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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여성들은 “당신이 바뀔 때까지 #미투는 멈추지 않는다”고 천명하기 위해 또다시 거리에 섰다. 사회 곳곳에 스며 있는 성차별·성폭력의 구조를 바꾸라는 수많은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국가와 사회에 다시 한 번 변화를 촉구했다. 미투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성차별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미투 운동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초 폭발적인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정책과 법·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한 해가 다 간 지금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성폭력이 해결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현실만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아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 잘못된 법과 제도, 문화를 고치고, 적절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회에 발의된 미투 관련 법안은 100건이 훨씬 넘는다. 다수의 입법 발의는 국회가 성차별적인 사회를 바꾸는 데 함께할 것이라는 미투에 대한 응답이며 변화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제 국회의 존재이유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으로 입장을 도와주고 있다. 권호욱 기자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범죄로 구성해야 한다는 형법 개정안, 소위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담은 법안만 8건이다. 8건의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수는 96명이다. 국회의원 전체의 3분의 1에 근접하는 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당황스럽게도 아직도 계류 중이다. 물론 각 법안마다 약간의 차이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 의원의 3분의 1 정도가 최협의의 폭행·협박(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협박)으로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상대방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를 성범죄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미 보편적 국제규범이다, 지난 3월 발표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는 이를 다시 확인했다. 이런 상황이면 ‘비동의 간음죄’ 법안은 이미 신설되었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정부는 미투 운동 전부터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와 여성가족부의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7월 국무회의에서 ‘미투 운동은 나라다운 나라, 공정한 나라,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라는 요구’이며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응답’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은 정책에도 예산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각 부처의 성평등 정책 추진 의지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제동에 힘을 잃었고, 실질적 성평등 실현이라는 대통령 공약도 감감 무소식이다.

미투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이면서 동시에 국가와 사회가 시급히 정책과 제도로 응답하라는 요구다. 말만으로 현실이 변할 수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구조를 만들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며 이를 법·제도로 받쳐야 한다. 여성들이 또다시 거리에 나선 이유다.

국회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 등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 정부도 성평등위원회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 각 부처의 성평등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한다. 여성들의 일상 삶의 변화가 #미투에 대한 진정한 응답이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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