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2년이 흘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씌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수십명의 해직 교사들은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집권하면 우선적으로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2017년 2월)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약속은 간데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은 ‘법외’ 처지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한 국정운영 보고서(2017년 5월17일)에는 임기 초반 즉시 시행 가능한 ‘10대 촛불 개혁 과제’가 제시됐다. 대통령의 결단이나 행정부의 처분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개혁과 적폐청산의 목록이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 세월호 선체 조사위 인력·재정 추가 지원, 4대강 복원 대책기구 구성,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재수사, 최저임금 공약 준수 의지 천명 및 근로감독 강화,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지원,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진상조사,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금지 선언 등이다. 아직껏 유일하게 미시행된 게 교원노조 재합법화이다. 분명해진 건, 전교조 재합법화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 시민·사회단체 원로와 단체대표들이 20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결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박근혜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13년 10월 팩스 공문 한 장으로 전교조를 법 바깥으로 쫓아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9조2항)을 앞세워 조합원 중 해직자 9명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통보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인권위조차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2010년)고 삭제를 권고했던 시행령을 들어 법외노조화를 밀어붙였다. 법률도 아니고 행정부 명령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박탈한 꼴이다. 이게 법정에서 바로잡히지 않은 까닭도 뒤늦게 드러났다.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정지 신청’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거래’ 대상이 되어 박근혜 청와대에 ‘선물’로 바쳐졌다. 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맹렬한 적의를 감안할 때 그만한 진상품이 없었을 터이다.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정부가 나서 이전에 내렸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것은 하등에 문제될 게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위반되고, ‘재판거래’마저 드러난 상황에서 명분도 충분하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와 만나 ‘직권 취소’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정부가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 격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지난해 7월 ‘법외노조 처분 직권 취소’와 ‘노조법 시행령 삭제’를 권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과정에서 ‘외압’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직권 취소를 미룰 명분이 없어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직권 취소를 통한 법외노조 해결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대신 (3년 넘게 계류 중인)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맞춰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형식논리일 뿐 실은 ‘하지 말자’는 얘기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선거법’보다 전교조 재합법화를 위한 법에 더 결사 반대할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는 왜 전교조 앞에서 멈춰서는 걸까. 진즉 답이 나왔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2018년 11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국정감사 답변) 사회적 약자 여부와 법외노조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전교조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전교조 재합법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그림자를 짚어볼 뿐이다.

5월28일은 전교조 결성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30년 동안 체벌과 촌지가 일상이던 학교의 풍경을 바꾼 데는 전교조의 역할이 컸다. 혹독한 시절 ‘참교육’을 위한 전교조 교사들의 용기와 희생, 눈물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는 참 남루했을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전교조 결성 계기가 된 1986년 중3 소녀의 유서) 입시에 매이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학생들의 삶을 위한 교육, ‘참교육’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30주년 교사대회는 ‘참교육’이 걸어온 길을 성찰하고 미래 교육의 비전을 세우는 자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한데 30년 전과 같이 다시 ‘전교조 합법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설 판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교사들을 부정한다면 대체 누구와 더불어 교육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을까.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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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한 지난 7일, 고용노동부에서 낸 보도참고자료를 찬찬히 읽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시도하는 개편이라서 낯선 용어들이 많았다.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노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라는 용어가 들어갈 자리는 모두 ‘근로자’가 차지했다. 헤아려보니, 11쪽 자료에서 ‘근로자’는 18번 언급됐다. ‘노동자’는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단 1번 나왔다. ‘노동자’는 일본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달 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보도자료(총 19쪽)에서도 ‘근로자’는 16번 언급된 반면, ‘노동자’는 5번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노동부의 보도자료 등 문건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보도자료뿐 아니라 이 장관의 발언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노동자’보다 ‘근로자’가 더 자주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적 용어로 쓸 때는 근로자로 표기하지만, 나머지는 혼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보이듯 ‘근로자’가 법적 용어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일상적 표현에도 ‘근로자’를 쓴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보듯 ‘노동’이 법률용어로 쓰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모든 용어나 개념에는 가치가 들어 있다. 단어 하나하나가 정치적이다. 근로자(勤勞者)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근로자’에는 부지런히 일해 주기를 바라는 자본가나 사용자의 가치관이 들어 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독일에서는 현금을 지불해 타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사람을 노동수여자(Arbeitgeber), 임금을 대가로 자신의 노동을 빼앗기는 사람을 노동수취자(Arbeitnehmer)로 불렀다. 그러나 카를 마르크스는 이들 용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 <자본>을 저술하면서 각각 자본가(Kapitalist)와 노동자(Arbeiter)로 고쳐 썼다. ‘노동자’라는 개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사용자의 가치를 부여한 ‘근로’보다는 좀 더 가치중립적인 ‘노동’이 옳은 개념이다.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써야 맞다.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노동력을 판다. 노동의 대가만큼 정당하게 임금을 받으면 된다. 노동자는 사용주나 국가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자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나 자본가는 어휘나 개념을 바꾸거나 조작하여 자신들의 가치를 부여해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전시체제에서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근로정신대’를 조직했다. ‘솔선수범해 전장에 나가 노역하는 부대’라는 뜻이다. 노동을 강제하고픈 욕망이 투여된 ‘근로’는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근로자의날’ ‘근로복지공단’ ‘근로계약서’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현행 대한민국 헌법조차 국민 기본권을 기술하면서 ‘근로의 권리’ ‘근로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용어와 개념은 역사성을 지닌다. 일제와 군부독재 시대의 ‘근로’ ‘근로자’가 사회 민주화와 함께 ‘노동’ ‘노동자’로 바뀌고 있다. ‘근로자의날’은 ‘노동절’이 되었다. ‘근로계약서’는 ‘노동계약서’로 바뀌고 있다. 1981년에는 정부부처에 노동부가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을 국정철학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인 김영주 전 장관이 재임기간 내내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고 표현한 것은 ‘노동 존중’의 징표처럼 여겨졌다. 비록 개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초 문 대통령은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고 노동권을 크게 강화한 조항을 포함시킨 개헌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고용노동부에 “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자의 이익,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동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부는 주문에 앞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갑 장관 취임 이후 노동 정책은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 먼저 탄력근로제 연장을 들먹이고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최저임금제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노동부 문건에서 ‘노동자’가 실종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면 지나친 예단일까. 고용노동부도 경제부처인 만큼 고용 하락이나 생활물가 상승 등 경기 침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를 내세워 ‘노동’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첫 조치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복권시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국회는 노동관계법상의 ‘근로’ 표현을 ‘노동’으로 바꾸는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노동 존중’은 정명(正名)에서 나온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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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하자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사를 접고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자영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르면 월 평균수익(155만원)이 아르바이트 월급(157만3770원)을 밑돌아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장도리]2017년 7월 18일 (출처: 경향신문 DB)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일 내놓은 ‘2017년 상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청년 알바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등 노동착취 행위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가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등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1%가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체불 사업장은 35.9%로, 5044명이 17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서면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사업장은 절반이 넘는 56.4%나 됐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5.8%에 달했다. 고용주에게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청년 알바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주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인턴계약 등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를 피해가기도 한다. 고용주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편의점·치킨집 등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청년 알바들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체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알바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내년 최저임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고, 24.4%는 ‘알바 고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정당한 임금 지급과 최저임금 준수는 고용주의 기본 의무다. 청년 알바에게 노동착취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노동부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행위가 드러난 고용주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 알바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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