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국방부를 출입한 이래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예비역 장성들에게 현 정부의 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영관급과 장성으로 복무한 터라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고자 한 것이다. 반응은 비슷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군 정책과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군의 목소리가 없다”고 했다. 원인 분석도 거의 같았다. “인재를 넓게 뽑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하나회를 척결한 YS 때보다 덜 개혁적이고, 호남인맥에 편중됐다던 DJ 때보다도 유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지난 2년 문재인 정부는 군 개혁을 힘있게 끌고 오지 못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때는 그나마 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정경두 장관 들어서는 그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파다하다. 국방부는 물론 합동참모본부와 각군을 통틀어도 정부의 군 정책을 소신 있게 펴는 사람은 몇 명 없다. 차라리 “9·19 남북군사합의를 검토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요즘 일부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전 합참의장)이 돋보인다. 심지어 일선 부대에서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정부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안보강연을 맡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군 수뇌부의 무감각과 안이함이 이 정도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튼튼한 안보 위에 평화 정착” 다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군 개혁의 핵심인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 육·해·공군의 고른 기용도 무위에 그치고 있다. 개혁적인 인사는커녕 육군 중심의, 관행적 인사가 여전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설명하면서 “합참 장교들이 2주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합의 문건을 검토했다.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데 경악했다. 게다가 남북군사 대화에 수십년간 이를 전담해온 예비역 장성들의 경험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인력의 적재적소 활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과도한 대응도 있었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안보지원사령부)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그 이후 ‘계엄령 문건 사건’ 처리 과정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검찰 조사에서 속시원히 드러난 게 없다. 문민 통제에 대한 군의 거부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풀림으로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군이 일반 정부 부처의 관료들에 앞서 진작에 ‘집권 4년차 모드’로 들어간 것은 이런 결과이다. 공관병에게 갑질한 4성 장군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현 정부에 의해 핍박받았다고 나선 것은 그 일례일 뿐이다. 

외교안보에서는 ‘정책이 70%, 사람은 30%’라는 말이 있다. 정책이 정해지면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기량 차이는 부차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군은 다른 조직과 다르다. 생도 때부터 수십년간 서로를 비교 평가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YS가 하나회 숙군에 성공한 것은 과감하게 밀어붙인 결과이지만, 하나회를 대체한 세력이 능력을 크게 의심받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실패하고 있다. 군처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들어맞는 조직은 없다. 군 내부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지휘부를 세우지 않는 한 군 개혁은 불가능하다. 

청와대와 여권 유력자들에게 줄을 대려는 군인들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 보수파들은 지난해 육군 참모총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단독으로 만났다고 비판했지만, YS 때는 별판을 단 차량들이 청와대 인근 한정식집 골목에 수시로 출몰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도를 걷는 장성들이 없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직접 군 원로들을 만나 그들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또 DJ가 군축전문가인 임동원 예비역 소장을 호텔에서 만나 밤새워 토론한 끝에 설득한 것을 문 대통령도 적극 본받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군 정책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때 윤영하 소령 등 장병 6명이 전사했는데 청와대가 사흘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장관마저 전사자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것이 햇볕정책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군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군 개혁에 대한 비전과 평화 정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군인들에게는 국가와 통수권자에 대한 충성의 유전자가 있다. 그들의 가슴에 불을 댕기는 것은 통수권자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하기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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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이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해명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오해의 가능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이 용어를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나 ‘오해의 가능성’이란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문제의 미묘함을 어린 시절에 처음으로 실감했던 듯하다. 대체로 시골집들이 그랬듯이 우리 집에도 욕실이 없었다. 커다란 고무 함지가 나의 욕조였고 거기에 데운 물을 채운 뒤 몸을 담가 때를 불리면 어머니가 때수건으로 박박 밀어주곤 했다.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근 동안에는 즐겁지만 물이 식어 점점 차가워지고 때수건이 지난 자리가 벌겋게 달아오르면 그처럼 고역스러운 일도 없었다. 마음이 널을 뛴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2018년 11월 30일 오전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마중 나온 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57명을 가석방했다. 연합뉴스

그러다 언제부턴가 봄이 되면 수돗가에 나무로 틀을 짜서 부엌 벽과 맞닿은 부분을 제외한 삼면을 방수포로 가렸다. 평소에는 활짝 열려 있지만 접어 올린 방수포의 끝자락을 잡아 내리면 담장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가려졌고 겨울이 되기 전까지 거기서 우리 식구는 등물을 하거나 목욕을 했다. 한여름이면 대낮에도 방수포만 내린 채 등물을 했고 그 작고 아늑하며 천장이 없는 터라 답답하지 않은 우리만의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는 즐거웠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점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절 시골마을에서 사내아이가 알몸도 아니고 그저 웃통을 벗고 등물을 하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니었던 터라 외려 유난을 떤다는 인상을 줄까 봐 꺼려지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슬쩍 내비치며 부모님께 물었더니 보이는 우리가 수치스러워서가 아니라 우연히 벌거벗은 우리를 본 누군가가 수치스러워하지 않도록 그렇게 한다는 거였다. 나는 이 설명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오래 곱씹어 보았고 윤리의 요체 가운데 하나도 이런 형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수치를 아는 자는 반드시 타인이 느끼게 될 수치를 고려한다는 것. 타인이 수치를 느끼게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의 수치에만 골몰한다면 윤리적이라 일컬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오해의 가능성’은 ‘오해하지 않을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의 수치에만 몰두하게 되면 타인의 수치를 무시하게 되는 것처럼. 국방부가 ‘오해의 가능성’만큼 ‘오해하지 않을 가능성’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고려했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대신 이 용어를 두고 갈등이 생겨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모른 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복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일이 만약 수치스럽다면 왜 그런지 우리는 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군복무를 수행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방부는 온갖 비리를 척결하여 사병들에게 질 좋은 식사와 보급품을 제공해야 하고 지휘관은 부하를 종처럼 부리는 게 아니라 존중해야 하며 모든 군인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받아야 한다. 의문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 과정부터 투명하게 공개되어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하고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이 병역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하며 부당한 청탁이 결코 통용될 수 없게 해야 한다. 마침내 군복무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국토만을 방위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까지도 보호한다는 자긍심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그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군복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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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5일 2018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 적’이라고 기술했다.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모든 위협과 침해 세력을 적이라고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북한을 섬멸의 대상으로 상정해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킬 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이라는 용어도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말로 바꿨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기반을 마련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대내외에 국방정책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2년에 한 번 발간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인 이번 백서는 이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전력을 종전보다 더 상세하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능력은 현상 유지를 했지만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특수전 능력이 고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적재적소 전력 배치로 이런 위협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체결 등을 새로 수록하고, 그에 맞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했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 마당에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등 시빗거리로 삼을 이유가 없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출처:경향신문DB)

박근혜 정부 때 펴낸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적이라고 표현했고, 이전에는 이를 넘어 ‘주적(주된 적)’ 표현까지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국방백서를 살펴봐도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례는 없다. ‘위협’이나 그보다 심각한 경우 ‘1차적 위협’ 등의 용어를 쓸 뿐이다. 주적 개념은 더욱 생소하다. 북한은 현실적인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류·협력의 대상이며, 나아가 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이다. 백서에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고 남북 간 관계 진전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면서 교류와 협상을 말할 수는 없다.

보수 일각에서는 당장 적과 킬 체인 표현을 없앴다며 안보에 큰 허점이 생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적 표현을 써 적개심을 고취한다고 대북 억지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의 한국을 향한 반응이 민감해지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크게 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적 또는 주적이라는 비현실적인 용어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실질적인 안보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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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4일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심, 신념, 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말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6일 공동논평을 내고 “국방부의 용어 변경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왜곡하고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선고에 따라 가석방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2018년 11월 30일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하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군대 간 나는 비양심적인 것이냐?”라는 시민들이 있어 용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은 시민들이 평상시에 쓰는 ‘선량하다’ ‘올바르다’는 의미와 다르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과 함께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고유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 있다고 헌재와 대법원이 인정했다. 언어 대중이 쓰는 용어와 법률 개념의 괴리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류가 보편적으로 쓰는 용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새 용어는 비폭력·평화주의 등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를 원천 배제하는 오류까지 범하고 있다. 끝내 용어를 바꿀 경우에는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진정한 민주정부라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오해하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명칭을 바꾸는 편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인권의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옳다. 대체복무제를 논의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입법예고까지 다 한 뒤에 느닷없이 용어를 바꾸는 것도 치졸하다. 정부는 국방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 변경 결정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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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8.2% 증가한 46조6971억원으로 확정됐다. 국방력 운영에 필요한 전력운영비는 31조3238억원으로 올해보다 5.7% 증액됐다. 특히, 전력운영비에는 장병 복지를 확대하고 복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집중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내년에는 추위가 극심한 전방 및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한 패딩형 동계 점퍼 지급,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는 장병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지급, 군 복무로 인한 학업 및 경력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장병자기계발교육 실시 등의 예산이 올해보다 늘어났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국가는 군인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하고 군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장병 복무여건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투자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 대한 국가의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내에서 발생한 각종 병영 부조리와 사건사고는 과연 국가가 장병들을 위해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충분히 다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러한 우려 속에 현 정부는 ‘장병 인권 보장 및 복무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한다. 꼭 필요한 일이고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국방의 의무와 그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을 귀하게 여기는 국민의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

장병 복지 향상 및 복무여건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장병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자긍심은 비단 정책적 노력과 재정적 투자만으로 생길 수 없다.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군대가 가장 강한 군대이며, 강한 군을 만드는 핵심은 바로 장병들이다. 국민이 우리 장병들을 귀하게 여길 때 우리 장병들은 진정한 용기와 헌신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내년 예산이 밑거름이 되고, 그들을 위하는 국민의 마음이 햇살이 되어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수호하는 사기충천한 군인으로, 나아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성영숙 | 해군본부 기참부 예산편성과 군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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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국방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여성들에게 성폭행과 성고문을 자행했다는 정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10월31일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5·18 직후부터 민간단체 등에서는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38년이 지난 지금에야 뒤늦게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1월 1일 (출처:경향신문DB)

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에는 여대생, 직장인, 주부는 물론 10대 여고생까지 포함돼 있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여학생, 임신부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도 다수 확인됐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입은 다수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연행된 여성들은 수사과정에서 속옷 차림으로 대검으로 위협받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 성고문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피해자들이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평생의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고 있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호소했다니 피해자들이 수십년 동안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았는지 짐작이 된다.

조사단은 일부 피해 사례의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 부대를 추정할 수 있는 진술과 단서를 확보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해 조사 권한이 없어 더 이상 조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시간적 제약으로 조사가 마무리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폭력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출범하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몫이 됐다. 진상조사위는 당초 지난달 출범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이 늦어지면서 아직 구성도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조사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보상 등 피해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들을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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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6일 국군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은 폐지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보안사령부를 기무사령부로 바꾼 지 27년 만에 다시 간판을 교체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기무사령관을 교체한 데 이어 4200명의 기무사 요원을 원 소속인 육·해·공군으로 복귀시킨 바 있다. 다음달 1일까지 인적 청산도 하고 인력도 30%를 감축한다고 한다. 기무사를 개혁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방부가 밝힌 개혁안은 새 사령부가 기무사 기능을 이어받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일탈 행위를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안·방첩, 군 관련 정보 수집 업무는 그대로 두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 민간인 상대 정보 수집이나 수사 행위 등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대 규모를 줄이고 인적 청산을 통해 과거 기무사와 완전히 단절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기무사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선 기무사의 수사 기능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거 기무사는 군내 방첩·보안 수사를 하다보니 민간인이 연결돼 있어 수사와 정보 활동이 확대되었다고 해명했다. 민간에 대한 수사를 선언적으로 금지하는 것만으로 민간인 사찰을 완전 차단한다는 보장이 없다.          

장영달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장이 2일 오후 기무사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개혁위에서 모인 의견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기무사의 병폐가 근절되지 않은 데는 역대 권력이 이른바 ‘통수보좌’를 고리로 기무사를 활용한 것이 한 요인이었다. 통수보좌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기무사가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다. 그동안 기무사가 정치 댓글을 달고 세월호 유족 등을 사찰하고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이 다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됐다. 개혁안이 새 사령부에 군내 정보 기능을 부여한 것은 통수보좌를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개혁안은 또 기무사개혁위가 폐지하라고 권고한 일선 60단위 기무부대에 대해서도 선별적 폐지를 시사하고 있다.

당초 기무사개혁위는 기무사를 대폭 축소해 국방부 산하 본부급 부대로 두는 방안, 외청급 정부기관으로 하는 방안, 현행 기무사처럼 독립부대로 존치하는 3개 안을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중 마지막 안을 택했다. 그렇다면 기무사의 일탈을 막을 확실한 견제장치를 강구했어야 했다. 민간인 비율을 조금 높이고 부장검사급 감찰실장 한 명 보낸다고 막을 수 있는 기무사의 일탈이 아니다.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꿔단 결과가 지금의 기무사이다. 새 사령부의 통수보좌와 수사 기능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개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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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가 2일 기무사 개혁안을 마련해 국방부에 보고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개혁안을 전달한 뒤 언론브리핑을 열고 “기무사 요원은 현 인원에서 30% 이상을 감축해서 정예화·전문화해 더 높은 국방의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며 “조직 개편에서 전국 광역시·도 11곳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200여명인 기무사 인력은 3000여명으로, 장성도 9명에서 3명 이상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의 기무사 조직과 인력의 대폭 축소 권고는 당연하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무사의 규모는 지나치게 크다. 기무부대 고유의 기능인 군내 보안과 대전복 업무를 포함한 방첩 기능을 수행할 조직으로 최소화하는 게 맞다. 기무사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보안·방첩 기능에 대한 애매한 규정을 확대해석해 군 내부와 민간인 동향을 상시적으로 살피도록 놔뒀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정치개입이나 민간인 사찰을 못하게 하려면 관련 기능과 조직 자체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 군 내부도 필요할 때만 살피고 감청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기무사는 조직을 일부 고치는 수준으로는 개혁할 수 없다. 군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 작성 시 비밀장소에서 망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실이 2일 추가로 드러났다. 문건을 작성한 뒤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해 흔적을 지웠다. 계엄령 문건의 당초 제목도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다. 계엄을 실행할 의도가 있었음이 더 분명해졌다.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재정비해 새 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기무사의 불법적 행위를 뒷받침해온 대통령령과 기무사령 등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개혁위의 판단을 지지한다.

국방부는 이날 권고안을 검토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개혁위는 기무사를 대폭 축소한 뒤 지금처럼 독립부대로 두거나 정부의 외청으로 하는 방안, 그리고 국방부 내 본부급 조직으로 격하시키는 방안 등 세 갈래로 대안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이 기무사령관을 독대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런 취지라면 기무사는 국방부 내 본부로 격하시키는 게 맞다. 군내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본부로 둬야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무사 계엄 문건이 실행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면 기무사는 해체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한국당은 약속한 대로 기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는 방안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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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8일 병영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범죄 특별대책 TF’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모두 29건의 성범죄 사건을 접수했는데, 성희롱이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제추행 11건, 준강간 2건, 인권침해 1건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는 영관 장교 10명, 위관급 7명, 원·상사 7명, 중·하사 2명, 일반직 군무원 12명이었다.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은 20건으로 전체의 70%였다. 피해자 35명 모두 여성이었으며 그 절반은 여군 부사관이었다. 군 간부 중 최하위 계급인 중·하사가 성폭력 피해에 가장 취약하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성범죄 신고 자체를 가로막는 군 구조이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해봐야 소용이 없으며, 신고하려면 전역을 각오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일수록 신고를 꺼렸다. 이는 신고된 성폭력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조사·처벌은커녕 2차 피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간담회에서 여군들은 “누가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하라고 권하지 않겠다”며 눈물로 2차 피해 경험을 호소했다고 한다. 조사과정이 신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 신원이 다 노출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하니 군내 성폭력은 은폐되지 않을 수 없다.

TF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병 선발 과정에서부터 성인지 평가 항목을 반영하고, 성범죄가 온정적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징계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정책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TF가 지적했듯 성희롱 예방교육이 질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지휘관에 대한 성인지 교육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폭력 피해에 모범적으로 대응한 부대도 꽤 있었다는 TF의 진단은 지휘관에 따라 성폭력에 대한 대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성 지휘관들이 여군 부하를 기피하는 현실도 극복돼야 한다. 군대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성비 불균형 사회다. 이런 환경에 따른 권력의 우열이 군내 성평등을 방해하고 있다. 성희롱 없는 상태를 넘어 남성과 여성이 조화롭게 군 생활을 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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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방개혁도 ‘버전 업’ 시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1.0’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 버전을 국민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실패한 것에 대해 흔히들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을 주된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속을 내밀히 들여다보면 국방개혁이 왜 필요한지 군 구성원들 스스로 공감하는 데 실패한 탓이 컸다. 보수적인 군 수뇌부가 진보 정권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었다. 군 구조의 하드웨어적인 개혁을 하면서 군인 정신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의 좌절은 시스템과 정신 변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국방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국방개혁 2020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은 지극히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집단이다. 그만큼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데 인색하다. 한국 군부가 창군 당시 친일세력과 군사 쿠데타·독재 시절의 유산을 지금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군 원로들이 국군의날(10월1일)을 광복군 창설일(9월17일)로 바꾸자는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국방부는 지난 4월25일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1923~1951년)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발표를 했다. 이를 놓고 심일 소령 논란이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방부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심일 소령 신화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사실이라고 결론내는 것은 무리”라며 “심일 소령의 공적 진위 문제는 군의 울타리를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군 정훈교육이 아니라 국민교육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당초 심일 소령 논란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이대용 전 베트남공사(예비역 육군 준장)의 발언을 인용해 “심일 소령이 6·25전쟁 개전 당시 실제로는 대전차포 1문을 적에게 넘겨주고 도망갔다”고 보도했고, 군 안팎에서 ‘가짜 영웅’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방부는 ‘심일 소령의 전과가 사실’이라는 산하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육군에 지시했다. 심일 소령이 육군임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한설 육군 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은 즉각 이를 거부하고 40일 동안 자체적으로 확인 조사를 실시한 후 심일 소령의 공적이 허위라고 국방부에 보고했다. 역사학 박사인 한 소장은 “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방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기관과 육군 기관이 맞서는 형국이 되자 당황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심일 소령 공적확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 위원회는 편파적 행태로 계속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월에는 일방적인 발표회 형식의 ‘무늬’만 공청회를 열어 군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심일 소령의 공적 논란은 1981년에도 있었다. 당시 박경석 육군본부 인사참모차장(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로 조사를 벌여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후 심일 소령의 태극무공훈장 삭탈을 건의했지만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으로 후속 조치는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공적확인위원회는 관련 서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경석 장군을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공적확인위원회는 6·25전쟁 당시 심일 소령과 함께 맨주먹으로 적 전차를 물리쳤다는 전쟁 영웅들인 김기만 중사 등 ‘육탄 5용사’는 “사실을 과장·미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사실이 아님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전부터 육탄 5용사는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미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군 안팎에서는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의 ‘육탄 10용사’와 베트남전 앙케패스 전투의 태극무공훈장 조작 의혹 등 ‘가짜 영웅’ 논란이 수십년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군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보수 정권과 군 고위층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군 영웅’ 만들기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육군은 최근 국방부의 강행 지시에도 불구하고 심일상 수여 재개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심일 소령의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심일상’을 제정한 뒤 육사 우수 생도 3명과 탁월한 통솔력을 발휘한 전방 근무 중대장 14명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육사 심일상의 경우 제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밀실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돼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는지도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육군은 앞서 부사관 영웅실에서 ‘육탄 10용사’를 제외했다. 육군은 영웅실에 6·25전쟁 이후 부사관들만 포함시켰다는 이유를 대지만, 육탄 10용사의 핵심들이 전사한 게 아니라 북한군에 귀순한 사실이 드러나 가짜 논란에 휘말려 있음을 의식한 조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친일 군부의 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가 한국군으로 건너와서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조차 이미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 지정을 반성하고 있지만, 한국군 고위층 대부분은 “사실 (가짜 영웅의) 공적을 인정하면 편하고, 뒤집기는 어렵다”는 말로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귤상자에서 귤 하나가 썩으면 전부의 상품성이 바닥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웅이 진짜 전쟁 영웅의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가미한 ‘2.5’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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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작심한 듯 다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드 추가 배치를 파악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들어있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 등이 최종적으로 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한 내용만 보고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 보고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장관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과 국방부는 보고 누락 논란이 오해라는 투로 해명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의 특성상 고의 누락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이미 사드 도입에서부터 배치까지 불투명한 태도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발사대 4기 등을 추가 반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확인한 적은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서 보고했어야 한다. 언론 보도로 추가 배치 사실이 일부 알려졌다는 것으로 잘못을 면할 수 없다. 보고서 초안에 들어 있는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내용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중시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처음 보고하면서 민감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는, 사드가 몇 기 배치됐느냐는 단순한 부분까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사드 추가 배치 보고를 누락한 것이 미국의 보안 유지 요청을 감안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문민통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야당들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사드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사건을 침소봉대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진실 공방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도 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 조속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드 보고 누락 논란은 또한 강도 높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방부 자체 역량과 논리로는 군의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시민의 시각에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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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림마당] 2017년 5월 3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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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주일 만에 처음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했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최고군령부인 합참에서 군 대비태세를 보고 받은 뒤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휘관회의에 여야 국방위원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및 야당과의 협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야당 의원과 안보 정보까지 공유하며 과감하게 협치를 시도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해 대회의실에 도열한 전군 주요 간부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날 협치 시도는 문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반쪽으로 끝났다. 야당 소속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바른정당의 김 의원,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서영교 의원 등 3명이 전부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영우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다 여당과 가까운 의원들이어서 야당이 동참했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불참한 야당 국방위원들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그렇지만 야당 의원들을 탓할 일만도 못된다. 의원들은 전날 오후 참석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사전에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참석을 요청해 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한 것은 협치라고 할수 없다.

협치는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협치할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새 정부가 그런 점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시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면 야당 의원들도 정부에 호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는 협치를 보장할 수 없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행사에 야당이 들러리 서라는 식이면 될 일이 없다. 전군 지휘관회의에 참석한 국방위원들은 문 대통령과 차 한잔한 것 외에 한 일이 없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도 말로만 협치를 내세울 뿐 새 정부와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비난만 해왔다. 국민의당도 문 대통령 비판으로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알렸다. 이런 신경전으로는 협치가 어렵다. 새 정부와 야당이 진실로 협치를 하고자 한다면 협치의 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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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 통신망이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룡대에 있는 한 부대가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망을 동시에 연결해 놓은 것이 발단이 되어 악성코드가 내부망으로 퍼지면서 무려 3200여대의 컴퓨터가 감염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군이 해킹 흔적을 처음 발견한 뒤 한 달 반이 넘도록 내부 통신망이 해킹된 것을 몰랐으며, 지금까지도 해킹 피해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방어 전선이 뚫린 것도 모자라 사후 대응에서도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내·외부망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며 해킹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번에도 “3개의 정보체계 중 업무용 인터넷망과 국방망은 뚫렸지만, 작전에 사용되는 전작망은 해킹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제 이 해명 역시 믿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작전계획 전체를 새로 수립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군의 사이버 능력과 보안 관리는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하기에 창피한 수준이다. 사이버전을 담당한 부대가 특정 대선후보를 위해 댓글이나 달고 있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사이버전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은 사이버전이라도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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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야당과 시민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을 의결했다. 협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늘 한·일 양국의 서명으로 체결·발효된다. 중대 안보 사안을 지난달 27일 국방부의 협상 재개 발표 이후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군사작전하듯 처리했다. 이런 협정안 의결은 사실상 무효다. 무엇보다 범죄 피의자로 국정 책임자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 식물대통령과 문민통제를 거부하는 군부의 결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부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효력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고 협정을 강행한 정부의 결정을 신뢰해야 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이 이 협정을 단지 외국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의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일 간 직접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의 정보는 기존의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그보다는 이 협정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이 북핵 위협을 이유로 자위대의 북한 지역 접근을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어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덜컥 협정부터 맺은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북핵 대비용이라고 하지만 영토 관련 사안을 이토록 허술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중국이 협정을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 편입으로 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의 한류 규제 강화도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후의 안보 지형을 감안하지 않고 협정을 체결한 것도 성급해 보인다. 협정 체결로 인한 동북아 정세의 변동성을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갈등적 사안은 통치권 붕괴 상황에서 강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중단했던 협상 재개를 선언하고 기습작전하듯 처리했다. 시민 반대를 묵살한 채 밀어붙인 협정은 향후 안보의 중대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협정을 주도하고 동조한 모든 책임자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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