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다. 2009년 이래로 10년 동안 근 1000만명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바보 노무현’을 그리고, 그가 품었던 이상에 공감하며, 그가 남긴 뜻을 계승하려는 열망은 강산이 변할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오히려 강렬해지고 있다. 이름 석자보다 ‘노무현정신’ ‘노무현가치’로 끝없이 현재에 소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가 추구했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이 여전히 시대정신으로 살아있다는 의미일 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씨가 청와대 안팎 공식·비공식 일정을 촬영한 미공개 사진 30여점을 경향신문에 단독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다음날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무등산 등산 도중 휴식을 취하며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들은 경향닷컴(kyunghyang.com)에서 볼 수 있다. 사진가 장철영씨 제공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참여정부 3대 국정방침에 집약돼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모두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가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정부 수립 이후 70년 동안 이어온 시대적 과제다. 그랬기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평화가 위협받을 때 ‘노무현정신’이 재조명된 것이다.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극성을 부리고 반동의 기운마저 스멀거리는 2019년, 노 전 대통령의 ‘통합’ 정신이 주목받는 것 역시 시대적 요청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대통령은 여러 분열과 갈등을 해소해 국민을 통합하는 걸 필생의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질적 분열의 토양인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었고, ‘너 죽고 나 살기 식’ 정치를 바꾸려 대통령의 권력까지 내놓는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통합의 길은 정파를 가리지 않는 갈등 봉합 수단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정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 ‘공존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 개혁안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결정치를 부추기고 지역구도를 재생산해내는 구조를 완화시킨다. ‘대연정’ 제안의 핵심인 선거제 개혁이 이제야 불완전하나마 이뤄질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5·18 망언과 ‘좌파독재’ 타령에서 보듯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퇴행적 행태는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던진 마지막 메시지가 된 검찰개혁은 관련 입법이 가까스로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흔들리고 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위해 기득권과 온몸으로 맞섰던 ‘바보 노무현’이 더욱 절실해지는 까닭이다.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이 내건 화두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노무현’이 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10주기 23일, 봉하마을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새로운 노무현’ 다짐으로 가없이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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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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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후임 민정수석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부실인사로 인해 반복되는 국정공백과 차질, 혼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지 나흘째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의 해명은 실망스럽지만, 이런 입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보편적 인식이라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지명 철회를 한 조치와도 모순이요, 인책론을 피하려는 항변이라 해도 시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닥칠 정국경색과 국론분열이 불 보듯 뻔하다. 걱정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이 11명에 달한다는 건 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하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민심을 헤아려 적임자를 찾는 방법이 무엇일지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정파를 뛰어넘는 여론수렴과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는 여론이 차갑게 식고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있음을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4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잘못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문 대통령은 아직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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