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렸다. 3인 가족이면 1억원 넘게 벌었다는 얘기다. 선진국 진입의 징표라는 이 기준을, 인구 2000만명을 넘는 국가 중에서는 아홉 번째로 달성했다.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이 호재가 남의 나라 일인 양 조용하기만 하고, 오히려 국민은 정부의 경제무능을 하염없이 탓하여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이 기회를 틈탄 수구세력은 국가위기라 선동하며 극복을 위해 기업의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김용균씨, 고 황유미씨는 그들의 기억에 없다. 최저임금을 낮춰야만 하고 사람의 생명을 돈 몇 푼으로 바라보는 저열한 기업의 노동환경개선 속도를 늦춰야 한단다.

미세먼지와 폭염의 고통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감내해야만 한단다. 기업이 지금보다 돈을 더 잘 벌어야 국민이 잘산단다. 그래서 규제를 타파해야 한단다. 급기야 정부는 타당성도 없는 토건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단다. 기업만 배불린 ‘4대강사업’은 ‘고향의 강’ ‘생태하천’사업으로 둔갑하여 더 빠른 속도로 하천을 유린하고 모든 산에 케이블카를, 모든 지자체에 공항을 건설할 기세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진다. 개인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이고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설명하려 하지만 정작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경제는 더욱 그렇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한국은 자원이 없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한다. 그럼 수출이 잘되면 국민이 잘살아야 하는 것이 기본 이치이다. 작년 한국의 수출은 역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돌파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80개월 넘게 연속되고 있다. 2008년까지 많아야 200억달러 수준이었던 연간 흑자규모는 2009년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여 2013년부터는 매년 7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에도 저축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채무를 늘려 2013년 500조원이 채 안되던 빚이 작년에는 70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무역 흑자는 5000억달러를 넘었고 빚은 200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정부가 돈을 뿌렸는데도 정작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피폐해지고 빚만 늘어갔다. 대기업의 재산은 주체할 수 없이 늘었는데 일자리는 줄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파이가 커지는데 국민에 돌아오는 양은 더 작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은 기업을, 자본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자본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게 하면 기업이 힘들고, 돈이 정체되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위기가 온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좀 솔직해지면 안될까? 규제 완화 정책은 극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이다. 오죽하면 무노동의 건물주가 최고 선망의 직업이 되었겠는가?

낙수효과는 없다. 이제 경제성장이 우리를 잘살게 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기업의, 자본의 효율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각종 규제 완화로 서민은 더욱 어려워졌음을 인식해야만 할 때이다. 지금 주장하는 효율성 강화는 쉬운 해고와 낮은 임금체계로 노동을 착취하거나 환경파괴행위를 용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강화된 효용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과 국토는 유린된다. 미국의 리먼사태 이후 경제부양에 쏟아부은 돈의 90%는 정작 위기를 초래한 1%의 부자에게 돌아갔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퍼붓는 토건비용은 부자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언어모순에서 벗어나, 촛불정부의 초심으로 돌아간 ‘나눔주도성장’이 절실해 보인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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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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