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121건

  1. 2019.01.25 [사설]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중해야 한다
  2. 2019.01.16 [사설]문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만남, 생산적 결과 낳기를
  3. 2019.01.11 [사설]‘혁신적 포용국가’ 제시한 문 대통령 회견, 성과로 말해야
  4. 2019.01.07 [사설]청와대 개편, 무늬만 쇄신돼서는 안된다
  5. 2018.12.27 [사설]문 대통령 주문한 혁신은 관행 혁파로부터 시작해야
  6. 2018.12.27 [이대근 칼럼]문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7. 2018.12.26 데드 크로스를 벗어나려면
  8. 2018.12.20 [사설]특감반 사태, 청와대 어설픈 대응이 더 문제다
  9. 2018.12.14 [사설]노동의 양보 없이는 경제활성화 어려운 건가
  10. 2018.12.12 [정동칼럼]정말 포용국가로 가고 있는가?
  11. 2018.12.11 [사설]홍남기 부총리 취임, 경제활력 되찾는 계기 되도록
  12. 2018.12.06 [사설]청와대 기강 해이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
  13. 2018.11.30 [사설]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에 담긴 ‘민심의 경고’ 새겨야
  14. 2018.11.14 [정동칼럼]연금보험료 1%의 마법
  15. 2018.11.09 [사설]국민연금 개혁, 힘들더라도 더는 늦추기 어렵다
  16. 2018.11.08 [사설]‘선거연령 18세 하향’ 더 미뤄서는 안된다
  17. 2018.11.06 [사설]협치의 제도화 첫발 뗀 여·야·정 협의체, 기대가 크다
  18. 2018.11.02 [사설]“함께 잘살자”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정책으로 성과 내야
  19. 2018.10.26 [사설]경찰의 뿌리는 임시정부, 경찰의날도 바꿔야
  20. 2018.10.24 [사설]한국당, 정부의 평양공동선언 비준 비판할 자격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을 찾아 “대전의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방 방문 때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선물’을 뿌려왔다. 지난달 13일 경남에서 남부내륙철도(사업비 5조3000억원) 예타 면제를 약속하더니, 지난 17일에는 울산에서 1조원 규모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충남을 찾아 “대전시와 충남도가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무분별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절차를 건너뛰는 예외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아무 꺼릴 게 없다는 기세다. ‘균형발전’을 내세웠으면 걸맞은 최소한의 적합성이라도 따지는 것이 우선일 터인데, 광역자치단체별로 숙원사업 하나씩을 해결해 주는 선심성 ‘나눠주기’ 양태다.

정부의 논리대로 인구와 수요가 적어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의 특성을 감안해 ‘예타 면제’를 한다면, 경제논리를 보완하는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마땅하다. 실상은 단기적 일자리와 경기부양에 매몰되어 ‘삽질’ 토건의 빗장을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예타를 실시하면 엄두도 못 낼 대형 토건사업만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한 것이다. 현재 자치단체들이 제출한 예타 면제 신청 사업은 33건에 총사업비는 60조원에 달한다. 태반이 수천억·수조원이 소요되는 철도·도로 건설이고, 이미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도 거절된 사업들이다. 정상적 절차로는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들이 정부의 ‘시·도별 1건’ 방침에 무더기로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될 판이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예타를 진행조차 않고 정치논리까지 개입되어 추진된 토건사업의 결말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다. 대형 국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사업의 폐해가 증거다. “과거처럼 대규모 토건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정부다. 예타 면제가 단기적 경기부양을 겨냥한 토건사업 남발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타 면제가 필요한 사업이라도 반드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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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재벌총수, 중견기업인들과 청와대에서 만났다. 지난해 호프미팅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이번 간담회는 신년 초부터 이어온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의 일환이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간담회 슬로건이 말해주듯 경제활성화와 규제혁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면서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번에 불참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 대부분이 참석하는 행사가 됐다. 간담회의 방점은 ‘청와대와 기업 간 소통’이었다. 청와대는 ‘기업 기살리기’를 통해 생산적인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간담회 행사는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됐다. 또한 사전에 기업으로부터 질문도 받았고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답을 했다. 민원 해결의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들이 가감없이 제기됐으며, 정부가 상당 부분에 대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뒤 참석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내부를 산책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업들은 과거 자신들이 제기한 규제혁신 정책들이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캐비닛에서 잠자는 사례가 허다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말할 때뿐이고 변한 것은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건의나 개선사항에 대해서 관련부처가 사후에도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행상황을 꼼꼼히 챙겨 결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앞으로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한국 경제를 받치는 수출은 힘을 잃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경제활력의 기폭제인 투자도 부진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기도 생기가 돈다. 정부가 기업과 만나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가 경제활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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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문의 대부분을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 문제에 맞추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총 35차례 언급됐다.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는 9번 등장했다. 지난해 경제운용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국정을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두 축으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력투구 의지가 보인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혁신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갖추고, 사회안전망·고용안전망 등을 통해 ‘다 함께 사는’ 나라, 즉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 동안)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주춧돌인 규제개혁은 방향타를 잃었고, 혁신속도마저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을 외면하면 안된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 혁신은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올해 겨우 첫걸음을 뗐다. 올해에는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들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고소득층일수록 실질소득이 많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실질소득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이다. 이 정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이들을 궁핍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도 이익충돌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 규제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광주형 일자리 등 하나같이 폭발성이 높다. 최선은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의 접점이 보이지 않을 때 책임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년 회견이 경제 분야에 집중되면서 대야 관계를 포함한 협치와 통합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개각 구상,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 파기 등 관심 사안도 다뤄지지 않았다. 짧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다양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3년차를 맞는다. 재임기간의 3분의 1이 흘렀다. 올해 문재인 정부는 성패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우리 앞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옳았다는 것을 성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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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금명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김수현 정책실장 등 정책라인을 교체한 만큼 이번 개편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정무·홍보라인이 주축이 되고, 안보라인도 일부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개편 시기를 앞당긴 것은 국정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악화일로의 국정 동력을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과”라고 천명한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는 물론 개혁에서 성과 중심의 국정운영 의지를 청와대 인사를 통해 내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희의에 앞서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러려면 청와대 개편은 규모에서도, 내용적으로도 과감해야 한다. 시늉만 내는 인사로는 쇄신의 효과를 내기 힘들다. 야권의 사퇴 압력이 집중된 조국 민정수석은 사법개혁 과제 때문에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상에 오른 비서실장과 정무·홍보라인의 혁신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참신하면서도 경륜 있는 인물, 특히 1기 참모진의 약점으로 꼽힌 소통과 ‘협치’ 역할을 배가시킬 인물을 폭넓게 발탁해야 한다. 사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사태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기획재정부 전직 사무관의 폭로가 청와대 외압 시비로 확산된 데는 소통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대화를 기피하며 독주를 거듭하니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게이트 수준의 참사로 비화되는 것이다. 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은 대통령과의 소통 못지않게 시민사회와의 소통, 국회와의 ‘협치’를 중시하는 인사이길 바란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청와대가 국정 전반을 틀어쥐고 과도하게 내각을 통제하는 바람에 정부 부처가 청와대만 쳐다보게 만드는 구조도 바로잡아야 한다.

집권 3년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민생에서도, 개혁에서도 성과를 낼 마지막 기회다. 과감하고도 감동적인 개편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의 희망을 되살리는 2기 청와대 진용이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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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전통 주력 제조산업을 혁신해 고도화하고 그것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대단히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남이 먼저 선도적으로 만든 기술을 응용하는 등의 ‘추격형 경제’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해 산업화로 이끄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중소기업 혁신도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전통 주력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 이후 1년 만이어서 이날 회의는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주요 업종별로 산업계·학계·노동계·정부의 대화채널인 가칭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김 부의장은 특히 “노조의 불법 행위가 좀 과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일부 있고, 적폐청산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기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과 기존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넘어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 혁신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재벌개혁이 절실하다는 의견 등도 나왔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저고용의 고착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생태계의 대변혁,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부상 등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과거 몇몇 대기업 중심의 추격형 경제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다. 새로운 혁신전략은 기존의 관행을 혁파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통 주력 제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아래’로부터의 혁신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 노사 관계의 혁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혁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고, 혁신이 성과를 내는 데는 더더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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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던 신성(神聖)이 벗겨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지도자라는, 특수한 정치적 지위를 누렸다. 촛불과제의 실현이라는 신성한 사명을 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시민들이 응원하고 지켜줘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 사명은 웬만한 잘못에도 비판하기보다 격려해줘야 할 만큼 중한 것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아닌, 시민 뜻을 진정으로 떠받드는 정부가 탄생했다는 벅찬 감동의 발로였다. 햇수로 집권 두 해째를 마감하는 지금, 신성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정부는 오락가락하며 중심을 잃더니,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확대 혼선 끝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핵심은 재벌 민원을 들어주더라도 경제 활력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재벌개혁은커녕 재벌 중심 성장론으로 후퇴했다고, 다른 쪽에서는 섣부른 개혁으로 경제를 흔들어 놓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각각 다른 이유로 비판을 했다. 정책 기조에 변함없다고 하지만 기조를 지킬 자신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기 경제 사정이 나빠도 견고한 중장기 경제구조 개혁을 착실히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면 어땠을까? 이왕 정부를 응원하기로 한 이상 시민들은 당장 불만스러워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집 저 집 불 끄러 다니는 소방차처럼 분주하기만 했다. 이런 정부를 믿고 차분히 기다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기득권자처럼 행동했다.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을 때 변명을 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시민들은 항상 정치개혁 주체로 나섰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정치개혁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면, 그것은 무오류가 아니라, 오류를 대하는 태도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특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은 야당, 노동계, 지식인사회, 언론 가릴 것 없이 호통치고 가르친다.

미꾸라지, DNA, 불순물이니 하는 청와대 어법은, 청와대는 그 순정성으로 인해 무얼하든 스스로 정당화된다는 자기 확신에 차 있음을 드러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고, 야당과의 협치 없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문재인 모델’이 실패했다. 국정 지지보다 비판이 많아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지율 급락의 비용을 치르면서 해낸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쓴 <청와대 정부>는 문재인 시대의 유행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권력 집중은 결코 촛불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런 현실에도 문 대통령이 순수성과 선의에 의지해 계속 홀로 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다.

문재인 모델을 다른 말로 번역하면, 국정 협력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고, 반대세력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라 키우고, 그로 인해 고립을 자초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역대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지켜본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성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 개각도 해봤다. 정책실장, 경제부총리도 교체해봤다. 정책 수정도 해봤다. 그래도 시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청와대를 개편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다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신호는 모두 하나를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변화다.

성공을 하려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국정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행정부·민주당으로, 소수파 정부를 야당이 참여하는 다수파 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타협할 것은 하되,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개혁을 할 수 있다. 이건 무슨 비법도 아니다. 여소야대 정부로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야당을 찾아 “5년 내내 이렇게 야당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당과 소통만 잘해도 성공한다고 응대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 야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와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요즘 촛불의 꿈은 아득하고, 집권세력은 촛불이라는 껍데기를 짊어지고 가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중진과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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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크로스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한편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 이전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후 여론지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성장담론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론자들이다. 안보나 성장보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보통 절반 가까이 나오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5% 내외에 그친다. 성장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면 지지는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중시하는 정책을 분석해보면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은 딱 두 가지, 안보와 성장이다. 다른 건 시원치 않아도 이 두 가지만 잘할 것처럼 보이면 지지해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중시하는 정책은 열 가지쯤으로 나뉜다. 그런데 그중 한두 가지만 못하면 지지를 철회한다. 대학입시로 치면 한국당은 국·영·수만 잘하면 되는데 민주당은 전 과목을 잘해야 하는 꼴이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 과목을 시험 치더라도 국·영·수의 배점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정책에서 경제성장이 거의 50%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러니 성장담론을 장악하지 못하면 안정적 지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가 착착 놓여간다는 희망을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

(출처:경향신문DB)

둘째, 고용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했다는 일자리 상황판이 아직도 있다면 고용노동부 장관실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기술 변화와 인구 변화 양쪽을 모두 고려할 때 고용에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꿀잼’이다. 자기들이 집권을 했을 때도 못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분기별·월별 통계까지 들이대면서 호통을 쳐대기에 딱 좋고 반론을 해봐야 변명처럼 들린다. 진정성은 높이 사고 싶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까지 혼자 감당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세대별 평가를 보면 그나마 20대의 긍정평가가 가장 높다. 취업난의 일차적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반면 이미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기성세대가 고용노동정책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양상에 가깝다. 단기 성과의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구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고용 한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장기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셋째, 20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져서 데드 크로스를 주도했으며, 그것은 젠더갈등 때문이라고들 한다. 틀렸다. 20대에서 젠더 갭이 25%포인트 크기로 벌어진 것은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였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친남성 정책인가? 젠더갈등이 원인이라면 친남성 정책은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 아닌가? 사태의 원인을 젠더갈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진단이다. 20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유권자 집단이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한 예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 뜻밖에도 아직 부동산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20대가 크게 반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집값을 낮추어서 서민과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20대의 관점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는 어차피 없다. 그런데 투자는 왜 못하게 하나?” “자기들은 부동산으로 한 밑천 장만했으면서.” “어차피 안정적 일자리도 없는 시대인데 우리는 ‘투자하는 인간’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 희망이 없다.” 고성장 시대의 정의가 저성장 시대만을 살아온 20대에게는 불의로 비치는 것이다. 오래된 정의와 새로운 정의의 교차지점을 수구 정치 논리가 파고드는 것이 젠더갈등의 한 가지 기반이다. 제로섬의 젠더갈등이 아니라 다각화된 전선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 한 해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릴 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2020년은 총선 정국에 휘말릴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총선 이후는 예측불허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21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는 골든 크로스 소식을 접하고 싶다는 덕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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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특감반에 있다가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 수사관은 이번엔 도로공사 사장의 납품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거의 매일 입맛에 맞는 신문·방송사를 골라 e메일과 입장문을 보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여권 실세들에 대한 첩보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하루 한 건씩 터져 나오는 폭로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청와대는 맨 처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런데 ‘미꾸라지의 분탕질’을 방치하고 막지 못한 건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첩보보고를 계속 올려 엄중 경고했다지만, 그런 후에도 활동을 계속했다. 청와대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수사조차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인 공항철도에 대해서는 “공기업인 줄 알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도로공사 사장 비위 보고서는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비위 의혹이 있다면 첩보 생산자 거취와 무관하게 진상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지금 나라 안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대변인은 수사관 한 명의 폭로에 반박을 거듭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다. 마치 6급 수사관과 청와대 간 정면 대결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참으로 볼썽사납고 안타깝다. 이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세간의 관심에서 뒤로 밀려났다. 청와대는 특감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특감반에서 ‘특별’을 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그게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에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남김없이 털고 가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법적 조처와 별개로 특감반 활동에 실수가 없었는지, 위기 관리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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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나 고용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조선·철강 산업 등 산업기반 약화와 신흥국의 추격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으로 근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노동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 확대’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앞세우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반을 지나면서 노동정책은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나 약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및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선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재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의 양보 없이 경제활성화는 어려운 일일까. 고용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노동계의 고충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노동 존중’ 아닌가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첨예한 현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재삼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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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운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시작은 뭉클했다. 취임 3일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며칠 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역사에 남을 감동극이었다. 대통령과 유족의 포옹에 모두가 울었다. 아픔을 보듬은 눈물, 이제 나라가 제대로 가겠구나 하는 벅참의 눈물.

1년 반이 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아래까지 내려갔다. 주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고대하는 사람들이다. 머뭇거리는 민생 정책을 한탄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떠오르지 않고, 묵직한 발걸음도 보이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주창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 분야를 포괄하는 ‘포용국가전략회의’도 개최했고, 포용과 혁신의 가치를 지닌 비전과 전략도 발표했다. 얼마 전 OECD는 포용국가론의 첫 사례로 한국을 연구하겠다고 말할 정도이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1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회 및 대통령자문위원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각 위원회의 업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그렇다. 포용국가 문서에는 시대가치를 담은 단어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아 보인다. 촛불정부가 내세운 국가비전이라는데 왜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

지금부터 10년도 더 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비전 2030’을 제시했다. 비록 임기 후반에 나오고 재정방안이 없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도달할 미래상과 경로를 담았다. 반면 포용국가에는 우리가 살 집의 조감도도, 그곳을 향하는 로드맵도 없다.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축적했을 문재인 정부이기에 어디엔가 마련했으리라 생각했건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새로 진용을 갖춘 청와대 정책실이 내년까지 수립한단다. 아, 아직도 만드는 단계라니.

좋다. 국가비전은 단지 방향이라 치자. 중요한 건 나라꼴을 제대로 갖출 실제 정책들이다. 우선 일자리정부라고 자처했으니 이 분야를 보자. 현재까지 성적은 좋지 않다. 원래 고난도 과제이기에 재촉해서 이룰 일은 아니다. 관건은 내실을 다진 계획이다. 공공부문 몇 개 영역을 합산해 81만개 일자리를 공언하고, 일자리 동향을 대통령 집무실 전광판으로 점검하겠다던 초반의 어설픔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초단기 인턴마저 동원하는 무리수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그제 청와대 회의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에 포용국가 철학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근로장려세제, 아동수당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물론 복지 확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기엔 집권 초반에 고삐를 놓친 교육, 부동산정책이 뼈아프다. 월 10만원 아동수당이 도움을 주겠지만 높은 사교육비, 주거비에 휜 허리까지 펴지는 못한다. 노후불안을 대비하는 연금개혁도 오리무중이다. 5년 주기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오래전에 정해진 일이고, 결과도 예상대로인데도 아직도 정부 개혁안은 윤곽조차 알 수 없다.

재정 분야도 실망스럽다. 100년을 이어갈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재정개혁특위가 발족했지만 상반기에 종합부동산세 개혁안을 권고한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다. 기획재정부 견제 아래서 맴돌다 내년 초에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간판을 내릴 모양이다. 또한 재정정책의 위상을 높인다며 청와대에 재정기획관을 신설하고서도 올해 봄에 열린 재정전략회의는 오히려 요식행위에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정에 ‘전략’을 담자며 심혈을 기울였던 회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게 형식화되어 버리다니. 심지어 올해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담긴 5년 후 조세부담률 목표는 20.4%이다. 이미 작년에 도달한 20% 선을 넘을 의사가 없다. 지금 수준의 재정으로 새로운 나라가 가능하다는 건가.

비교되는 분야는 보건의료 쪽이다. 국민건강보험 체계에서 핵심 문제인 비급여에 정면 대응하고 의사들과 일전을 불사하는 뚝심을 보였다. 시민단체 눈높이에선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청사진이 분명하고 무언가 진행되는 움직임이 전해온다. 문재인케어라는 브랜드를 얻을 만하다. 탄탄한 준비, 담대한 추진력이 승부수임을 알려준다.

내년이면 어느새 3년차. 남북관계와 문재인케어처럼 여러 민생 분야에서 새로움을 보고 싶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화국을 열망하며 시민들이 무혈혁명으로 만든 정부이지 않은가. 대통령은 당선 첫날 현충원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를 적었던 심정으로 민생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꿈이 컸던 만큼 역사적 평가가 호될 수 있다. ‘기대의 역설’을 두려워해야 한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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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본격 출범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투자 등의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소득격차는 확대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여건까지 악화되면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라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고, 진보진영은 개혁이 후퇴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어 정부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2기 경제팀을 이끌 홍 부총리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류효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 부총리는 무엇보다 싸늘해진 경제심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호전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체감경기와 직결된 고용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존 주력산업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의 하나인 혁신성장이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혁신경제로 나아갈수록 소득격차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혁신경제의 흐름에 올라탄 소수는 소득이 늘겠지만 그러지 못한 기존 산업의 구성원들은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혁신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규제완화와 함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부(富)를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예산 중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지원과 관련된 부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기 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 노동계와 재계가 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것도 홍 부총리의 과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동계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부딪치며 타결 막판에 결렬된 상태다. 광주시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도 나서서 노동계와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난제들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주 발표될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홍 부총리가 제시하는 한국 경제의 희망이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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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라는 요지의 지시를 했다. 이어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청와대의 대처가 대체로 잘 이뤄졌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고강도 청와대 쇄신책을 낼 것이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미흡한 조치다. 매우 실망스럽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체코와 뉴질랜드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세번째) 등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수사관들의 일탈 행동이며,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의 대처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은 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경찰 수사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어 골프접대, 셀프승진 시도 등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고, 청와대 자체 감찰과정에서 이들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집단항명’ 사태를 일으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감반 전원 교체도 초유의 일이다. 한데도 청와대는 검경의 감찰결과를 지켜보자고만 할 뿐 쏟아지는 의혹에 함구로 일관해 왔다. 이렇게 파문이 커진 데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시인도 사과도 설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도 이런 느슨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 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2월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을 언급하며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 이 액자는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에 걸려있다. 문 대통령 말대로 현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과거 정권의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주력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공직자 기강을 감시하고 기강을 다잡는 당사자들이 되레 기강을 문란케 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잘못은 드러내고 일벌백계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지금 시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스스로에게 추상처럼 엄격한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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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인 48.8%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9주 연속 하락해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부정 평가는 45.8%에 달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3.0%포인트에 불과해 이런 추세라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한 모양이다. 지지율 하락의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우호적이었던 50대 장년층도 부정평가 우세로 돌아섰다. 지지율 하락세가 구조화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지지부진한 개혁,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내부 분열 등이 중첩돼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얼미터는 “고용과 투자 등 경제지표가 몇 달째 저조하게 이어지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적폐청산’을 제도화로 이끄는 개혁 작업이 부진한 데다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 ‘혜경궁 김씨’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을 약하게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의 주변 지지층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의 성과 부족이 민심 이반을 추동하는 양상이다. 실제 ‘일자리정부’를 내세웠으나 성과는커녕 고용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양극화는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권이 정책을 실행하고 개혁을 추진할 힘을 부여받는 토대다. 지지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부정평가가 더 높아지면 그 추진력이 약해지고, 정책이나 개혁 수행은 더욱 어려워진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으로는 압도적으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힌다. 이제는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우선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각종 개혁을 추진해갈 동력도 쇠잔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외양만 부드러웠을 뿐 실은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대목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협치의 실종, 소통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까닭을 살펴야 한다. 얼마 후면 집권 3년차, 집권 중반기에 진입한다.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는 민심의 경고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의 자세와 방향을 벼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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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방안에서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란다.

당황스럽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재정계산은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대체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요청되고, 대체율을 상향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되돌려 보내다니.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는 순간 2015년 연금 논의가 떠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체율 인상이 내키지 않았으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막판에 청와대 반대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던 실무합의안이다. 작년 대선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50%를 거듭 주장하며 ‘2015년 국회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합의했던 내용’임을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보험료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대체율 50%, 보험료율 10%’ 방안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적어 의아해했지만,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소진연도가 2060년임에는 변화가 없기에 선택 가능한 조합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민연금에서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율 10%에 부응하는 필요보험료율이 약 4~6%이다. 대체율 50%를 제안하려면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떻게 ‘1%의 마법’이 나올 수 있었을까?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전반전에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후반전에는 급여를 받기만 하는 제도이다. 아동수당, 기초연금처럼 현세대가 세금을 내고 동시에 수당을 받는 일반 복지제도와 달리 국민연금에선 유독 재정구조에 시차가 존재한다. 보험료율·대체율이 한묶음으로 결정되어도 전반전에는 보험료율이, 후반전에는 대체율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2015년 합의안대로 가면 1% 보험료율 인상은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10% 대체율 인상은 가입자가 은퇴하는 30~40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현실화된다. 2015년 기준에서 2060년까지는 주로 보험료율 인상이 작동하는 시기이다. 1%만 올려도 소진연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유이다.

문제는 소진 이후이다. 이때는 수급자가 늘어나고 50% 대체율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에 재정 지출은 더 커지고 그만큼 미래세대의 짐도 무거워진다. 결국 마법이 아니었다. 재정구조의 시차가 낳은 착시일 뿐이다. 하마터면 전반전만 보고 재정이 괜찮다고 판단해 국가대사를 결정할 뻔했다.

혹시 대통령은 2015년의 마법을 떠올리고 있을까? 그래서 보험료율을 조금만 올리고도 대체율 50%가 가능한데 더 높은 보험료율 수치를 들고 온 복지부가 못마땅했을까? 지난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의 임명은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탠다. 김 수석은 2015년 당시 문재인·김무성 합의를 이끈 실무기구의 공동위원장으로서 ‘50%·10%’ 방안의 논리를 제공했던 당사자이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재정 시차에 대한 이해는 무척 중요하다.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각각 효과를 낳는 시기도, 연금액을 결정하고 실제 지급하는 세대도 다르기에 긴 시야에서 세대를 관통하는 인식이 요청된다. 늘 우리 세대 눈높이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는 까닭이다.

종종 등장하는, 설령 기금이 소진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현세대 편향을 보여준다. 적립금 없이 당해 보험료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은 전환 시기 앞뒤 세대의 재정 몫이 비슷해야 가능하다. 부과방식의 모범으로 소개되는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현재 우리와 비슷한 대체율에서도 대략 소득의 19%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서구에서 세대 간 연대의 열매인 부과 방식이 한국에선 현세대의 책임 회피 논리로 활용되니 말문이 막힌다.

대통령은 배려와 공평을 중시하는 분이다. 복지부안을 반려한 배경에는 서민 가계를 걱정하는 선의가 바탕에 있다 믿는다. 그 마음이 현세대 국민뿐만 아니라 미래 아이들까지 품기를 바란다. 초고령시대를 맞이하여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모양새이니, 대통령도 2015년의 기억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구조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하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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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개혁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개혁안을 반려했다. 당초 복지부는 자체 마련한 개혁안을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여론을 수렴한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혁안을 공개하기도 전에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국민연금 개편 작업이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보험료율 인상이 제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개혁안에 담긴 보험료율 인상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경기 침체로 생활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는 복지부의 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 3.49% 인상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청회를 눈앞에 두고 연금 개편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저부담·고급여 체제로 설계됐다. 처음 70%였던 소득대체율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조정으로 40%로 인하됐다. 3%로 시작한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이 지나치게 낮아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어렵고, 납부 보험료도 적어 연금재정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에 변화가 없다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연금재정 안정 및 노후소득 보장 방안으로 소득대체율 45~50% 상향 조정, 보험료율 12~15% 인상안을 이번 개혁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이후에는 노후소득 보장 확대를 누누이 강조했고,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도 명문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금재정의 안정이다.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 외에 다른 묘수가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보험료 인상을 말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물러설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연금 개혁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을 시도하다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손을 턴 무책임한 보수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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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의 숙제로 남아있는 ‘선거연령 18세 하향’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하면서다. 선거연령 하향은 그간 찬성 입장을 보인 다른 4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당이 선거연령 하향 논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어제 3차 회의가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마침 정개특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런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관련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선거연령을 19세로 묶어두는 것은 참정권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선거연령이 19세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즉에 선거연령 하향 권고의견을 냈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밝혔다. 정치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척박한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만 18세는 취업과 혼인, 운전면허 취득,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을 할 수 있고 병역 의무자로서 군입대가 가능한 연령이다. 국방, 교육, 납세, 근로 등 국민으로서 주요 의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할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적 의견들이 미래의 정책 결정에 더 반영되어야 할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더 넓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옳다.

‘선거연령 18세 하향’ 논의에 참여하기로 한 한국당은 더는 목전의 작은 이해에 급급해 시대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번 정치개혁특위에서 무엇보다 선거연령 하향 문제를 논의해 입법화의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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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오찬을 겸한 만남은 2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할 말을 다 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한 뒤 성의있게 답변했다고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상황이 급박하고 엄중하다는 데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며 “첫 출발이 좋다”고 했다.

모처럼 발맞춘 국회·정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회동 테이블에는 한반도평화, 경제 활성화, 탈원전, 채용비리, 선거제 개편 등 최근 여야 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 현안 대부분이 올랐다. 여야는 회의가 끝난 뒤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며 총 12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초 자기 주장만 내세운 채 알맹이 없이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이다.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혁신 신속 추진 등 2개항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이렇게 하면 된다. 시각차가 클수록 대화가 필요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것이다.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향후 국회에서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반대하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모처럼 여야가 시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기조를 잘 이어가면 그동안 말만 무성하고 진척이 없었던 협치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본다. 남은 과제는 회동에서 나왔던 말들이 결코 구두선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는 구체적으로 실천됐을 때만이 가치가 있다. 이 중 일부는 원론적 합의일 뿐 실무 추진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공감한다면 작은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 간의 두 번째 월례모임도 열렸다. 비록 주요 쟁점에서 의견 일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다. 회동 한 번으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차가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논의할 게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고 했다.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치의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첫발을 뗀 여·야·정 협의체가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고 국정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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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일 국회 시정연설은 지향점이 분명했다. 심각해지는 경제, 민생 문제의 해법으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포용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인, 보수야당 등에서 요구해온 정책기조 전환은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극화 문제 해결을 경제 분야의 급선무로 내세웠다.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역대 정부도 인식해 복지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존의 성장 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양극화 해결 방법으로 대증요법이 아닌 경제적 체질 개선이라는 근본 처방을 제시했다. 심화되는 불평등이 지속 가능을 위협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면에서 온당한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경제기조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힘겨운 분들도 생겼다”면서 “그러나 ‘함께 잘살자’는 정책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려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으로만 치부하기엔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 때보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했다. 경제와 민생의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로 받아들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에만 정책을 올인하지는 않았다. 시정연설 중 ‘경제’를 27번 언급한 문 대통령은 포용(18번)보다 ‘성장’(26번)을 더 많이 언급했다. 실제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공급’ 중심의 정책인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를 곳곳에서 피력했다.

무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설파했다. 경기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2년 연속 초과 세수로 인해 재정 여력도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 최대로 늘어난 부문이 ‘일자리 예산’이다. 양극화 심화와 직결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확대하자는 취지일 터이다. 하지만 올해도 막대한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벌써부터 야당이 일자리 예산 대폭 삭감을 벼르는 이유이다.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와 함께 민간 영역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일으키는 실효적 정책이 제시되어야 매머드 일자리 예산안의 당위가 더 확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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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은 경찰의날이다. 해마다 경찰은 이날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현 경찰의날은 1945년 해방 후 당시 미군정(美軍政)이 경무국을 창설한 날에서 비롯됐다.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제정된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경찰의 뿌리는 1919년 11월5일 임시정부가 설치한 경무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당시 백범은 경무국이 임시정부 청사를 경비하고 주요 인물들을 경호하게 했다. 또 일제의 정탐을 방지하고 밀정을 찾아내는 등 경찰 조직으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치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73회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는 임시정부 김구 선생에 있다”고 했다. 이어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고 했다. 경찰의 효시가 일제강점기 이후 미군정기의 과도기적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헌법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적시돼 있다. 미군정 경무국이 창설된 날을 기준으로 삼는 현 경찰의날은 대한민국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최근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여러가지 제도·구조개혁을 준비하며 인권경찰, 민생경찰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친일 경찰’을 재기용한 것은 경찰의 대표적인 오욕의 역사 중 하나다. 이제 시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터에 경찰의 첫 시작을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로 바꾸는 것을 논의해 볼 때가 됐다. 정부는 지난 5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철도의날’을 변경한 바 있다. 경찰의날도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 회복을 위해 변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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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비준했다. 두 합의서를 비준함으로써 남북 간 교류협력에 안정성을 더해 남북 간 군사 긴장완화 조치를 이어가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을 부득이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반발했다.

순서로 보면 판문점선언이 국회에서 비준동의된 뒤 평양선언이 비준되는 게 바람직하다. 판문점선언이 시기적으로도 앞서는 데다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진행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은 불가피했다. 문 대통령이나 정부로서는 마냥 손을 놓은 채 상황이 풀리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북핵 협상이 더뎌지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비핵화를 추동하는 조치가 절박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0월1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평양선언 비준동의는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 알맹이에 해당하는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는 비준이 필요 없다고 하는 인식 자체가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여태 막아선 것도 모자라 그 하위 합의문의 대통령 비준까지 하지 말라니 이런 억지가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을 비판한 것도 말이 안된다. 그동안 6·15 남북공동선언이나 10·4 남북정상선언 등도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비준으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를 계속 문제 삼는다면 억지 주장으로 안보 불안을 조성해 당리를 꾀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교류협력 강화는 물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이 향후 한반도 군사 긴장완화 조치를 넘어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할 일은 더욱 분명해졌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비준 선후를 시비하지 말고 즉각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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