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133건

  1. 2019.07.02 [사설]과거사 문제에 경제 보복하는 일본, 대국 맞나
  2. 2019.06.18 [사설]윤석열 총장 내정자, 검찰개혁 소명 깊이 새겨야
  3. 2019.05.29 [사설]서훈·양정철 회동 어느 모로 보나 부적절하다
  4. 2019.05.15 [박재현의 생각]김수현과 어공들,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5. 2019.04.22 [여적]사마르칸트의 고구려인
  6. 2019.04.09 [사설]논란 속 김연철, 박영선 장관 임명, 업무로 자질 입증하라
  7. 2019.04.04 [사설]문 대통령, ‘인사 파문 수습’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워야
  8. 2019.04.03 [사설]4·3 71주년, 1년4개월째 표류 중인 특별법 개정안
  9. 2019.03.07 [사설]뒤늦은 미세먼지 ‘중국 대책’, 실효성 있게 진행해야
  10. 2019.03.04 [여적]‘빨갱이’ 유래
  11. 2019.02.27 [사설]갈등 치유에 중점 둔 사면, 의미 있지만 폭이 적어 아쉽다
  12. 2019.02.21 [사설]문 대통령 ‘남북경협 상응조치’ 제안, 트럼프 수용해야
  13. 2019.01.25 [사설]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중해야 한다
  14. 2019.01.16 [사설]문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만남, 생산적 결과 낳기를
  15. 2019.01.11 [사설]‘혁신적 포용국가’ 제시한 문 대통령 회견, 성과로 말해야
  16. 2019.01.07 [사설]청와대 개편, 무늬만 쇄신돼서는 안된다
  17. 2018.12.27 [사설]문 대통령 주문한 혁신은 관행 혁파로부터 시작해야
  18. 2018.12.27 [이대근 칼럼]문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19. 2018.12.26 데드 크로스를 벗어나려면
  20. 2018.12.20 [사설]특감반 사태, 청와대 어설픈 대응이 더 문제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맞서 경제 보복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과 TV용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불산(에칭가스) 등으로, 앞으로 한국에 수출하려면 90일가량 걸리는 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을 우대국가로 분류해 수출 허가를 면제해 왔는데, 앞으로는 일일이 허가를 받게 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로 미뤄 아예 허가를 내주지 않는 ‘금수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치는 그간 한·일관계에서 지켜져온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그동안에는 정치·외교적 갈등을 빚더라도 경제활동은 보장하는 ‘정경분리’가 대체로 지켜져 왔다. 물론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축소했고, 최근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조치를 강화하는 등 조금씩 훼손돼 왔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조치는 ‘금지선’을 넘는 망동(妄動)이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G20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 걸어나가고 있다. 오사카 _ 연합뉴스

일본이 이번 조치에 대해 일절 사전설명이 없었던 걸 보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8초 악수’로 끝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과거사 문제와 무역을 결부시켜 보복하는 것이 아베 총리가 G20 회의에서 그토록 강조한 ‘자유무역’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달 하순의 총선을 앞두고 한국을 때려 표를 얻겠다는 얕은 심산도 엿보인다.

이번 품목은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어서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한국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을 통제하는 추가 보복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조치 방침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장기적으로는 부품소재의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노력을 통해 ‘탈(脫)일본’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만 경제보복 조치가 길어져 업계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외교적 해법 모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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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윤 내정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하는 등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으로 각인돼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문무일 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다. 검찰 관행에 비춰보면 윤 내정자보다 선배인 고위간부 상당수가 용퇴할 가능성이 크다. 파격적 총장 발탁이 검찰 조직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은 그에 대한 호오를 불문하고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검사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적폐청산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만큼 적폐청산 기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윤 내정자 지명을 통해 적폐청산의 고삐를 늦출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둘째, 검찰의 변화와 쇄신 필요성이다. 법조인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문 대통령은 검찰의 생리를 잘 안다. 지금까지 유지돼온 총장 인사 관행을 깨뜨림으로써 인적쇄신을 포함한 대대적 개혁을 견인하겠다는 뜻이 드러났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 내정자도 자신이 발탁된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차기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검찰개혁의 완수다. 윤 내정자의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 견해는 아직 드러난 바 없다. 그는 특수부 검사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 분산 방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장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관련 질문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회 청문회에서 윤 내정자는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내부 반발을 넘어 개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 보수야당의 ‘코드 인사’ 비판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내정자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윤 내정자가 인사청문절차를 통과한다면, 6년 전 밝힌 소신대로 검찰을 특정세력·인사가 아닌, 주권자 전체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검찰주의자’로서의 과거와 결별하고, 시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이는 ‘새 검찰의 초대 총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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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저녁 비공개로 4시간30분 가까이 회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자리에는 현직 중견기자 1명도 동석했다. 양 원장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그건 그의 주장일 뿐 두 사람의 회동은 여러 면에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측근 친문 인사다.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해외로 출국해 2년간 유랑생활을 한 것도 현 집권세력 내 자신의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돌아오자마자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건 누가 봐도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해외로 떠났던 초심에 비쳐보면 회동은 더욱 피했어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양 원장은 현재 집권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연구원장에 취임하면서 “정권교체의 완성은 내년 총선 승리”라며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에 돌입한 민감한 시기다. 설령 그의 말대로 정치 얘기는 없었다 하더라도 총선 전략을 짜는 여당 실세와 국가정보기관 수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여러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양 원장은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의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양 원장 밑에 부원장으로 초선 의원 3명을 포함한 5명이 포진해 있다. 그를 재선이나 3선급으로 대우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정책의 개발·연구 활동을 목적으로 국고 보조를 받고 있다. 이런 자리에 있는 인사가 공인(公人)이 아니라면 누가 공인인가.  

민주당이 이번 회동을 두고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감싸고 도는 건 몹시 안이한 대응이다. 이전 정권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어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갔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분야를 없애고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서 정치 관여를 제도적으로 막는 방안을 추진해 오고 있다. 아울러 전임 정권의 국정원장들은 정치개입 등의 혐의로 줄줄이 단죄를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두 사람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과 탈(脫)정치화 의지를 의심받을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이라도 회동의 전모를 소상히 밝히고 사과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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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중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장관들,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수현 실장은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정부가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같은 자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관료들에 대해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

공직의 특성상 ‘일 잘하는 장관’과 ‘복지부동하는 관료’는 양립할 수 없다. 관료들이 일을 안 하는데 장관이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날 리도 없고, 일 잘하는 장관 밑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공무원은 없다. 대통령은 장관들을 신뢰하고 있는데 정책실장은 부처 공무원들이 정권 말이라도 온 것처럼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니 분명 모순이다. 얘기가 맞건 틀리건 관료들이 술렁이는 건 당연하다. “현 정권도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 “관료는 손발만 되라니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큰소리치는 것 말고 무슨 노력을 했나”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네번째) 등이 12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관료는 권력을 획득한 정권이 수립한 국정과제들을 법률적·제도적으로 합당하게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까지 청와대는 지시하고, 공무원들은 이를 수행하는 곳이라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작동해 온 게 사실이다. 그렇게 운영되는 게 효율적이고, 5년 안에 성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이 같은 일사불란함이 정책의 효과를 보장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때 마련했던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종이호랑이’가 됐다. 도리어 시장은 정부 정책에 일단 버텨보자는 내성이 강해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절차적으로 무리한 것이라도 BH(청와대) 지시 사항은 어떻게 해서든 달성해야 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미르재단도 지원하다 위기를 자초했다.

이제는 이 같은 일방적 지시와 맹목적 시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말을 안 듣는다고 호통치고 다그쳐봤자 그때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감사장의 한 장면. 교수 출신 의원이 “제가 10년 전부터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경고해 왔는데 전혀 개선된 게 없다”며 피감기관을 호되게 질책했다. 질의 시간 대부분 가계부채 증가가 왜 위험한지, 그럼에도 당국의 대책이 미흡해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국감이 끝난 뒤 만난 담당 관료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진 한마디. “그런데 그렇게 오래전부터 가계부채를 경고해 왔는데, 실제로 문제가 터지지 않으면 그 경고가 틀린 거 아닌가요. 정부가 잘 대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대책 마련이라는 당위성만 좇다보니 정작 경제 현장을 놓쳤다는 지적이었다.

관료들은 어느 직능 집단보다 전문성이 높다. 해외 근무와 유학 등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는 두뇌 집단이다. 자칫 보신주의로 빠질 수도 있지만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과제별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보수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그러한 ‘늘공’(늘 공무원인 전문 관료)들에게 ‘어공’(정권 탄생에 기여해 어쩌다 고위직에 오른 전문가)들의 ‘군기 잡기’는 오히려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부추길 수 있다.

‘늘공’들을 다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권은 대학교수들을 청와대 수석과 내각에 등용했다. 학문적 연구 성과와 전문성으로 국정과제들이 잘 추진되도록 책임을 맡긴 것이다. 김수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이 교수 출신이다. 그러나 이제 교수라고 해서 늘공을 뛰어넘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하기도 힘들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 와셋(WASET)·오믹스(OMICS) 등 ‘유령 학회’에 참석한 대학교수들이 무더기 적발된 게 대표적이다. 해외 학회 참석 명목으로 국가 지원 연구비를 펑펑 쓰며 부실한 논문으로 연구 실적을 부풀렸다. 그동안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제자들을 향한 갑질과 성희롱 등 ‘도덕적 해이’도 사회적 문제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이 학문적 연구와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구축된 지식과 정보를 선거 공약과 정부 정책으로 구현할 기회가 많다. 정당의 정책 개발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선거 때면 정당과 후보들이 전문가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공약과 국정과제가 저절로 효과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제는 공무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고, 그들이 혁신과 개혁의 동반자가 되도록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늘공의 무능을 탓한다고 어공이 유능해지는 건 아니다.

<박재현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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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람들은 자연환경과 생활양식에 따라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당시엔 세 가지 종류의 모자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수건을 머리에 매는 두건 형태의 것인 책(), 태양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입(笠),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모자로 고깔 형태인 절풍(折風) 등이다. 절풍 가운데 새 깃털 장식을 단 것을 조우관(鳥羽冠)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고구려인을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자였던 것 같다.

시선(詩仙) 이백은 절풍모를 쓴 고구려인의 춤을 보고 감탄하며 시 ‘고구려’를 지었다. “금 꽃 장식한 절풍모를 쓰고(金花折風帽)/ 백마 타고 유유히 거닐고 있네(白馬小遲回)/ 넓은 소매 너울너울 춤추니(翩翩舞廣袖)/ 해동에서 새가 날아오는 듯하구나(似鳥海東來).” 이백이 시를 지은 때(742년)는 이미 고구려가 망했을 시기다. 고구려인의 기상과 기품을 추억하며 노래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실크로드의 심장’으로 불리는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아브 박물관에서 7세기 바르후만왕 즉위식에 참석한 고대 한국인 사절단 모습이 담긴 벽화를 보며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 _ 연합뉴스

중국 대륙의 서쪽 끝, 실크로드의 서역으로 가는 관문이 둔황이다. 이곳에 1000개가 넘는 석굴이 있어 천불동이라고도 불리는 막고굴이 있다. 4세기 중반부터 13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이 석굴에 고구려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막고굴 제335굴 벽화에는 문수보살과 유마거사가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 가운데 조우관을 쓴 두 사람이 보인다. 둔황을 연구하는 중국학자는 새 깃털 두 개가 꽂힌 푸른색 모자를 쓴 이들을 고구려인과 백제인이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관심은 아프로시아브 박물관 내 벽화실이었다. 벽화 속 사신들은 새 깃털을 장식한 모자를 쓰고 있고, 차고 있는 칼도 고구려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고구려인들이 사마르칸트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만큼 양국 교류의 역사가 깊다”고 말했다.

고구려인들은 1500여년 전에 중앙아시아 심장부까지 진출했다. 수천㎞의 길은 악천후와 질병, 도적떼 등으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반도의 구석에서 복닥거리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조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이 부럽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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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전날까지 송부해 달라고 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가 기한 내 채택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출국하기 전 장관 인사 문제를 매듭지어 국정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두 신임 장관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동호·최정호 등 두 후보자 임명을 그만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신임 장관들의 국정수행을 지켜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충무실에서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간담회 장소인 인왕실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 앞에 놓인 한반도 정세는 그의 취임사 그대로 ‘임중도원(任重道遠·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형국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는 대북 제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강경태도를 굳히고 있다. 반면 북한은 북·미 간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빅딜론’은 무리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도 한껏 좁아져 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면서도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 등 유엔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면서 남북 간의 자율공간을 복원해내는 게 일례일 것이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과의 소통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남북관계가 진전할수록 남남 갈등이 격화되면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선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맡은 임무도 막중하다. 중소기업들로서는 4선의 여당 중진인 박 신임 장관이 그간의 경제분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제2벤처 붐 조성, 소상공인 육성·지원, 대·중소기업 상생 등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박 신임 장관이 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두 장관의 임명을 두고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있다. 청문회 논란에도 불구, 국정수행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두 신임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역량을 입증해 임명 과정의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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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후임 민정수석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부실인사로 인해 반복되는 국정공백과 차질, 혼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지 나흘째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의 해명은 실망스럽지만, 이런 입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보편적 인식이라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지명 철회를 한 조치와도 모순이요, 인책론을 피하려는 항변이라 해도 시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닥칠 정국경색과 국론분열이 불 보듯 뻔하다. 걱정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이 11명에 달한다는 건 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하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민심을 헤아려 적임자를 찾는 방법이 무엇일지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정파를 뛰어넘는 여론수렴과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는 여론이 차갑게 식고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있음을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4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잘못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문 대통령은 아직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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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봄과 함께 4·3 그날이 왔다. 하지만 제주에는 아직 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당시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은 71년이 지난 지금도 영면할 수 없다. 정치권이 이들의 ‘해원(解寃)’을 외면하면서 4·3특별법 개정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 70주년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작업은 지난 1년을 허송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개정안 발의 16개월 만인 지난 1일에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군사재판 무효화가 법적 안전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배·보상액 규모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사법부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제주지법이 지난 1월17일 4·3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당시 군사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생존 수형인들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제주 4·3 71주기를 하루 앞둔 2일 제주 4·3 당시 함께 수감됐던 송순희 할머니(오른쪽)와 변연옥 할머니가 생존 수형인 자격으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도의회 의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3사건 당시 송 할머니와 변 할머니는 같은 버스를 타고 전주형무소로 이동해 각각 안동형무소와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됐다. 두 할머니는 출소 후 인천과 안양에서 살다 이날 7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제주 _ 권도현 기자

소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2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군사재판이 판결문이 없는 것은 물론 수형자들이 법정에서 선고형량을 듣지 못하고 감옥에 가서야 몇년형을 받았는지 처음 알았을 정도로 불법적이었다고 했다. 법원의 판결은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인 군사재판 무효화에 대한 법적 근거를 부여한 의미가 있다.

4·3은 해방 직후 불안정한 정치상황에서 벌어진 한국 현대사의 최대비극이다. 2003년 정부의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만5000~3만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됐고, 이 중 3분의 1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 희생자였다. 유족과 직간접적 피해자들의 고통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념식에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제주에서 열린 특별법 개정 촉구집회에서 참석자들은 “개정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한 제주의 봄은 요원하다”고 했다. 

4·3 수형인 2500여명 중 생존자는 30여명에 불과하고, 현재 80~90대인 이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4·3의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 정치권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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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대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한·중 공동으로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함께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중국과 함께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정부간 협의를 전제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미세먼지가 지속된 6일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을 지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은 40~50%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미세먼지 사태도 국내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된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중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된 것이 주요인이다. 그러나 정부는 역대로 중국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중국이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 악화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책임론을 입증할 근거를 내놓지 못한 탓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알 수 있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에 대한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다. 별다른 오염원이 없는데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제주도의 사례를 연구하는 등 중국 책임론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부터 서둘러야 한다. 중국과 인공강우를 공동 실시하는 것은 단기 처방이다. 그보다 중국의 과감한 미세먼지 조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도시 차량 통행 제한과 석탄 난방 금지 등 강도 높은 대기오염방지 5년 계획을 실행해 성과를 거뒀다. 주요 도시 초미세 먼지 농도를 32% 떨어뜨렸다. 중국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요구할 대상이자 협력자인 셈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6일 (출처:경향신문DB)

중국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하되 국내 대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중국 당국자의 입에서 “우리는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은 거꾸로 나빠졌다. 따라서 서울 미세 먼지는 중국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은 30년 이상된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며 추경을 긴급 편성해 미세먼지 감축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전 부처가 나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 정치권도 법령과 예산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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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은 ‘빨갱이’ 유래를 이렇게 풀이했다. “빨갱이는 북한의 붉은 기나 공산혁명을 상징하는 색깔 빨강 혹은 적화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빨갱이’는 항일 유격대원을 지칭하는 빨치산에서 나왔다. 당시 항일 유격대원 가운데 공산주의 신봉자들이 많았고, 거기서 이어져 한국전쟁 때 공산당 유격대원도 빨치산으로 부르게 됐다. 이 말이 나중에는 공산주의자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됐다.”(<세상을 바꾸는 언어>) 본래 당원이나 유격대원을 뜻하는 파르티잔(partisan)에서 빨치산과 빨갱이가 연유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의미의 ‘빨갱이’ 단초는 일제강점기 말 이승만의 편지에서 발견된다. 1942년 10월10일 미국 당국에 광복군 편입을 제안한 이승만의 편지는 “호놀룰루에서 얼마 전 이곳에 도착한 재미한족연합위원회의 전경무에 따르면, 그의(한길수 지칭) ‘조직’은 50명이 못 되는 한국 ‘빨갱이들’ 이상은 아니라고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자신과 반대되는 조직을 빨갱이로 몰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길수는 특별히 공산주의와 연관 기록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승만의 이러한 인식이 한국 사회 ‘빨갱이’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손 태극기를 들고 시민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실제 상징 언어로 ‘빨갱이’가 대두한 것은 해방정국, 이승만의 등장부터다. ‘빨갱이’는 단순히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군정과 친일파 반대,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씌우는 주술로 쓰였다. 친일파 청산을 거론해도, 외세 배격을 주장해도 ‘빨갱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탄압받고 죽임을 당했다. “중간파나 자유주의자까지도 극우가 아니면 ‘빨갱이’라고 규정짓는 그 자들이 빨갱이 아닌 빨갱이인 것이다. 이 자들이 민족분열을 시키는 건국 범죄자인 것이다.”(독립신보, 1947·9·12) 그래서 ‘이 자들’에게는 백범 김구도 빨갱이가 되었다. “이승만은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어 비국민을 제거 대상으로 보고 각종 단체와 민주인사까지 빨갱이로 몰아서 정치보복과 학살을 자행했다”(김득중 <빨갱이의 탄생>)

아마도 이런 역사적 자취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 문화’를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로 강조한 배경일 터이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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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26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2017년 말에 이은 두 번째 특사다. 전체 대상자 4378명 가운데 일반 형사범이 4242명으로 다수이며, 시국사건으로는 ‘7대 집회’ 관련자 107명이 포함됐다. 사면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특사는 민생·생계형 사범 위주였던 첫 특사에 비해 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히 ‘절제된’ 사면권 행사로 귀결됐다. 법무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건을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안중근 의사 묘소에 참배한 뒤 묘비를 둘러보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사드 배치, 밀양 송전탑, 제주 해군기지, 광우병 촛불집회, 세월호 관련 사건, 쌍용차 파업 등 7대 집회 관련자들이 특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지극히 온당한 조치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에 따라 처벌받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면 대상자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은 아쉽다. 제주군사기지범도민대책위원회 측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와 관련해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199명에 이르는데, 사면 대상(19명)은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도 보수진영의 반대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첫 특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공약을 지킨 점은 바람직하다. 과거 경제활성화 등의 미명으로 재벌총수 등 경제인들에게 마구잡이로 은전을 베푼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아 다행이다. 이전 정권에서 요식행위에 그쳤던 사면심사위원회가 실질적 기능을 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4명은 당초 사면 대상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검토해보자는 사면심사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추가로 포함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엄격하게 행사돼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과거 법 적용의 오류를 교정함으로써 ‘적극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측면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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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에 제시할 보상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북·미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어떤 보상책을 약속하느냐는 것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북한은 연일 안팎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미국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재 완화를 공식 언급할 정도로 자세가 유연해졌다. 미국이 할 일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협력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 점에서 대북 보상책 중 일부를 맡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철도와 도로 연결은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남북이 합의된 절차에 따라 준비를 착착 진행해온 덕분이다. 여기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제재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의 짐을 덜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미국은 제재 완화를 통해 이를 대북 유인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경협은 미국의 상응조치와 무관하게 남측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남북경협은 공짜로 북한에 주는 것이 아니라 통일비용을 미리 나누어 내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침체 국면에 빠지고 있는 경제에 활로도 제공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궁극적으로 남북의 경제적 통일에 기여하면서 완전한 통일국가로 가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보수 일각에서 벌써부터 문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에 대한 퍼주기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목표를 앞세워 남북경협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포괄적인 수준의 비핵화 합의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단계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대북 보상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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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을 찾아 “대전의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방 방문 때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선물’을 뿌려왔다. 지난달 13일 경남에서 남부내륙철도(사업비 5조3000억원) 예타 면제를 약속하더니, 지난 17일에는 울산에서 1조원 규모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충남을 찾아 “대전시와 충남도가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무분별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절차를 건너뛰는 예외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아무 꺼릴 게 없다는 기세다. ‘균형발전’을 내세웠으면 걸맞은 최소한의 적합성이라도 따지는 것이 우선일 터인데, 광역자치단체별로 숙원사업 하나씩을 해결해 주는 선심성 ‘나눠주기’ 양태다.

정부의 논리대로 인구와 수요가 적어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의 특성을 감안해 ‘예타 면제’를 한다면, 경제논리를 보완하는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마땅하다. 실상은 단기적 일자리와 경기부양에 매몰되어 ‘삽질’ 토건의 빗장을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예타를 실시하면 엄두도 못 낼 대형 토건사업만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한 것이다. 현재 자치단체들이 제출한 예타 면제 신청 사업은 33건에 총사업비는 60조원에 달한다. 태반이 수천억·수조원이 소요되는 철도·도로 건설이고, 이미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도 거절된 사업들이다. 정상적 절차로는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들이 정부의 ‘시·도별 1건’ 방침에 무더기로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될 판이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예타를 진행조차 않고 정치논리까지 개입되어 추진된 토건사업의 결말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다. 대형 국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사업의 폐해가 증거다. “과거처럼 대규모 토건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정부다. 예타 면제가 단기적 경기부양을 겨냥한 토건사업 남발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타 면제가 필요한 사업이라도 반드시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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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재벌총수, 중견기업인들과 청와대에서 만났다. 지난해 호프미팅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이번 간담회는 신년 초부터 이어온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의 일환이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간담회 슬로건이 말해주듯 경제활성화와 규제혁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면서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번에 불참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 대부분이 참석하는 행사가 됐다. 간담회의 방점은 ‘청와대와 기업 간 소통’이었다. 청와대는 ‘기업 기살리기’를 통해 생산적인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간담회 행사는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됐다. 또한 사전에 기업으로부터 질문도 받았고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답을 했다. 민원 해결의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들이 가감없이 제기됐으며, 정부가 상당 부분에 대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뒤 참석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내부를 산책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업들은 과거 자신들이 제기한 규제혁신 정책들이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캐비닛에서 잠자는 사례가 허다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말할 때뿐이고 변한 것은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건의나 개선사항에 대해서 관련부처가 사후에도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행상황을 꼼꼼히 챙겨 결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앞으로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한국 경제를 받치는 수출은 힘을 잃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경제활력의 기폭제인 투자도 부진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기도 생기가 돈다. 정부가 기업과 만나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가 경제활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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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문의 대부분을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 문제에 맞추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총 35차례 언급됐다.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는 9번 등장했다. 지난해 경제운용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국정을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두 축으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력투구 의지가 보인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혁신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갖추고, 사회안전망·고용안전망 등을 통해 ‘다 함께 사는’ 나라, 즉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 동안)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주춧돌인 규제개혁은 방향타를 잃었고, 혁신속도마저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을 외면하면 안된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 혁신은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올해 겨우 첫걸음을 뗐다. 올해에는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들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고소득층일수록 실질소득이 많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실질소득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이다. 이 정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이들을 궁핍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도 이익충돌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 규제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광주형 일자리 등 하나같이 폭발성이 높다. 최선은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의 접점이 보이지 않을 때 책임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년 회견이 경제 분야에 집중되면서 대야 관계를 포함한 협치와 통합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개각 구상,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 파기 등 관심 사안도 다뤄지지 않았다. 짧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다양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3년차를 맞는다. 재임기간의 3분의 1이 흘렀다. 올해 문재인 정부는 성패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우리 앞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옳았다는 것을 성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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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금명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김수현 정책실장 등 정책라인을 교체한 만큼 이번 개편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정무·홍보라인이 주축이 되고, 안보라인도 일부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개편 시기를 앞당긴 것은 국정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악화일로의 국정 동력을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과”라고 천명한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는 물론 개혁에서 성과 중심의 국정운영 의지를 청와대 인사를 통해 내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희의에 앞서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러려면 청와대 개편은 규모에서도, 내용적으로도 과감해야 한다. 시늉만 내는 인사로는 쇄신의 효과를 내기 힘들다. 야권의 사퇴 압력이 집중된 조국 민정수석은 사법개혁 과제 때문에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상에 오른 비서실장과 정무·홍보라인의 혁신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참신하면서도 경륜 있는 인물, 특히 1기 참모진의 약점으로 꼽힌 소통과 ‘협치’ 역할을 배가시킬 인물을 폭넓게 발탁해야 한다. 사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사태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기획재정부 전직 사무관의 폭로가 청와대 외압 시비로 확산된 데는 소통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대화를 기피하며 독주를 거듭하니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게이트 수준의 참사로 비화되는 것이다. 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은 대통령과의 소통 못지않게 시민사회와의 소통, 국회와의 ‘협치’를 중시하는 인사이길 바란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청와대가 국정 전반을 틀어쥐고 과도하게 내각을 통제하는 바람에 정부 부처가 청와대만 쳐다보게 만드는 구조도 바로잡아야 한다.

집권 3년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민생에서도, 개혁에서도 성과를 낼 마지막 기회다. 과감하고도 감동적인 개편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의 희망을 되살리는 2기 청와대 진용이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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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전통 주력 제조산업을 혁신해 고도화하고 그것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대단히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남이 먼저 선도적으로 만든 기술을 응용하는 등의 ‘추격형 경제’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해 산업화로 이끄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중소기업 혁신도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전통 주력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 이후 1년 만이어서 이날 회의는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주요 업종별로 산업계·학계·노동계·정부의 대화채널인 가칭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김 부의장은 특히 “노조의 불법 행위가 좀 과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일부 있고, 적폐청산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기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과 기존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넘어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 혁신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재벌개혁이 절실하다는 의견 등도 나왔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저고용의 고착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생태계의 대변혁,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부상 등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과거 몇몇 대기업 중심의 추격형 경제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다. 새로운 혁신전략은 기존의 관행을 혁파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통 주력 제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아래’로부터의 혁신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 노사 관계의 혁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혁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고, 혁신이 성과를 내는 데는 더더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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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던 신성(神聖)이 벗겨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지도자라는, 특수한 정치적 지위를 누렸다. 촛불과제의 실현이라는 신성한 사명을 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시민들이 응원하고 지켜줘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 사명은 웬만한 잘못에도 비판하기보다 격려해줘야 할 만큼 중한 것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아닌, 시민 뜻을 진정으로 떠받드는 정부가 탄생했다는 벅찬 감동의 발로였다. 햇수로 집권 두 해째를 마감하는 지금, 신성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정부는 오락가락하며 중심을 잃더니,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확대 혼선 끝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핵심은 재벌 민원을 들어주더라도 경제 활력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재벌개혁은커녕 재벌 중심 성장론으로 후퇴했다고, 다른 쪽에서는 섣부른 개혁으로 경제를 흔들어 놓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각각 다른 이유로 비판을 했다. 정책 기조에 변함없다고 하지만 기조를 지킬 자신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기 경제 사정이 나빠도 견고한 중장기 경제구조 개혁을 착실히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면 어땠을까? 이왕 정부를 응원하기로 한 이상 시민들은 당장 불만스러워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집 저 집 불 끄러 다니는 소방차처럼 분주하기만 했다. 이런 정부를 믿고 차분히 기다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기득권자처럼 행동했다.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을 때 변명을 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시민들은 항상 정치개혁 주체로 나섰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정치개혁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면, 그것은 무오류가 아니라, 오류를 대하는 태도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특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은 야당, 노동계, 지식인사회, 언론 가릴 것 없이 호통치고 가르친다.

미꾸라지, DNA, 불순물이니 하는 청와대 어법은, 청와대는 그 순정성으로 인해 무얼하든 스스로 정당화된다는 자기 확신에 차 있음을 드러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고, 야당과의 협치 없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문재인 모델’이 실패했다. 국정 지지보다 비판이 많아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지율 급락의 비용을 치르면서 해낸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쓴 <청와대 정부>는 문재인 시대의 유행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권력 집중은 결코 촛불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런 현실에도 문 대통령이 순수성과 선의에 의지해 계속 홀로 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다.

문재인 모델을 다른 말로 번역하면, 국정 협력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고, 반대세력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라 키우고, 그로 인해 고립을 자초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역대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지켜본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성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 개각도 해봤다. 정책실장, 경제부총리도 교체해봤다. 정책 수정도 해봤다. 그래도 시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청와대를 개편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다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신호는 모두 하나를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변화다.

성공을 하려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국정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행정부·민주당으로, 소수파 정부를 야당이 참여하는 다수파 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타협할 것은 하되,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개혁을 할 수 있다. 이건 무슨 비법도 아니다. 여소야대 정부로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야당을 찾아 “5년 내내 이렇게 야당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당과 소통만 잘해도 성공한다고 응대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 야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와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요즘 촛불의 꿈은 아득하고, 집권세력은 촛불이라는 껍데기를 짊어지고 가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중진과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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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크로스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한편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 이전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후 여론지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성장담론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론자들이다. 안보나 성장보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보통 절반 가까이 나오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5% 내외에 그친다. 성장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면 지지는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중시하는 정책을 분석해보면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은 딱 두 가지, 안보와 성장이다. 다른 건 시원치 않아도 이 두 가지만 잘할 것처럼 보이면 지지해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중시하는 정책은 열 가지쯤으로 나뉜다. 그런데 그중 한두 가지만 못하면 지지를 철회한다. 대학입시로 치면 한국당은 국·영·수만 잘하면 되는데 민주당은 전 과목을 잘해야 하는 꼴이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 과목을 시험 치더라도 국·영·수의 배점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정책에서 경제성장이 거의 50%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러니 성장담론을 장악하지 못하면 안정적 지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가 착착 놓여간다는 희망을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

(출처:경향신문DB)

둘째, 고용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했다는 일자리 상황판이 아직도 있다면 고용노동부 장관실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기술 변화와 인구 변화 양쪽을 모두 고려할 때 고용에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꿀잼’이다. 자기들이 집권을 했을 때도 못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분기별·월별 통계까지 들이대면서 호통을 쳐대기에 딱 좋고 반론을 해봐야 변명처럼 들린다. 진정성은 높이 사고 싶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까지 혼자 감당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세대별 평가를 보면 그나마 20대의 긍정평가가 가장 높다. 취업난의 일차적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반면 이미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기성세대가 고용노동정책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양상에 가깝다. 단기 성과의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구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고용 한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장기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셋째, 20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져서 데드 크로스를 주도했으며, 그것은 젠더갈등 때문이라고들 한다. 틀렸다. 20대에서 젠더 갭이 25%포인트 크기로 벌어진 것은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였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친남성 정책인가? 젠더갈등이 원인이라면 친남성 정책은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 아닌가? 사태의 원인을 젠더갈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진단이다. 20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유권자 집단이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한 예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 뜻밖에도 아직 부동산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20대가 크게 반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집값을 낮추어서 서민과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20대의 관점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는 어차피 없다. 그런데 투자는 왜 못하게 하나?” “자기들은 부동산으로 한 밑천 장만했으면서.” “어차피 안정적 일자리도 없는 시대인데 우리는 ‘투자하는 인간’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 희망이 없다.” 고성장 시대의 정의가 저성장 시대만을 살아온 20대에게는 불의로 비치는 것이다. 오래된 정의와 새로운 정의의 교차지점을 수구 정치 논리가 파고드는 것이 젠더갈등의 한 가지 기반이다. 제로섬의 젠더갈등이 아니라 다각화된 전선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 한 해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릴 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2020년은 총선 정국에 휘말릴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총선 이후는 예측불허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21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는 골든 크로스 소식을 접하고 싶다는 덕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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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특감반에 있다가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 수사관은 이번엔 도로공사 사장의 납품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거의 매일 입맛에 맞는 신문·방송사를 골라 e메일과 입장문을 보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여권 실세들에 대한 첩보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하루 한 건씩 터져 나오는 폭로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청와대는 맨 처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런데 ‘미꾸라지의 분탕질’을 방치하고 막지 못한 건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첩보보고를 계속 올려 엄중 경고했다지만, 그런 후에도 활동을 계속했다. 청와대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수사조차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인 공항철도에 대해서는 “공기업인 줄 알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도로공사 사장 비위 보고서는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비위 의혹이 있다면 첩보 생산자 거취와 무관하게 진상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지금 나라 안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대변인은 수사관 한 명의 폭로에 반박을 거듭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다. 마치 6급 수사관과 청와대 간 정면 대결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참으로 볼썽사납고 안타깝다. 이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세간의 관심에서 뒤로 밀려났다. 청와대는 특감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특감반에서 ‘특별’을 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그게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에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남김없이 털고 가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법적 조처와 별개로 특감반 활동에 실수가 없었는지, 위기 관리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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