전반에 그런 역량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논공행상은 사회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다. 해방 후 반민특위의 좌절은 독립의 의미가 친일파에게 돌아간 가장 부정의한 사건이 아닌가. 내 주변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어떤 리더는 커뮤니티를 위해 노동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부(?)를 해서 무임 승차자를 모은다. 내부의 동료를 존중하기보다 외부의 힘 있는 세력에게 자신을 어필하려는 노예근성, 식민주의다. 주로 각성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 집단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문제는 코드 인사가 아니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차선을 다해, 공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공동체의 능력이다. 논공행상,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하려면 행상이 아니라 논공이 전제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리더와 공동체의 인식 차이로 인해, 엉뚱한 이에게 공이 갈 때 사회는 갈등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논공 이전에, 공(ball)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튄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씨일 것이다. 그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날부터 우리 사회는 서울시 서초동과 광화문을 오가며 끝 모를 소모전을 계속해왔다. ‘검사 정체성’이 인생의 전부인, 한 명의 검사가 일으킨 어처구니없는 파장을 생각해보라. 물론 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집권 세력의 판단력 부재다.

논공행상은 조직 핵심원리지만
엉뚱하게 ‘공’이 가면 혼란·갈등
문 정부 ‘윤석열 기용’이 대표적
집권 세력의 판단력 부재 증거

인물 등용한 ‘화이트리스트’ 속
황희·진선미 등 정치인 장관들
자질론·블랙리스트 논란 양산에
뒤이은 임명 강행도 국민 무시

인물의 공과를 논의하는 수준은 한 사회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량이다. 여기서 정의와 부정의, 본래 의미의 좌·우가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청문회 문화를 보자. 병역, 부동산, 표절 등 안 걸리는 경우가 없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처럼 흠잡을 데 없는 이는 “왜 출산을 안 했냐”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듣는다.

논공행상과 관련, 인사청문회가 왜 있는지 개탄하는 이들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청문회(聽聞會, hearing)는 글자 그대로, 후보자의 정책 비전을 듣는 자리이며 더 적극적으로는 공평한 해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청문회는 피곤한 뉴스일 뿐이다.

청문회 정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정확히는, 가치관) 그리고 리더십이 누가 봐도 함량 미달인데, 야당에서 크게 문제시할 때가 있고 그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전자는 법무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힘 있는 부처’이고, 후자는 여성가족부가 대표적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여가부는 누가 되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참고로, 일부 남성의 오해와 달리 2020년 기준 여가부 예산 중 ‘여성’ 관련 비용은 7%, 나머지는 청소년·다문화·한부모 가족 지원 예산이다).

야당의 검증 기준도 인물 자체라면 좋겠지만, 대개는 정치 공세에 그친다. 그럼에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임명은 문재인 정부가 초라해 보일 지경이다. 두 번의 국회 회기 중 스페인 가족 여행, 관용 여권, 60만원 생활비 루머, 논문 표절…. 거의 모두 불합격이고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부재이다. 홍보전문가라고 알려졌는데, 홍보전문가가 꼭 조직의 수장이 될 필요가 있을까. 지난 5일, 여론조사에서 문체부는 18개 행정부 부처 평가에서 여섯 계단 떨어진 13위를 기록,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분노한 여론이 곧바로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으로서 나는 이번 정권의 불미스러운 기록 두 가지가 뼈아프다. 황희 장관이 야당의 동의 없는 스물아홉 번째 인사라는 점, 하나는 ‘정치인 장관’ 전성시대라는 점이다. 현재 18개 부처 중 국회의원 겸직 장관은 6명. 3명 중 1명이다(전직 의원인 유은혜, 정의용 장관까지 포함하면 18명 중 8명). 2017년에는 “국무회의가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를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직 임기가 남았음에도 현 정부에서 입각한 현역 의원은 17명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회의원 출신 장관은 각각 10명, 11명, 10명에 불과했다.

황희 장관과 함께 이번 정권의 화이트리스트 중 대표적 인사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진선미 전 여가부 장관 아닐까. 두 사람 모두 ‘여성 안배’에, 전자는 시민단체, 후자는 의원 출신이다. 아직 항소심이 남았으니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의 블랙리스트 작성, 표적 감사, 사임 요구 등의 혐의로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었다. 박근혜 정부와 달리, 당대의 블랙리스트들은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라 자신을 ‘친문’이라고 믿는 이들이 만드는 듯하다. 집권자가 자기편이라는 확신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실화’다.

반면, 진선미 전 장관이 행사한 블랙리스트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 역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모 산하 단체장이 최소한 기본 절차도 없이 해임되었다(‘여성신문’ 인터넷판, 2019년 2월20일자). 더구나 그의 블랙리스트는 본인의 업무 파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표절 무마와 예산 등 지인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힌, 부추김에 의한 것이었다. 재임 시절 제기되었던 산하기관 횡령 비리 방관, 남성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 방관, 군 위안부 등 여성계 현안과 관련해 수없는 제보가 있었으나 묵살되었다. 정식 조사 혹은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의 블랙리스트는 수사가 이루어졌지만, 여가부의 블랙리스트는 의문만 무성했지 드러나지 않았다. 왜일까. 김은경, 진선미. 두 사람의 차이는 ‘청와대와의 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여가부의 업무 자체에 대한 무시인가.

화이트리스트?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진선미 전 장관의 ‘업무 의지’와 능력이다. 진선미 의원의 ‘장관 자리’가 여가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용 ‘경력 관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더 이상 예전의 ‘민변 변호사’가 아니다. 이런 진보, 그뿐일까. 나중에 선출직 선거에 나가더라도, 맡은 일을 성실히 할 수는 없었을까. 재임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최단기 장관으로서, 본인의 업무에 대한 국정감사도 받지 않았다. 결국 국정감사는, 전후 장관인 정현백·이정옥 장관이 노고를 대신했다.

진선미 전 장관이 ‘심각한 애주가’여서 이 문제가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목격자는 많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자존심이 상해 나는 정말 믿고 싶지 않다. 2015년 10월1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만취 상태에서 도정 질문에 답변하다 의식을 잃었다. 취중 상태에서 업무를 보거나 출근하는 장관, 의원, 지자체장 등은 의외로 많다.

거듭 강조하건대, 문제는 코드 인사가 아니라 그들의 수준이다. 말할 것도 없이 장관의 도덕성과 인격은 해당 부처 공무원의 사기와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여가부는 언제나 업무 평가 18위, 최하위다. 성별 갈등으로 인해 여가부는 태생적으로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지지받기 어렵다. 여성주의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 되는가를 보면 집권자의 여성관(인간관)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고를 짐작하게 된다. 주요 부처가 있고 ‘2차 부처’가 있는가?

문체부 공무원이나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황희 장관이 반가울까. 최영미 시인의 한탄대로,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일까. 아무리 인물이 없다고 해도 임명 강행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지속되는 현실에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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