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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가리왕산을 베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분산 개최’ 대안과 국제스키연맹의 ‘2 RUN’ 규정도 있었다. 용평, 무주, 북한 마식령, 일본 나가노도 충분히 가능했다. 사후활용계획은 전혀 없었다. 올림픽특별법에 따라 계획 적절성과 입지 타당성 검토는 생략되었고 설계, 시공, 복원계획은 철저하지 못했다. 정부는 관리 감독에 손을 놓았고, 강원도는 착공 이전에 제대로 된 복원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불과 일주일 만에 10만그루가 베어졌다. 270그루는 이식했지만 90% 이상 고사했다. 전체 슬로프는 안정되지 못하고 빠르게 자갈밭으로 변했다. 재해 예방 시설이 없어 곳곳이 위험에 노출되었다. 불과 시간당 30㎜의 비에 슬로프가 쓸려가고 경사면은 무너지고 바닥이 뒤집혔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은 산림청 소유 국유림 101㏊에 사업비 2034억원이 들었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원래 상태에 가까운 ‘산림 복원’을 조건으로 경기장 건설을 허가했다. 그러나 서 있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고 ‘복원’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다. 강원도는 지난 8월 활강경기장 상하, 좌우를 가로지르는 곤돌라와 운영도로, 지하 시설물을 존치한 ‘가리왕산 생태복원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정선군은 관광레저 사업 등 ‘경기장의 상생적 활용’이 주민을 위한 복원이라 주장한다.

복원은 ‘훼손지 전 구간’, 목표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준하는 수준’.

작년 12월 가리왕산 생태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생태복원추진단’의 결정 사항이다. 강원도, 산림청, 환경부, 정선군동계올림픽지원단, 관련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참여했다. 활강경기장의 구조물은 전체를 철거하고 인위적인 서식지 조성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고, 계곡부는 원지형대로, 물길은 자연계류 형태로 복원한다는 것이다. 2014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나 산림청 산지전용허가도 일관되게 같은 맥락이었다. ‘훼손 지역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사업 추진’ ‘착공 전 가리왕산 복원계획 제출’이었다.

그러나 강원도는 협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 올림픽 이전에 복원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산림 복원의 의지도 없었다. 오히려 강원도의 ‘가리왕산 생태복원 기본계획’은 사실상 ‘개발계획안’이다. 올림픽이 끝나니 노골적인 개발사업을 승인하라며 버티고 있다. 재해를 방치하고 예산을 낭비한, 협의 조건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고 감사 청구 대상이다.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31일 강원도의 ‘기본계획’ 심의를 보류했다. 전면 복원 약속을 이행하고 전체 시설물을 철거하는 복원계획안을 다시 짜라는 것이다. 강원도는 한때 ‘자연천이’와 사후활용을 담은 황당한 복원계획을 제시한 적이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의 일부를 ‘자연천이’에 맡기고 스타트 하우스, 리프트와 곤돌라, 운영도로 등을 사후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방치하는 것’이라며 복원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가리왕산을 활용해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파헤친 곳이니 잘 활용하는 게 ‘복원’ 아니냐는 것이다. 강원도는 여전히 경제적·정치적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조그마한 염치도 없다. 온전히 바로잡아야 할,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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