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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정동칼럼

6대 쟁점을 논하라

경향 신문 2021. 9. 24. 09:16

대선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논쟁하는 계기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의 경선이 진행 중인 지금까지도 이번 대선은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로 점철되고 있을 뿐이다. 대선이 단지 권력 쟁탈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되기 위해, 6가지 주요 쟁점을 지금부터라도 심각히 토론하고 후보자들은 관련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먼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불평등, 저성장,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부동산 대책은 대선 후보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공약도 내는 분야이다. 그러나 공급대책 위주이고 감세 이야기뿐이다. 이런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인기영합식 반작용에 불과하다. 공급대책이나 감세가 작금의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후보를 보지 못했다. 또한 과잉 공급은 부동산 가격급락이나 장기침체라는 또 다른 정책 실패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불평등과 저성장 문제도 수박 겉핥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 사회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비롯되는 시장소득 격차를 해결하지 않아도 복지확대나 기본소득 같은 재분배정책만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인지, 모르는 것인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저성장에 대한 해법도 진부하다. 역대 정부에서 실패한 혁신정책, 감세정책, 규제완화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 이상을 들을 수 없다. 왜 지난 20년간 이런 정책들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반성도 없다. 개도기 시절에 성공의 공식이었던 정부주도·재벌중심의 정책과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진정 혁신경제로 이행할 수 있음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인지 기득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감히 이야기를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기후변화, 디지털전환, 플랫폼산업 확산이라는 세 가지 이슈를 더하고 있다. 지난 8월5일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탄소중립에 대한 우리의 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 727.6백만tCO2eq를 향후 30년간 감축해 연간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현재의 산업구조와 가격체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함의이다.

에너지 소비가 매우 큰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문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수요의 62%와 온실가스 배출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발전부문(전환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거의 같은 수준인데, 산업용 전기사용량이 2018년 기준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전환과 전기료의 지속적 상승 없이는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는 불가능하다. 전기료의 인상은 전력 수요를 줄이고 고에너지 산업구조의 전환을 유인하며, 재생에너지 생산의 경제성을 제고하게 된다. 지난 30년간 아무런 준비 없이 차일피일해 오던 우리가 향후 30년 동안 감당해야 할 탄소중립의 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할 때 ‘기후 후진국’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현재 산업에 단절적 충격이 오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훨씬 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자동차산업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친환경차 시장이 2030년 신차 판매량의 30%일 경우에 엔진과 변속기 등 부품산업 관련기업 4185곳(관련 종사자 수 10만8000명)에 대한 사업재편이 불가피하고, 정비업소만 해도 3만6000여곳의 종사자 수 9만6000여명에 대한 고용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관련 산업의 급격한 구조조정과 실업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플랫폼 노동의 확대로 인한 자영업 축소와 고용의 질까지 고려하면,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문제를 드러내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 없이 나라를 반쪽으로 나누고 사생결단하는 선거로 집권하는 차기 정부는 기득권의 이해에 반하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과감한 정책과 구조개혁을 집행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누가 당선되든지 한국의 미래는 없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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