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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고 장자연 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 ㄱ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9일엔 김학의·윤중천 성폭력사건의 주요 가해자인 윤중천에 대해 2심 재판부마저 성폭력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검찰의 의도적인 부실수사와 외압,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음이 증명된 사건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피해는 있었으되 처벌은 할 수 없다’는 참담한 결론을 내렸다. 

이 두 사건은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에서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가 어떻게 삭제되고 부정되면서 남성권력자의 시각으로 구성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어떻게 힘을 얻어 가는지 보여준다.  

ㄱ씨 성폭력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뤘어야 할 것은 ㄱ씨의 거짓말이다. 그러나 ㄱ씨의 거짓말이 아니라 윤지오의 거짓말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종업원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것’ 등 기막힌 무죄 이유는 가해자와 부실수사·은폐 검찰, 재판부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일 뿐이다.  

김학의·윤중천 성폭력사건 또한 1년8개월 동안 이루어진 상습 성폭력으로 억압적 지배관계가 형성되어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이는 무시되었다. 검찰은 상습 성폭력 중 단 3건만을 분리해 기소했고, 사건의 실체가 없는 사건에 대해 ‘합리적’ 판단이란 불가능함을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통해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런 가장된 ‘객관’의 과정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는 탄핵되고 가해자, 남성 중심적인 검찰과 법원의 시각·언어는 힘을 얻는다. 사건의 실체가 삭제된 기소로 부실수사와 조직적인 은폐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고 한 검찰은 정말 나쁘다.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강자의 삶과 기존의 언어는 일치하지만 약자의 삶과 언어는 불일치한다. 소수자의 언어는 전제를 설명하거나 번역해야 한다. 이것이 지배와 피지배 관계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성폭력사건을 지원할 때마다 이 말이 가슴을 때린다. 여성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조차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형법, 남성가부장 중심의 낡은 시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법 해석을 마주하면서 개별 사건에 대한 해결이 답이 아님을 절감한다.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이제 기존 정치에서 소외시키고 배제했던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를 법·제도에 분명히 담아야 한다. 여성운동은 꾸준히 남성독점 정치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밖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을 때 포기하지 않고 직접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은 용기다.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여성의원들은 부당한 공격에 위축되지 말고 협력하여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또한 검찰개혁, 사법개혁도 반드시 이뤄야 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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