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도 선거권을 갖게 됐다.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오는 4월16일 총선에 투표할 수 있는 학생 유권자는 14만명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2만3000명가량이 투표권을 갖게 된다. 많게는 2000표에 달하는 고등학생 유권자가 있는 자치구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총선에서 관악구을의 1·2위 간 표 차이는 861표였다. 학생 유권자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얘기다.

선거 주목도에서는 대선이나 총선에 미치지 못해도 학생 유권자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선거는 바로 지방선거다. 초박빙 승부가 많은 지방선거에선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례가 흔하다. 고3 학생 유권자가 꼭 교육 문제만 보고 투표하지는 않겠지만, 본인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학교 문제와 더 가까운 선거도 지방선거다. 초·중·고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은 물론 이를 감시하고 지원할 지자체 의원까지 한꺼번에 뽑기 때문이다.

초·중·고 교육이 교육감들에게 상당부분 이관된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각 지역 교육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다못해 학교에 교실이 부족해 건물을 증축하거나 신축할 때도 지방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반해 학생들이 지방의회에 대해 알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18세 선거권이 허용된 것을 계기로 학생 유권자들이 지방의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희망한다. 그렇게 해야 교육을 사익과 바꿔 먹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적어지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를 위해 투표하려는 학생은 어떤 의원이 유치원 편을 들며 공익을 가로막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학교 후배와 동생을 위해 투표하려는 학생은 어떤 의원이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자고 압력을 넣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을 위해 투표하려는 학생은 어떤 의원이 자꾸 학교에서 사교육을 시키자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금은 각 교육청에서 조례를 통해 일부 실시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을 정식 교과목으로 편성해 초·중·고 교육과정에 넣자는 제안이다. 국회에도 여러 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 도입 취지나 방향만 본다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다만 민주시민교육을 법제화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했으면 한다. 현재 발의된 여러 법안을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진영 논리’가 교과목에 개입될 여지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처럼 말이다.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됐으니 교육이 시급하다는 식의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 역으로 묻는다면 지금 선거권을 가진 ‘어른’들 중 선거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선거권을 획득한 이상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한 표다. 선거에서 국민의 권리를 함께 행사할 수 있는 ‘동지’가 늘었다는 점에서 새로 선거권을 갖게 된 학생들을 ‘격하게’ 환영한다.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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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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