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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3 [편집국에서]로스쿨이 보내는 신호

이것도 하나의 신호로 보인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주최 집회에 참여했다고 한다(경향신문 4월26일자 12면). 합격률을 높이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7년 12월 일이다. 지난달에는 한 로스쿨생이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앞에서 삭발을 했다. 그는 며칠 뒤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장을 찾아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의 요구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달라는 것 하나였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대까지 떨어지고, 이른바 ‘오탈자’(5년·5회 제한에 걸려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박탈당한 로스쿨 졸업생)가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6일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로스쿨생들의 외침 때문인지 합격률이 50.78%를 기록, 첫 시험 때의 87.15%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처음 반등했다. 로스쿨생들의 목소리도 잠시 주춤하다. 하지만 내년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2009년 3월 도입돼 어느덧 10년 넘긴 로스쿨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로스쿨을 왜 도입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을 테니까.

4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대한변협(왼쪽)과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동시에 집회를 열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이 발언하는 동안 로스쿨 학생들은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로스쿨 도입에 대해 내가 처음 들은 때는 1994년 어느 날이다. 서울대를 출입하면서 교수 연구실을 돌아다니다가 법대 교수이던 박세일 전 의원(1948~2017)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1년차 기자인 나에게 친절하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해주던 그가 갑자기 “한국에도 로스쿨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생각해본 적이 없던 질문에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자 “변호사 수를 늘려 국민들이 다양한 사법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시 낭인’을 없애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저 한 대학교수의 아이디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몇달 뒤 그는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5년부터 로스쿨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도입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로스쿨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야 도입이 결정됐다. ‘사학개혁 법안’을 포기하는 대신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입안됐고, 여야의 전격적인 ‘법안 딜’에 의해 통과됐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전 방송사와의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로스쿨에 대한 생각을 언급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기존 합격자가 (소수 학교에) 몰려 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만들었다. 획일주의, 사법부의 순혈주의를 벗어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들의 구상은 현실로 이뤄지고 있을까.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사법시험 당시 서울대를 중심으로 상위 10위권 대학의 비율이 절대적이던 것이 상당 부분 완화됐고, 저소득층 및 장애인 로스쿨 입학생의 비율도 제도적으로 5~10% 보장하는 것 등이다. 다수의 전문자격자 및 직장 경험자가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학부 전공의 다양화와 출신의 다양화도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과도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있다. 당초 자격시험으로 운영될 예정이던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처럼 변했다고 한다. 로스쿨에도 사교육이 만연하면서 갈수록 ‘금수저’들의 리그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고시 낭인’은 ‘변시 낭인’으로 부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겠다며 입학한 장애인 로스쿨생들은 비장애인과의 경쟁에 밀려 변호사의 꿈을 접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 로스쿨은 ‘희망의 사다리 걷어차기’ ‘개천의 용을 없애는 제도’로 불리고 있다. 

어디든 손을 봐야 한다. 논의는 기존 법조인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박세일 전 의원도 “(로스쿨 도입에)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었던 법조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는 물론 국회에서도 법조계 출신들이 대부분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로스쿨 제도 개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론화 방식을 적용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로스쿨 도입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을 부르는 목소리가 크다.

<김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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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