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03.19 [기고]‘마음이 부시게’ 살아야지
  2. 2019.03.13 [공감]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생략된 삶

시니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시청하며 마음이 부셔서 행복하다. 이 드라마는 시간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간을 버린 남자가 같은 시간에 살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대기업 사장이나 세상을 휘두르는 권력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미장원을 하는 엄마, 택시기사를 하다가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고 의족을 사용하게 된 후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아버지, 직업 없이 무위도식하며 컴퓨터 앞에서 1인 방송을 하며 별사탕을 위해 엉뚱한 행동을 하는 오빠, 자장면을 배달하는 친구들, 성공과는 거리가 먼 무명가수 등 우리 서민들이다.

홍보관이라는 노인유치원에서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노인들을 이용하여 돈을 버느라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재미와 함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한때는 재산도, 지위도 있었지만 남편이 죽은 후 미국으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집을 팔고 자신은 모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면서도 홍보관 노인들과 어울리기 싫어 까칠하게 구는 샤넬할머니는 아들의 배신을 확인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장례식장도 아들이 아닌 할머니의 죽음으로 조사를 받던 운 나쁜 남자가 지킨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화장터로 가는 마지막 골목길에서 영정을 아들이 들고 나가게 설정하여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일흔여덟 김혜자의 몸에 스물다섯 한지민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늙음’에 대한 독백을 담은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극중 혜자와 젊은 친구들의 교감은 편견 없는 사회에서라면 세대 간 우정과 연대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JTBC 제공

홍보관 사람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효도관광을 가장하여 사고를 내려 한다는 사실을 안 25세 할머니인 주인공 혜자는 구출 작전을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아무리 늙었어도 잘할 수 있는 장점은 누구나 한 가지씩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내를 받지 않으면 이동이 어려웠던 시각장애 할아버지는 정전이 되자 눈 뜬 사람들보다 훨씬 활발히 움직였다. 흰 지팡이로 바닥을 탁 치면 방의 위치나 방 안에 사람이 있는지도 알아냈다. 시청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것을 전문용어로 에코로케이션(eco-location)이라고 한다. 이것은 소리의 반사를 통해 주변 공간의 상태를 지각하는 감각체계이다.

워커를 사용하는 할머니가 악당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등 구출 작전에 민폐가 될 것 같았던 노인들도 마음을 모으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세종대왕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관현맹인에게 벼슬을 주며 한 말이 생각난다. 바로 ‘세상에는 버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서히 늙어가기 때문에 젊음을 서서히 잊어버리지만, 하루아침에 늙어버린 주인공은 젊음이 얼마나 에너지 넘치고 아름다운지를 절감하게 된다. 젊음은 눈부심 그 자체이다. 이 찬란한 젊음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실업의 늪에 빠져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할머니를 25세로 만든 것은 알츠하이머였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이다. 할머니는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였다.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그 모든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 노인이 많아질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요양원으로 격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는 치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노인은 처음부터 노인이 아니었다. 노인에게도 눈부신 젊은 날이 있었다. 주인공 혜자는 “너희도 늙어봐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하던 말인데 이것은 경험해야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경험해보지 않고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눈부신 시절이 지나면 마음이 부신 시절이 온다고 생각하면 노년이 덜 외롭고 덜 초라하지 않을까?

<방귀희 |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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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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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다 보면 한 번은 콩쿠르에 참여하게 된다. 큰 상을 받았다고 대단한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떤 기회가 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노력한 아이들에게는 분명히 성취감일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취미로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이 어떤 형태로라도 무대에 선다는 경험을 가져보는 일이 쉽지는 않아서 그 경험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일단 지불하는 비용이 적지 않고, 그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경험 치고는 시간이 너무 짧다. 대개의 콩쿠르 평가 연주는 1분을 넘기지 않는다. 길면 1분30초다. 평가는 전문가의 영역이니 내가 평가 시간의 타당함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런데 평가가 그런 방식이다 보니 1분30초까지만 연습하고 참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설마 그럴까 했는데,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참가자들이 모여서 전곡을 연주하는 우수연주자 연주회를 구경하다가 그 말을 이해했다. 콩쿠르에 참가했던 곡을 다시 연주하는 경우조차 대부분 그때 들은 곡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1분30초 그 이후가 전혀 다른 곡이었다고 해야 하나. 물론 곡 전체를 고른 수준으로 연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뒷부분을 마저 보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런 연주회를 보면 궁금해진다. 짧게는 3분, 길게는 5분짜리의 곡에서 1분30초의 기량은 무엇을 의미할까. 끝내 보일 수 없는 나머지 시간의 노력에 대하여 아이가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소설을 처음 배울 때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첫 문장의 중요성’이다. 효과적이고 적절한 첫 문장이 소설의 흡인력을 높인다는 말일 텐데 이 말은 종종 어떤 소설이 좋은지 아닌지는 첫 문장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로 바뀌어 전달되기도 한다. 조금 더 극적으로는 공모전 심사에서는 소설의 첫 문장만 보고 당락을 결정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첫 문장과 소설의 완성도는 무관하다. 시작은 창대하나 나중은 미약한 소설도 있고, 시작은 초라한데 결말에 울림이 있는 소설도 있고, 시작도 결말도 딱히 특색은 없으나 보석 같은 몇 개의 문장을 품고 있는 소설도 있다. 물론 그 어디에도 빛나는 대목 하나 없는 소설도 슬프지만 있다. 나는 심사를 맡게 되면 주어진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편이다. 기본도 안되어 있다 싶은 작품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읽는다. 내 앞에 놓인 소설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그 소설을 쓴 사람의 삶으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 한 편을 기어이 끝낸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혹시 만날지도 모르는 어떤 빛나는 문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빛나는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쓰인 작품을 읽는 일은 당연히 즐겁지만 전체적으로는 엉성하고 보잘것없는 글 속에 숨겨진 주옥같은 문장을 발견하는 일은 뭉클하다. 어떤 삶이든 소중한 무언가는 있고, 그러므로 어떤 삶도 함부로 생략하거나 건너뛰어서는 안된다는 내 믿음에 대한 방증 같아 나는 비효율적인 읽기를 멈출 수 없다. 

‘눈이 부시게’ 한 장면. 사진제공 JTBC

중요한 순간을 되돌리려다 25세에서 70 노인이 된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나는 그런 이유로 몹시 애정하며, 실은 슬퍼하며 보고 있다. 드라마 초반부에 25세의 빛나는 청춘이 돌연 노인이 된 설정이 마치 높은 실업률과 지독한 경쟁 속에서 이미 늙어버린 요즘 청춘에 대한 은유 같아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요즘은 청춘을 건너뛰고 늙어버린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생략된 삶’에 대해 생각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몇 십년을 건너뛰어 나이를 먹은 주인공의 삶은 누가 봐도 생략되었지만,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꿈도 미래도 없이 표류하는 주변 인물들의 삶은 아무것도 생략되지 않은 온전한 삶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살아야 온전한 완성일까. 어쩌면 나도 이미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생략되며 살아온 삶은 아닐까 그런 슬픔이 드는 것이다.

<한지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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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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