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공동 브리핑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장자연 리스트, 버닝썬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약속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장관은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며 “이 기간 진상규명을 계속 진행하되, 드러나는 범죄사실은 신속히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유착을 사과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두철미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두 장관의 다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참혹한 열패감과 절망감을 떠안게 될 것이다.

예정 없던 브리핑서 고개 숙인 두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세 가지 사건은 폭력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특권층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모욕·억압·착취하고, 공권력은 정의를 실현하는 대신 불의와 한 몸이 돼 사익을 취했다. 온 나라가 의심하는 가해 혐의자는 멀쩡히 고개 들고 다니는데, 피해자와 목격자들은 숨어 살거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시민이 충격과 분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건을 구성하는 선정적 요소들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 사건이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구조’에서 기인했음을 본능적으로 느껴서다. 돈과 권력, 명성이 법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나와 내 가족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채서다. 세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있는 이들을 엄중히 단죄하는 일은 단순한 형사사법의 과정이 아니다.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가 과거와 결별하고, 윤리적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이제 검찰과 경찰은 심판대에 올랐다. 의혹의 전말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면 수사기관으로서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터다. 검경은 먼저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 등 자신들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곪은 곳은 단호히 도려내야 한다. 제 식구라고 감싸려 하거나 조직 보호 운운하며 좌고우면했다가는 주권자의 호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사 대상과 범위에도 성역이 없어야 한다. 유력 정치인이 됐든, 언론사주가 됐든 주저하지 말고 의혹의 핵심부를 향해 직진해야 한다. 이번에도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한 이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라미드 밑바닥만 건드리는 식으로 끝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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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부가 25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 영정 앞에 훈장을 바치고 유족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장관은 “관례에 따라 역대 총리를 지낸 분들은 추서를 했다”고 설명했다. 총리를 지낸 경력만으로도 훈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훈을 취소하라는 국민청원이 지금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는 등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돼 있다. 김 전 총리가 5·16 군사 쿠데타 후 국가 지도자로서 산업화를 주도하고 정치 지도자로서 여러 분야에서 공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훈장을 수여하는 데는 단순히 공적을 기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서훈자를 기림으로써 후대로 하여금 그 행실을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수여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김 전 총리는 5·16 쿠데타를 기획·주도했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렸다. 5·16이 전복한 것은 평범한 정권이 아니다.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세운 4·19 민주혁명 정부였다. 비록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처럼 집권 과정에서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5·16은 명백한 군사반란이었다. 총칼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민주 인사 탄압을 방치하는 등 쿠데타 이후 실책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 이에게 정부는 국민훈장을, 그것도 5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게다가 공적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훈장을 수여하는 포상의 일반적 절차도 따르지 않고 훈장부터 추서했다.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12·12 군사반란을 이유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서훈을 취소한 것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여권이 김 전 총리를 예우함으로써 보수층과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일정한 그의 공적을 인정하더라도 한 공동체의 가치와 모범을 대변하는 훈장을 받을 만한지는 의문이다. 5·16은 군사 쿠데타로 규정됐지만 쿠데타 주역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에도 5·16은 쿠데타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고, 완전한 역사적 청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서훈이 시대정신을 올바로 받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이번 서훈이 못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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