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년연장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2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를 볼 때 정년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구구조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적 논의와 정부 입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육체노동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렸고, 최근 서울시 버스노사는 현재 61세인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내용에 합의했다. 정부는 인구구조와 사회인식 변화에 따라 정년연장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재작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빠져나가는 자리를 10대가 메우지 못해 매년 30만~40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경제를 돌리는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년연장 논의에 뛰어든 것은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경제활력 제고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인 부양부담도 줄일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노인 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정년연장의 의미는 작지 않다.

(출처:경향신문DB)

하지만 정년연장은 장점만 고려할 일이 아니다. 우선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무한정 고용인력을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의 감소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서열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당장 기업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기업이 출혈을 하면서까지 자발적으로 정년연장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다.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에 대한 재설계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일단 고용이 되면 퇴출하기 어려운 ‘평생직장’의 고용문화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가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사회적으로 정년연장 논의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일본은 정년 65세를 넘어 70세 정년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정년연장을 장기과제로 넘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정년연장 문제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경직된 고용형태, 연금제도, 노인복지 등과 어우러질 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핵심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한국 사회가 수용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내는 일일 것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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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면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만큼 관심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여건에서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포럼에 실린 ‘고령화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안’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를 토대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미래충격을 전망했다. 현재의 노동환경이 변하지 않을 경우 미래세대는 ‘재앙 수준’의 부양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고령화 속도와 기간을 감안할 때 2050년에는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가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으로 퇴장하는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출산율 제고 및 여성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통해 모자라는 노동력을 수혈하는 정책에 집중했다. 그러나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앞으로도 개선될지 장담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생산인력이 유입돼 은퇴 등으로 이탈하는 노동력 부족을 채워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실은 암담하지만 노동력을 확보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령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노인이 일하는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제도를 손봐야 한다. ‘건강 100세’를 말하는 시대다. 생활환경이 좋아지면서 평균연령과 건강수명이 꾸준히 연장되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65세, 사회적으로는 60세라는 노인의 기준 나이는 그대로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고령자’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린 점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노인 연령을 높일 경우 노인 빈곤과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면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고령화 대책과 함께 추진될 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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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나라를 꾸려갈 ‘일꾼’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급속하게 늘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확정됐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아기 울음이 끊어진 사회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고령인구(65세이상): 712만명 생산연령인구(15~64세): 3620만명

생산연령인구를 늘리고 고령화를 늦추는 최선의 길은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왔으나 효과는 매우 저조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 무엇보다 임신·육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 26일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올라온 내용을 보자. 육아휴직에서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퇴사통보를 하는가 하면, 퇴사를 압박하기 위해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허다했다. 유산 위험이 있어 육아휴직을 요청했지만 ‘20년간 유산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거부해 퇴사한 경우도 있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사전에 ‘임신하면 그만두겠다’고 알린 뒤 임신이 돼 퇴사신청을 했다가 “머리채를 잡아서 흔들겠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산전·산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보장되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특혜나 특권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출산율이 오르길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올해 2분기에 0.97명으로 떨어져 0명대로 추락했다. 지금의 추세대로 진행되면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출산과 육아는 그 자체로 축복받을 일이다.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박수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인식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130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신·육아휴직을 금기시한다면 ‘활력 잃은 한국’을 피할 길이 없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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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無緣社會)>란 2010년 일본 NHK가 방영한 특집 이름이다. 일본 열도에 큰 충격을 안긴 프로그램이다. 그 취재 내용은 <무연사회>라는 책으로 우리말로도 옮겨져 있다. 혼자 살아가다 혼자 사망하는 사회가 무연사회다. 무연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홀로 맞이하는 죽음인 ‘무연사(無緣死)’다. NHK 취재에 따르면, 일본에서 무연사는 연간 3만2000명에 이른다.

무연사의 일차적 원인은 개인주의의 발전에 따른 독신 세대의 증가에 있다. 평생미혼율(50세 시점에서 결혼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나 홀로 가족’으로 살아가다 돌봐주는 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무연사를 맞이하는 다수는 독신 고령세대다. 그 대책의 하나가 일정 기간 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관계 기관에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수도 계량기가 알려주는 이승과의 작별이라니, 참으로 쓸쓸한 죽음이다. 무연사는 일본 고령사회의 가장 짙은 그늘이다.

일본에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곳은 유럽이다. 1970년대에 들어와 영국, 독일, 프랑스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를 예고한 책이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70년에 발표한 <노년>이다. 서른한 살 <제2의 성>을 출간해 억압받는 여성의 상태를 고발했던 그가 이제 예순두 살을 맞아 <노년>을 통해 고령세대의 비참한 실존을 주제로 삼는다.

보부아르는 노인이란 지위가 주체적으로 취득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고대의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었지만, 근대 이후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모한다. 자본주의 문화는 젊음을 찬양하지 나이 듦을 기리지 않는다. 노인은 결국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이 소외의 감정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격발시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년의 삶의 질은 계층에 따라 격차가 두드러진다. 특히 하층계층 노인은 직업을 잃으면 쓸모없는 잉여의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고 보부아르는 분석한다.

2000년대 일본 노인의 현실과 1970년대 프랑스 노인의 현실은 2010년대 우리 사회 노인의 현실에 그대로 부합한다. 46.5%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과 인구 10만명당 80명에 달하는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압도적인 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 고령세대가 더 불행한 것으로 보인다. 광복과 한국전쟁, 역동적인 산업화와 자랑스러운 민주화를 숨가쁘게 함께해왔지만, 이제 적지 않은 노인들의 삶은 더없이 어렵고 고독하다.

우려를 더하는 것은 고령화의 속도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08만명에 이른다. 2025년에 1000만명을 넘어서고, 2030년에는 1300만명, 2050년에는 1900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세대를 60세 이상으로 잡으면, 전체 인구에서 이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에 31.4%, 2050년에는 41.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가 태어난 해가 1960년이니, 일흔이 되는 203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3명이나 된다. 참으로 낯선, 늙어버린 미래 한국의 풍경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정책은 2000년대에 들어와 꾸준히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 역시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다. 공적연금 인상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 치매 국가책임제 강화, 노인 일자리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당장 어제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을 내년 4월부터 25만원으로, 2021년에는 30만원까지 인상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의 예산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이다.

분명한 것은 고령사회 대책에서 국가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인상에 더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노후소득 증대, 연금 인상에 따른 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의 사회적 합의 모색, 건강보험 지원의 확대 등이 요구된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을 부담스러운 짐으로만 생각하는 문화도 바뀌어져야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주장하듯 경험 많은 노인들의 능력을 활용할 이유는 여전히 충분하다. 나아가, 보부아르가 충고하듯 노인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개척하고,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높여야 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든 언젠가 노인이 되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경구다. 죽음에 앞서 쓸쓸한 노년 또한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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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위연령 40세 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밝힌 ‘201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중위연령은 40.2세로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연령 순으로 세울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가리키며, 고령화 지표로 활용된다. 중위연령 40세는 ‘늙어가는 한국’을 알리는 또 다른 신호다. 통계청은 중위연령 말고도 한국의 인구 고령화 지표를 더 내놓았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대로 늘어나고, 노년부양비가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17.3명으로 14년 새 7명 넘게 증가한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 고령화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출산율이 낮고 평균수명이 높은 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실제로 한 국가의 출산력을 가리는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수년째 1.2명을 밑돌아 세계 최저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출산율을 일컫는 대체출산율이 2.1명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기대수명은 81.94년으로 지난 20년 동안 10년이 늘었다.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사회적 경고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어르신들이 서울 탑골공원 주변을 줄지어 걷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정부나 사회가 고령화 사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생산성 저하와 저축·투자 감소,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연금은 물론 노인 빈곤과 질병, 소외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늘어 국가 재정에 추가 부담을 주는 현상도 해결 과제다. 그러나 정부의 고령화 대책은 빠른 진입속도나 사안의 중대성이 비해 미흡하기 짝이 없다. 특단의 출산 장려책과 여성 고용정책이 요구된다. 아이 낳고도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노인 일자리 확충도 중요하다. 노인 스스로 경제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노인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정책이다.

고령화 사회 대책은 내용 못지않게 시점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정책을 펴야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책의 ‘골든타임’이다. 노인들은 한국 사회 발전을 이끈 주인공들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연금 등 사회적 자본을 흠집 내는 부정적 존재로 몰아가는 듯한 사회 일각의 시각은 부당하며,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인들의 권위와 긍지를 되살리는 것은 땅에 떨어진 가족 및 사회 윤리를 회복하는 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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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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