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35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약 1988만명)의 17.4%를 차지했다. 간접고용은 용역, 파견, 사내하청, 하도급 등 노동자 고용 업체와 실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업체가 다른 고용형태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비·청소 노동자, 전자제품 수리기사는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획시리즈 ‘마르지 않는 간접고용의 눈물’에는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생생하다. 위험환경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위험성과 개선방안을 요구하지만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개선 책임이 하청기업이 아니라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정규직의 2배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높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하루 평균 2시간 더 일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처럼 노동조건, 복지, 임금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받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18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열고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자들이 차별과 불이익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는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원청기업은 계약 파기나 폐업을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무기로 삼는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노조가 결성돼도 사업장 내에 노조 사무실을 가질 수 없다. 정규직 노조가 연대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원청업체와 정규직 간 담합으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달러,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했다. 그 최전선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중요 과제로 내걸었지만,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늘고 있다. 고용 형태는 플랫폼·특수고용 등으로 세분화·복잡화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고용관계에 상관없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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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노동자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지난 11일 자정 무렵 사망한 서부발전 사내하청 노동자 김용균씨다. 어둡고 비좁은 컨베이어벨트 아래서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김용균씨에게 사과하고 싶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에 내가 전문가 위원으로 1년간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빨리 마무리됐더라면, 그래서 작업환경이 개선됐더라면, 어쩌면 김용균씨는 생을 달리하는 대신 연말에 가족과 함께 소박하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발전5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가장 더딘 사업장이다. 연료운전 분야는 1년 동안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못 내리고 있고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화 논의를 시작도 못했다. 특히, 김용균씨의 업무였던 연료운전 분야는 원청인 발전소가 생산설비를 소유하고 하청회사가 인력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노무도급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발전소 원청회사들은 최근까지도 연료운전 업무가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라서 정규직 전환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를 노무도급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단순히 전문적인 업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해서는 안되며 민간회사가 고가의 시설·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정규직 전환 예외라고 명시해 두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김용균 사회적타살 책임자 처벌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발전회사가 하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주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 민간위탁을 장려해 온 경우 정규직 예외사유로 정해 놓았는데, 발전회사들은 이를 근거로 발전소 사내하청 민간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발전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고 작은 30여개의 민간회사가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를 도맡아 하고 있으며 그 인원은 5302명이다. 이는 발전5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의 44%에 해당한다. 따라서 발전회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의가 속도를 내려면 발전산업의 민간 개방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 업무가 민간에 위탁되어 있으나 이들 업무가 국민의 생명·안전업무와 관련되어 있기에 파업권이 제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료운전의 경우 필수유지율이 100%로 파업이 불가능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한 업무를 과연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철도, 도로, 발전 등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에서 간접고용의 남용이 어떤 사회적 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절감도 좋지만 각종 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면, 그리고 누군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경제적 이득보다 사회적 손실이 크다.

김용균씨의 죽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약속대로 정규직화 논의를 재개해 조속한 시일 내에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실현하는 것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늦었지만, 정부와 발전5사는 정규직이 되길 바라고 열심히 일했던 고 김용균씨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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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엄마에게 남편이었고 아들이었고 가장이었고 대들보였다. 니가 엄마 꿈에 나타나서 나비가 되어 펄럭거리고 날아갔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꽃피거라.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해라.”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과 떠난 강릉 여행에서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서울 대성고 ㄱ군 어머니의 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눈물을 삼켰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던 아이의 죽음.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당한 어머니는 더 좋은 부모를 만나기를 기도했다. 아들은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도 합격했다고 했다. “아빠도 아프고 누나도 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자기가 다 보살피겠다고 했어요.” 그 슬픔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내 가슴은 그럼에도 너무 아렸다.

연말이면 다가올 내년 계획을 일부러라도 거창하게 그려보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크리스마스 때마다 울려 퍼지는 예수 탄생의 의미는 올해도 현실과는 멀기만 하다. 차라리 퇴근 버스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 멜로디 속 가사가 울적한 마음을 달래줬다.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일어나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한때는 사회를 바꿀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내가 쓰는 기사에 ‘권력 주변’의 사람들은 즉각 반응했다. ‘내 작은 능력으로 큰 변화를 줄 수도 있겠구나.’ 기자가 됐음을 너무도 고맙게 여겼다. 더 가열차게 매섭게 기사를 쓰면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더 빨리 올 것 같았다. 그러나 20년 넘게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세상의 모습은 여전히 아니다. 세상은 그게 당연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게 나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많이 사람들이 원하는 일은 왜 신기루처럼 아른거리기만 할까.

지난해 12월13일자 이 칼럼난에 현장실습에서 다쳐 사망한 당시 19살 이민호씨에 대해 썼다. “곳곳이 ‘세월호’이고, ‘구의역’이다. 소중한 아이들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SOS를 보내는 학생들을 우리 사회는 온전히 구할 수 있을까. 차별과 서열, 불평등이 고착화한 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맺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현장 점검을 하던 김용균씨는 스물넷 나이에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 근무 규정은 비용 절감이라는 원칙 아래 지켜지지 않았다. 발전소 측은 사고를 인지한 후 5시간 동안 경찰과 병원에 알리지 않고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발생 닷새 만에 사과문을 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한 컵라면은 서글픈 유품으로 남겨졌다.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19세 노동자 사고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정치권과 정부는 누군가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움직였다. 구의역 김씨의 사망 사고 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는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10개월이 지나서야 여야가 이를 논의한 것은 김용균씨 사망이 계기였다. 그나마 “용균이와 같은 아이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호소가 있었기에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기득권의 저항을 헤쳐나갔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운전자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석달 만에 이뤄냈다. 국회가 십수년간 못한 일이었다. 고인의 중·고등학교 동창부터 대학 친구 10명은 슬픔에 젖어있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 “어느 날 다 같이 침통하게 병원에 모여있는데, 누군가 ‘창호라면 이럴 때 당장 피켓 들고 국회를 찾아갔을 텐데’라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창호는 부당한 일, 억울한 일이 생길 때 좌절하기보다 그걸 변화의 계기로 삼을 사람이 분명하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창호라면 했을 일을 대신 하자.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슬픔보다 행동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은 언제나 세상을 바꿔왔다.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일상과 노력이 비범한 세상을 여는 열쇠임을 다시 깨닫는 연말이다. 지금 당장 속단하기는 이를지 모르지만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안간힘,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변화는 시나브로 온다.”

※이 글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프레시안,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 매체의 기사들을 참고·인용하였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척박해지는 언론 환경 속에서 세상을 바꿀 사실을 찾아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의 노고에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재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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