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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분노’가 한 달째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하루하루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온갖 새로운 비리 유형과 비판, 대책이 어지럽게 쏟아진다. 이 속에서 필자의 눈은 줄곧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좇고 있다. 단언컨대 부동산 투기 근절의 가장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돌파구는 국회의원 300명과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다. 그러니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서 전수조사는요?”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LH 사태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붕괴다. 말끝마다 신뢰와 공정을 내세웠기에 정부와 공공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컸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 공복이라는 이들이 그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가능한 최대한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겨왔다는, 믿고 싶지 않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돈 되는 땅을 쪼개어 사들이고, 묘목을 심고, 짧은 기간 거액을 남기는 신묘한 솜씨에 국민들 가슴엔 천불이 났다. 정직하게 규정대로만 살아온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한 대다수 국민들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정도다. 더욱 화나는 건 제 잇속을 차리는 이들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 집 앞에 도로를 긋고, 개발계획을 승인한다. 공직자윤리법, 농지법의 성긴 구멍들을 잘 알지만, 애초에 구멍을 막을 생각은커녕 이를 악용해 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절망했다. LH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던 이해충돌방지법은 8년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신뢰는 기둥째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 이 상태에선 어떤 메가톤급 대책이 쏟아져도 먹힐 리 없다.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와 처벌, 이익환수 등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국회의원 전수조사 카드가 나온 건 이번이 다섯번째다. 2018년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을 필두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식투자,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이해충돌 논란 등을 두고 전수조사 주장이 나왔다. 결과는 어땠나. 실제 조사가 이뤄진 것은 해외 출장뿐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실시해 피감기간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38명의 명단과 조사 내용을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달했지만, 문 의장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회부된 사람은 없었다. 민심이 들끓을 때마다 국회는 전수조사를 내세웠지만 300명 국민 대표들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국민들의 분노를 생각한다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근절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독립생계 존·비속 등 비공개 예외조항을 없애 반칙과 위법 논란에서 빠져나갈 부분을 최소화하고, 우선 국회의원부터라도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에서 각각 1만명이 넘는 이들을 적발하고 1000명 이상을 구속기소했던 것을 생각하면 300명 조사는 일도 아닐 터이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포함하더라도 신속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 지난 30일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협의에 진척이 없다는 이유로, 자기 당이라도 먼저 조사받겠다며 국민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거대 양당에 앞서 강력한 전수조사 의지를 표명했던 정의당 등 국회 비교섭단체 5당은 국회의 책임하에 전체 300명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투기근절 과정에서 전수조사가 우선순위여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엄정한 조사와 처리로 부동산 투기는 발붙이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의 대표들이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절로 윗물이 맑아지며 아랫물도 따라 맑아지는 길이다. 잿밥에 더 관심 있는 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예방효과도 크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하는 ‘레가툼 번영지수’에서 한국은 사회적 자본(공적·사적 관계, 제도에 대한 신뢰, 규범, 참여 등) 항목에서 2020년 167개국 중 139위였다. 매년 바닥권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정치 불신 극복, 신뢰 회복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는 압도적인 국민의 명령이다.

묻고 또 묻자. “그래서 전수조사는요?” 국회는, 고위공직자들은 ‘국민들이 됐다고 할 때까지’ 밝히고 또 밝히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집단 화병에 걸린 국민들을 또다시 바보로 만드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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