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133건

  1. 2018.09.21 [사설]전 세계가 지지하는 평양선언 혹평하는 자유한국당
  2. 2018.09.20 [사설]김정은 서울 방문·전면 ‘무력’ 금지, 불가역한 남북관계로
  3. 2018.09.20 [사설]김정은의 육성 비핵화 약속·‘영변’ 폐기 발언을 주목한다
  4. 2018.09.19 [시론]대북 제재 속 남북경협 모델
  5. 2018.09.19 [김호기 칼럼]포용국가의 정치적 조건
  6. 2018.09.19 [사설]남북관계 발전, 비핵화 진전 기대케 한 남북정상회담 첫날
  7. 2018.09.18 [사설]평양 남북정상회담, 비핵화·평화정착의 주춧돌 되기를
  8. 2018.09.11 [김민아 칼럼]‘들어라, 문재인 정부여’
  9. 2018.09.03 [사설]‘적폐청산’,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10. 2018.08.10 오늘도 조용한 국가인권위원회
  11. 2018.08.08 [사설]은산분리 완화,재벌 차단하고 혁신 될지 지켜보겠다
  12. 2018.08.07 [사설]허점 보이는 기무사 개혁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13. 2018.07.30 [사설]휴가 떠나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의미 되새기기를
  14. 2018.07.25 [이대근 칼럼]타협 제대로 하기
  15. 2018.07.10 [사설]문 대통령·이재용 만남, 잘못된 신호 주지 않게 경계해야
  16. 2018.06.25 문재인, 노무현의 꿈을 실현할 때
  17. 2018.06.22 [사설]문 대통령 방러, 남·북·러 3각 협력의 발판 삼아야
  18. 2018.05.28 [사설]남북정상회담 개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환영한다
  19. 2018.05.16 [사설]불법촬영·유포에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수사를
  20. 2018.05.02 [사설]남북 확성기 철거, 판문점선언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결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대북)정찰에서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비핵화 조치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평가도 없이 회담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보수당의 태도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평양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역사적인 합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보수당은 공동선언문에서 핵 사찰과 핵 신고 리스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가 환영한 마당에 한국의 보수당만 인색하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혹평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남북 모두 지긋지긋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마저 남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과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에서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하면서 남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남측의 정찰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북한이 유일한 정찰 수단인 무인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철수도 이곳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북한이 더 불리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판만 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음주부터 속도를 낸다. 잘 풀리면 연내에 종전선언까지 한걸음에 갈 수도 있다. 평양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수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당 등 보수당들이 진정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따져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정적 시기에 초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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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군사력 감축까지 포함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즉각 실천에 옮길 조치에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남북은 또 올 연말까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이산가족들이 상시로 만나는 상설면회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하나같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보다 더 큰 한가위 선물이 있을 수 없다.

무지개차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공식화이다.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한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 정상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정상회담 정례화가 가시화된다. 한반도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효과도 있다. 남측 내 반대 여론과 경호 우려를 뛰어넘은 김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것은 군사분야 합의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의 남북 간 종전합의이자 불가침선언이다. 남북은 이번 합의로 육·해·공 전 공간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이는 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과 서해 5도 및 북방한계선(NLL) 내 훈련 등을 금지함으로써 군사 긴장을 결정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군사분계선 1㎞ 이내 GP 11개를 각각 철수하고 JSA 내 지뢰제거, 초소 내 인원·화력 철수 등 합의도 한반도 평화를 추동할 실천적 조치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축소가 시작되는 셈이다. 합의대로 진행된다면 북한의 핵무기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까지 해소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이는 더 이상 남북 군사대결로 치르는 비용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남북 간 도로와 철도 연결은 한반도 경제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남북 간 사회간접자본 건설 협력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국토교통부 등은 반드시 연내 착공을 성사시켜야 한다. 대북 제재와 무관한 남측 구간부터 공사한 뒤 북한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상봉 정례화를 실현한 뒤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편지 교환까지 성공한다면 이산가족의 염원은 상당 부분 풀린다고 볼 수 있다. 다방면에 걸쳐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다.

하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동·서해 경제·관광특구 조성과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은 대북 제재가 해결되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 앞서 남측 내 여론도 정리해야 한다. 후속 조치가 내실있게 진행돼야 남북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불가역적 상태로 돌입한다. 각계각층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를 두고 “북한은 달라지지 않는데 우리만 무장해제하는 꼴”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 상호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상호주의를 어기는 자가당착적 행태다. 뜨거운 여름을 나는 과정에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없을 리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천둥과 벼락 안에서 한반도평화가 영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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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 세부조치로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처음 육성으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육성이 갖는 권위와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만큼 확고한 비핵화 의지도 드물 터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발 더 들어가 실질적인 세부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북·미 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핵화 방안을 남북이 처음으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비핵화를 공식 의제로 삼고 실천 방안까지 도출함으로써 남북대화가 북·미관계를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해도 어색하지 않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폐기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국제사회의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핵시설이 아닌 운반체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향후 북·미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핵시설 검증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조치에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협상 과정에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나 사용할 카드를 남북대화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두 정상이)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번에 공개된 것 외에 비핵화 조치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정상이 이틀간에 걸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북·미대화에 탄력을 부여할 다양한 방안을 깊숙이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약속도 비핵화와 관련지어 비상하게 음미해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와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다.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 현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서울을 방문하기 전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신뢰를 쌓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서울방문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를 비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비핵화 실천 의지를 밝힘으로써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매우 흥분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 용의를 분명히 밝힌 점,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약한 것을 미국이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석달간 멈춰 있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움직이는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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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다. 의미가 크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는 메시지다. 한국이 북한 경제를 진심으로 도울 것이라는 의지를 직접 보였다. 동시에 대기업 경영자도 북한 지도부를 만나 핵문제 해결 의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또 북한 경제를 현지에서 파악하는 중요한 기회다.

그런데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조화를 이루는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만으로는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남북경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재 속에서 최상의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유엔 제재가 북한에서 일체의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지금 평양에선 제13회 가을 평양 국제무역전이 열리고 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서 일체 사업이 안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평양에서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북한에서의 외국 은행 영업을 금지한다. 그러나 북한의 ‘발전’을 위한 도로·철도 건설은 금지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 산업인 농업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환경 보존을 위한 산림녹화 사업도 허용한다.

미국의 단독 제재에선 어떤가? 최근 북한산 석탄이 밀수된 사건에서 크게 염려했던 것이 한국의 은행이 관련되었나 하는 점이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선, 은행이 북한산 석탄 거래인지 알고도 고의로 신용장 개설이나 국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국제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미국의 단독 제재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서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민간이 산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제재 대상이다. 미국 제재에서도 미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일반적 허가 사항으로 승인해 놓았다.

대북 제재에서도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밀접하게 연계하여 북한의 주요 거점을 발전시키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지역개발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참여정부 시기에 북한의 북고성과 개성시 일대에서 진행한 농업개발 협력 사업을 뿌리로 한다.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이태헌 사무총장)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한 이 남북경협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공공기관과 40개의 민간회사들이 함께했다. 사업은 식량 증산, 영농기반 확충, 농업기술 협력, 지역 소득원 개발의 네 가지 영역으로 진행했다. 그 백미가 2007년에 진행한 개성시 송도리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이었다. 당시 벼 생산량이 ㏊당 2t에 못 미치던 것을 5t까지 끌어 올렸다. 송도리 협동농장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 성공은 인근 협동농장에도 알려졌고, 추가 협력을 요청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동쪽으로는 고성군, 서쪽으로는 개성과 해주 지역을 연결하는 남북 농업협력 벨트를 추진하는 결실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참여정부의 북한 지역 개발 모델을 현대화해서 계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산업화 전망과 함께 간다. 도로와 철도가 새로 나는 북한 지역에 새로운 거점도시가 생긴다. 신도시의 지속가능한 삶의 질을 보장하도록 배후지 농촌이 함께 발전한다. 동시에 산림에서도 큰 산 중심이 아니라, 생활권 중심의 산림녹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 북한의 농업 인구는 800만명이지만 북한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북한의 농촌에서 대량의 노동력이 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하여 100만명의 근로자 공단으로 발전할 때, 지역 농업이 그들을 먹일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구조 개선이 따라야 한다.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차게 발표한 중앙급 특구와 지방급 개발구 개발을 실현하는 의미가 크다. 지속가능한 북한 발전과 잘 맞는다.

정부 주도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결합한 북한 지역개발 모델은 대북 제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프라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농업은 급속한 산업화를 감당할 구조 개선을 이룩할 거다. 지역 거점도시에 사는 주민의 삶의 질은 높아질 거다.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틀렸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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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를 내걸었다. 포용국가는 사회정책의 국가비전이다. ‘모두를 위한 나라,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이 비전의 이름이다. 포용국가의 목표는 세 가지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배제와 독식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며, 미래를 향해 혁신하는 사회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포용국가는 3대 비전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통합 강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혁신 능력 배양’이 그것이다. 이 비전들은 다시 각 3개씩의 세부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른바 ‘9대 전략’이다. 정부는 포용국가의 실현을 위해 ‘국민 전 생애 기본생활보장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용국가론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다.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어느 정부든 집권 5년의 시간을 고려한 국정 운영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 로드맵은 대개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국가비전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고, 이어 이를 통해 도약을 모색한 다음, 마지막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하려는 장기 계획이 그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집권 2년에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선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에 ‘친서민 중도실용’을,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과 ‘규제 개혁’을 내걸었다. 현재 시점에서 친서민 중도실용, 통일 대박, 규제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목할 건 정부의 입장에서 집권 첫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세 과제는 적폐 청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한반도 평화 정착이었다. 적폐 청산이 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머지 두 과제는 국정의 양대 영역인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 관한 것이다. 집권 중반기로 향해가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과제에 더하여 사회 분야 비전으로서의 포용국가를 내놓은 셈이다.

둘째는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다. 앞서 말했듯이 포용국가는 9대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이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3대 전략이라면,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능동적 사회시스템 구축,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신뢰성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일상생활의 안전 보장과 생명의 존중이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3대 전략이다. 그리고 ‘사회혁신 능력 배양’을 위한 3대 전략으로는 인적 자본의 창의성·다양성 증진, 성인기 인적역량 강화와 사람 중심의 일터 혁신,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이 제시된다.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 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손흔들어 답례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프레스센터에 생중계 되고 있다. 연합뉴스

9대 전략은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국가적 과제들인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 인구절벽 대응 등을 적절히 고려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포용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시대적 가치임은 분명하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도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평등은 ‘배제’에 맞서는 ‘포용’으로 재정의돼야 하고, 정부의 일차적 과제는 ‘찢겨진 사회’를 ‘포용적 공동체’로 재구조화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조건이다. 포용국가를 성취하기 위해선 정책 구현을 위한 법적 제도의 정비 및 구축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정치사회의 현실이다. 현재 정치사회는 국민을 둘로 나누는 능력은 탁월해도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역량은 허약하다. 더욱이 여소야대 상황은 새로운 법적 제도를 완비하는 데 작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포용적 정치의 중요성이다. 지난 1년여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면 역시 ‘문제는 경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정부에 이른바 ‘먹고사니즘’만큼 더 중요한 대내적 과제는 없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 과정에선 무엇보다 국회와의 협치가 필수조건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를 일궈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주장한 바 있는 포용적 정치를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경제’인 만큼 ‘문제는 역시 정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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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18일 평양국제비행장 환영행사와 정상회담, 공연관람, 만찬 순으로 첫날 일정을 소화하며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서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도 “북·미 (정상)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화답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역사적 회담이 순조롭게 출발한 것이다.

무지개차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성일기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의전과 행사 내용, 시민의 표정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군 의장대는 예포와 분열 의식 등 최상의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연도에 선 평양시민들 손에는 인공기와 더불어 한반도기가 들려 있었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여명거리 등 평양 시내 모습과 정상들의 활동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중계됐다. 시민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거리는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가 넘쳤다. 김정숙·리설주 두 퍼스트레이디들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별도 행사를 치렀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도, 김 위원장 내외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것도 처음이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두 정상이 첫날부터 바로 회담에 들어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세번의 만남을 통해 형성된 친밀감이 형식을 뛰어넘은 밀도있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회담 결과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 두 정상은 이날 비핵화와 남북관계, 군사 긴장완화 등 3가지 주요 의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19일에는 남북 군사당국이 실무적으로 협의한 군사긴장 완화 방안에 최종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항구적 평화로 가는 결정적 전기가 마련된다. 군사 긴장 해소가 각 분야의 남북 간 협력으로 확대될 경우 한반도 평화 기조는 불가역적인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려 남북 경협이 진행되면 명실공히 남북이 공동번영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석달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이번 회담에서 그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 의지와 실천 방안을 밝힐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직전 서울공항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김 위원장의 호응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계속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라는 결실로 귀결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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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연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대통령으로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앞선 두 대통령의 방북에 비해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행 발걸음은 가볍지 않을 것이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핵 문제가 현안이 아니었고, 2007년에는 6자회담과 북·미 후속합의로 비핵화 해결의 가닥이 잡힌 터라 남북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핵화 의제가 정상회담을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방북 첫날 유엔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리는 등 대외여건도 ‘맑음’이 아니다.

달리 보자면 문 대통령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지고 무거워졌음을 방증한다. 남북대화가 북·미 협상에 종속돼온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구도하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정식 의제로 다뤄진다는 점이 그 증거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 간에 다뤄지고 비핵화 문제를 우리가 꺼내는 데 대해 북·미도 달가워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중심의제가 돼 있다”고 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도 핵 문제가 다뤄지긴 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방향을 확인하는 정도였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협상이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비핵화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깊숙한 논의가 오간다 해도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를 북·미 협상의 담판 카드로 남겨두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에 조속히 나설 것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천명하는 장(場)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활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에 자신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국제사회가 의심하고 있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 조치들이 저평가되고 있음을 가리킨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답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대담한 조치를 기대한다.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13~14일 군사 실무회담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와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은 물론 입장 차가 있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도 정상 간의 담판으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남북평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뿐 아니라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방안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한계가 있지만 경제공동체의 청사진을 그리는 수준으로는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 남북경협이야말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의 주요한 활로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분명하게 증명할 필요가 있다.

보수세력들도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의 무게를 감안해 대승적 태도로 지켜볼 것을 당부한다. 그런 점에서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정은 입맛에 맞게 꾸려진 방북단”(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라는 비아냥이 나도는 것은 유감스럽다. 초당적 지지는 못할망정 분명한 성과조차 폄훼하는 식의 정치공세는 자제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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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49%)와 ‘잘못하고 있다’(42%)의 격차는 한 자릿수(7%)로 좁혀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폭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2년차에 70%를 웃도는 지지율이 이례적이었던 측면도 있다. 잠시, 한 걸음, 멈춰 서서 돌아볼 때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토머스 프랭크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낸 저서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원제 Listen, Liberal·들어라, 진보주의자들이여)에서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집권기 민주당이 최대 이슈인 불평등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동성결혼 합법화 같은 문화적 쟁점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경제민주주의에만 직면하면 행동을 멈춘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를 기대했으나 “다시 포식자들이 설치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은 깨어나야 한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집토끼’들을 훔쳐가고 있다”며 민주당의 패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 현실과 닮은, 이 책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9월 11일 (출처:경향신문DB)

“불평등이란, 당신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한국에도 있다. 집값 폭등을 넋놓고 바라보는 대다수가 해당한다. ‘다른 누군가’는 사들이고 되팔고 사들이는 투기꾼, 임대료를 서너배씩 올려달라는 ‘갓(god)물주’다.

“그들(민주당 지도자들)은 불평등이 만연해 있고 끔찍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벌일 만큼 확신이나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한국의 집권세력으로 바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기대를 저버리고 역사적 방향 전환을 공식 포기한 순간을 특정할 수 있다. 대통령이 (금융위기 주범인)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들을 만났을 때다.” 비슷한 풍경을 떠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이던 지난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풀려나 상고심을 앞둔 터다.

“2009년의 상황은 대담함과 상상력을 요구했지만 모든 문제들이 임시방편으로 수습되었을 뿐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시가 17억원 아파트(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연 5만원’ 늘리겠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최고치인 171.6까지 치솟았다. 매수우위지수는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높아진다.

“민주당원과 엘리트와 금권정치가를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리면 교차하는 공간은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 섬이 될 것이다.” 한국판 마서스비니어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남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송파구)이 아파트를 보유한 ‘서울 강남’ 아닐까. 장 실장은 그럼에도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될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년마다 공화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들을 자신들의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민주당도 내심 ‘유권자가 설마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가장 매력적인 문장은 이것이다. “경제는 생태계가 아니다. 경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경제는 정치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입맛에 맞추어 경제라는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의 힘, 시민의 힘을 믿어야 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을 때 실현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되고 북한에서 김영남·김여정이 왔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국내 보수진영이나 미국 ‘전문가’들 눈치를 보며 ‘북측이 미사일 쏘면 남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여는’ 관행만 답습했다면 남북 정상에 이어 북·미 정상까지 마주앉는 역사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 담대함이 경제에선 발휘되지 않는가. 소득주도성장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세력 앞에 규제완화를 선물한다고 그들이 물러설 리 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보유세의 획기적 강화라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시민 모두에게 봉사해야 하지만, 우선순위는 있다. 먼저 누구를 위한 ‘굿 캅(좋은 경찰)’이 될지 선택해야 한다. 답은 자명하다. 부유층보다 중산층·서민,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보다 1주택자·세입자, 서울보다 지역, 강남보다 비강남이다. 방향과 원칙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지지율은 돌아온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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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첫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2기 개각과 민주당 지도부 교체 등 여권이 새로운 진용을 갖춘 것을 계기로 국정운영에 대한 기조와 의지를 재확인했다. 적폐청산을 둘러싼 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당·정·청이 다시 한번 힘을 실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정.청 전원회의' 참석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찬을 겸한 이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부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19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이 지났지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촛불시민의 열망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연일 드러나고 있는 대법원의 사법농단이나 국군기무사령부의 불법행위만 봐도 공권력의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대기업과 경제적 강자들이 힘으로 약자를 핍박한 사례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의 전모조차 밝히기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적폐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국민경제 파탄으로 (문재인) 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을 적폐청산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며 “임기 내내 적폐청산만 할 것이냐”고 논평했다. 바른미래당도 여권이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지 않은 채 적폐청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적폐청산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간주하면서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자극한 것이다.

정치보복을 위한 적폐청산은 안된다. 적폐는 가리지 않고 엄정하고 공정하게 청산해야 한다. 여권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드러난 적폐까지 덮고 갈 수는 없다. 헌정과 시장의 질서를 무시한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적폐이다. 적폐청산과 일자리 대책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적폐를 걷어내는 것과 민생을 활성화하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강자를 비호하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걷어내야 시장이 공평해지고 경쟁이 공정해진다. 적폐를 청산해야 바람직한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상식조차 외면하는 태도가 유감스럽다.

적폐를 방치하면 재생산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과거 적폐에 대한 불철저한 규명과 처벌이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질식할 것 같은 적폐에 절망해 일어난 것이 촛불혁명이다. 왜곡된 국가권력과 시장권력 등 적폐를 바로잡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다음으로 미뤄도 그만인 사안이 아니다. 적폐는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다. 당·정·청은 빈틈없는 공조로 적폐청산을 힘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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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시민참여형 개혁기구는 경찰청이 만든 경찰개혁위원회였다. 새 정부 출범부터 경찰개혁위원회 출범까지 달포밖에 걸리지 않았다. 구성도 남달랐다. 위원들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경찰관이나 전직 경찰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고위직 경찰관들은 갑자기 낯빛을 바꿔 개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처구니없고 속은 쓰렸지만, 그것도 촛불의 성과라 여기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개혁성과였다. 경찰개혁위원회는 모두 30건의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다행히 어지간한 개혁안은 두루 담아냈다. 2005년 남영동 보안분실(예전의 대공분실)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던 전국 각지의 보안분실들이 모두 폐쇄된다. 서울만 해도 홍제동, 옥인동, 신정동, 장안동, 신촌 등지에 보안분실이 있다. 정권 차원에서 눈여겨보는 시국사범들이 경찰서가 아닌 분위기부터 살벌한 보안분실에서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상한 일은 앞으론 없게 되었다. 정보분실도 사라진다. 의경들의 노동시간은 최대 주당 4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휴식 기회를 보장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외출도 가능하게 된다. 영창제도는 이미 사라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경찰관들도 더디지만,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 시작한다. 당장 노동조합을 설립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마땅하나, 일단은 직장협의회부터 시작한다. 남성 위주의 조직인 경찰청에서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도 실현한다. 당장 성평등정책관부터 외부 인사를 채용했고, 적극적인 여성 우대 정책을 인사에서부터 펼치고 있다. 여러 경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군대, 국정원, 감옥 등 인권침해와 관련한 논란이 많은 곳에서도 다양한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영할 만하다. 인권분야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다.

경찰개혁위원회가 낸 개혁방안 중에 ‘시민에 의한 민주적 외부 통제기구 신설’이라는 게 있다. 만약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경찰이 실질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훨씬 힘센 경찰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의 부작용과 우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영국(잉글랜드, 웨일스)의 IPCC(Independent Police Complaint Commission, 독립적 경찰 비리민원조사위원회)를 모델로 시민적·민주적 통제기관을 만들자는 거다. 명칭은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또는 위원회)’이라고 붙였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로지 경찰만 감시하는 기구다. 경찰관의 법령 준수 여부를 감찰하고, 위법 부당한 행위가 드러나면 경찰청에 징계를 권고하거나 경찰관의 범죄사실을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

영국의 IPCC는 법률 개정으로 IOPC(Independent Office for Police Conduct)로 바뀌고 위상과 업무도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경찰과 전혀 다른 독립적 조직이 경찰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경찰의 잘못을 시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아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가 이미 존재한다는 거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다. 인권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별도의 전담 감시기구가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인권위에 대한 기대가 적다는 거다.

인권위의 위상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지경으로 추락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시키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데도 인권위 위상이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인권위 설립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국가인권기구 설립이라는 그동안의 염원을 현실화했다.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인권기구는 김대중의 대선 공약이었고, 그 공약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행되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설립과 동시에 조직의 기반을 닦은 인권위는 노무현 정부 때 여러 가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등 인권위가 주도한 쟁점이 많았다. 한마디로 시끌벅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인권위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명박 정권은 위상을 추락시킬 방도를 고민했다. 법 개정이 여의치 않자, 위원장 등 지도부를 바꿔 위원회 성격을 변화시켜갔다. 정권의 의도대로 인권위의 위상은 추락했고 누구도 인권위를 자신의 인권을 지켜줄 호민관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장 큰 잘못은 2009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6년 동안 인권위원장을 맡은 현병철이 저질렀지만, 지금 위원장인 이성호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꼭 현병철과 이성호만의 잘못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 즉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그리고 사무처 직원들도 공범의 혐의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현병철 체제에 저항한 일부가 있었지만, 임기가 다 끝나갈 때쯤 사임한다든가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대목도 많았다. 그렇게 인권위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인권위가 바뀌었는지 뭘 어떻게 고쳤다는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지난 정권과 달리 비교적 민감한 인권의제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도 간혹 있지만, 그건 이미 쟁점화된 사안들에 대한 뒷북이었을 뿐이다. 인권위가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하는 일은 없었다. 설립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공염불만 외우며 진정사건 처리 때문에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온갖 인권문제가 터져 나오는 지금도 인권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서 인권위는 지금 악플조차 별로 없는 무플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관료들에겐 무플이 훨씬 좋을 게다. 월급이야 꼬박꼬박 나오는데, 굳이 논란에 휩싸여 일감을 늘릴 일도 감정을 상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인권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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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일부가 과점적인 이익을 누리고 혁신적인 참가자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상에 대한 경험담까지 보태면서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견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의 금융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시도’라거나 ‘대선공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먼저 은행산업의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금 정상적이고,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 현재의 은행은 은산분리라는 보호망 안에서 각종 혜택과 기득권을 향유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후생은 외면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에는 싼 이자, 대출에는 비싼 이자를 받으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뿐인가. 정작 일자리는 줄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금융소비자들의 후생은 줄고 금융산업도 후퇴할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은행은 2014년 도입돼 출발은 한국과 비슷했으나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 한국은 은산분리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이 어려워 혁신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기존 은행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전·후방의 고용효과를 유발하고 핀테크 등 연관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규제완화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과거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규제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긴요하고 정당성을 인정받던 것들이지만 환경변화와 기술진보에 따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규제에 대한 옥석 구분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됐을 때 초래할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몇 해 전 발생한 동양증권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였기에 망정이지 은행이었다면 더 큰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시민단체가 말하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은행산업의 문제를 확인했는데 눈감는 것은 더욱 무책임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은산분리의 대원칙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절대로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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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6일 국군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은 폐지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보안사령부를 기무사령부로 바꾼 지 27년 만에 다시 간판을 교체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기무사령관을 교체한 데 이어 4200명의 기무사 요원을 원 소속인 육·해·공군으로 복귀시킨 바 있다. 다음달 1일까지 인적 청산도 하고 인력도 30%를 감축한다고 한다. 기무사를 개혁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방부가 밝힌 개혁안은 새 사령부가 기무사 기능을 이어받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일탈 행위를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안·방첩, 군 관련 정보 수집 업무는 그대로 두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 민간인 상대 정보 수집이나 수사 행위 등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대 규모를 줄이고 인적 청산을 통해 과거 기무사와 완전히 단절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기무사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선 기무사의 수사 기능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거 기무사는 군내 방첩·보안 수사를 하다보니 민간인이 연결돼 있어 수사와 정보 활동이 확대되었다고 해명했다. 민간에 대한 수사를 선언적으로 금지하는 것만으로 민간인 사찰을 완전 차단한다는 보장이 없다.          

장영달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장이 2일 오후 기무사개혁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개혁위에서 모인 의견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기무사의 병폐가 근절되지 않은 데는 역대 권력이 이른바 ‘통수보좌’를 고리로 기무사를 활용한 것이 한 요인이었다. 통수보좌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기무사가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다. 그동안 기무사가 정치 댓글을 달고 세월호 유족 등을 사찰하고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이 다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됐다. 개혁안이 새 사령부에 군내 정보 기능을 부여한 것은 통수보좌를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개혁안은 또 기무사개혁위가 폐지하라고 권고한 일선 60단위 기무부대에 대해서도 선별적 폐지를 시사하고 있다.

당초 기무사개혁위는 기무사를 대폭 축소해 국방부 산하 본부급 부대로 두는 방안, 외청급 정부기관으로 하는 방안, 현행 기무사처럼 독립부대로 존치하는 3개 안을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중 마지막 안을 택했다. 그렇다면 기무사의 일탈을 막을 확실한 견제장치를 강구했어야 했다. 민간인 비율을 조금 높이고 부장검사급 감찰실장 한 명 보낸다고 막을 수 있는 기무사의 일탈이 아니다.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꿔단 결과가 지금의 기무사이다. 새 사령부의 통수보좌와 수사 기능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개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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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62%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로는 취임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 이후 6주째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락세가 장기화·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60%대 지지율도 위협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최근의 경제상황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7%), ‘최저임금 인상’(12%)이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 지지율은 67%에서 55%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강고한 지지층이었던 20대 지지율이 77%에서 60%로, 한 주 새 무려 17%포인트가 빠져나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 직전 주말인 지난 28일 경북 안동 봉정사의 영산암에서 자현 주지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국내 산사 7곳 중 봉정사만 방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정권 초기 높은 국정 지지율이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한때 80%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일 뿐 집권기간 내내 유지되리라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의 지지율 급락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제·민생을 이유로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나오는 것은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 나라 경제는 성장 엔진이 식고, 일자리 창출은 힘겨워졌다. 20대 민심 이반은 고용대란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에서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 대 부정 평가가 지난주 43% 대 40%에서 32% 대 44%로 처음으로 역전됐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다. 30~40대의 지지율 하락 역시 현안에서 빚어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시민의 지지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여소야대 현실에선 시민의 지지가 더욱 절실하다. 지지층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이제 구호나 슬로건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고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을 해결해내는 역량도 바라고 있다. 때마침 문 대통령은 30일부터 5일간 하계 휴가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여야 협력을 통한 민생 문제 해결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이제는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내놓고 설득력 있는 소통 방식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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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은 선악의 문제였다. 대통령이 선을 선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이었고, 정당성은 즉각 힘을 발생시켜 문제 해결에 작용했다. 민생문제는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선의는 자영업자에게는 악의로 받아들여진다. 이익과 이익이 충돌하는 생존 경쟁의 장에서 선악의 구분선은 희미하다.

물론 민생문제에도 적폐와 같은 공동의 적이 있다. 경제 기득권이다. 하지만 쉬운 상대가 아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한다. 가난한 자들끼리 생존 경쟁에 내몰려도 그 원인을 제공한 경제 기득권은 미동이 없다. 적폐 청산에 선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민생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개혁의 주체가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 과거 청산을 위해 하나로 뭉쳤던 세력이, 지방선거 이후 세상의 관심이 삶의 문제로 옮겨가자 봉인되었던 차이를 드러내며 분열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자기 관점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지지층 사이에서도 불만이 고개를 든다. 최저임금 인상에 저소득층과 노동계, 영세자영업자가 다른 이유로 비판적이다. 침묵하던 진보적 지식인은 사회경제 개혁 후퇴를 경고했다. 무기력했던 보수세력도 목소리를 낸다. 정부를 공격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던 보수당이었다. 그런데 민생을 명분으로 대정부 공세를 하자 쑥쑥 먹혀들어가는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오르고, 정부·여당 지지율은 그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보수야당은 수세에서 공세로, 여권은 공세에서 수세로 입지가 바뀌었다. 그 사이 정부는 책임을 묻는 자에서 책임을 지는 자로, 문제 제기 자에서 문제 당사자가 되었다. 사방에서 공격을 받은 정부는 이젠 고립무원의 지경이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강자가 지배하는 사회 경제 현실에서 특정 정책을 고립적으로 추진하면 을들의 생존 게임, 즉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처하기 쉽다. 각자 최선을 추구한 행위가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서로 연계된 정책의 집합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정 정책이 개별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해도 다른 정책으로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경제 개혁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고 단기적 효과는 엇갈리기 쉽다. 단기간 불이익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이익을 보는 이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만세력이 될 수 있다. 이 엄중한 현실을 무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투자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의도와 상관없이 나쁜 시나리오를 미리 보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준다. 개혁에 실패하고 재벌에 의탁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역전극 말이다. 대결정치는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차이와 갈등을 증폭시킨다. 집권세력의 실패는 야당의 성공이 되고, 집권세력의 성공은 야당의 실패가 되는 화해불가능성을 강화한다.

이런 조건에서 여러 계층의 이해가 걸린 사회경제 현실을 개혁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야 모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그러나 보수야당은 올라가는 최저임금을 떨어뜨리는 저격수로 변했다. 정책 성공에 따른 정치적 자산을 정부·여당이 독점하면 보수야당이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상대의 득점이 나의 실점이 되도록 짜인 기존 판을 뒤집는 것. 야당도 불리하지만, 여당도 불안한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협력 정치를 해야 한다. 여권은 비판 여론과 야당 공세에 밀려 일부 정책을 양보했지만, 협치는 아니다. 궁여지책이다. 그게 여야 간 일정한 정책 협약 아래 이루어진 절충이라면 대화를 촉진해야 했다. 그러나 대결정치가 낳은 임기응변적, 수세적 대응이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세력 간, 정당 간 대타협을 촉진하는 공동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개혁에 따른 차이와 갈등을 흡수할 수 있다. 개혁이 사회적, 정치적 분열로 표류하거나 정부 지지율 등락에 따라 흔들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왜 이런 일을 마다하는가? 마침 청와대가 연정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민주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일정이 시작됐다. 새 대표의 우선 덕목은 협치 주도 의지여야 할 것이다. 그건 지난 1년2개월의 통치를 전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선사가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제자에게 물었다. “네가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면 지팡이로 때릴 것이다. 밖에 있어도 때릴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제자는 동그라미를 지워버렸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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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은 물론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한 것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만남은 문 대통령이 전략시장인 인도를 국빈방문하는 와중에 현지에 진출한 삼성이 행사를 열면서 이뤄졌다.

대통령이 경제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답보상태인 일자리 확충과 소득격차 해소,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정부가 대기업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는 것도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현대자동차 공장 방문 때 정의선 부회장의 안내를 받았고, 올 2월 한화큐셀 방문 때는 김승연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기조점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함께 테이프 커팅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부회장, 강경화 외교·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모디 총리. 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만남이 정부의 정체성이나 경제정책 기본방향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만남이 경제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대기업 관련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 청와대가 정통 관료 출신인 윤종원씨를 경제수석에, 정무적 감각이 높은 정태호씨를 일자리 수석에 앉히면서 소득주도 성장 기조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터다.

특히 지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이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공작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만남이 자칫 대법원과 검찰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된다.

정부는 대기업을 적으로 봐서도 안되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서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 등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 등 재벌의 폐해가 무시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가 삼성의 영향력을 끊지 못한 것이 경제개혁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는 해석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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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가였다. 그가 했던 연설의 대목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이 연설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친구에 관해 얘기한 것이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문재인을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 그의 친구 문재인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쓴 책인 <운명>의 제일 마지막 문장은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모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을 이어받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여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사적 과업을 이뤄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 한 가지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한 가지 중요한 숙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바로 정치를 정상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를 비정상화하고 지역주의를 강화시키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 신념이 너무나 강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는 2003년 12월 국회에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제대로 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시 2005년 7월 선거제도만 바꾼다면 야당에게 총리 추천권을 주는 ‘대연정’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대연정’이 흔한 일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는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려 했던 것은 대연정을 해서라도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하지만 다른 선거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당시 대연정 구상에 대한 반발이 여당 안에서도 거세자 그는 “되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낡고 고장 난 정치제도로 비정상적인 정치를 계속하자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언제까지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까?”라고 여당 당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척박한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그의 생각은 너무 앞서나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이후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선거제도 개혁을 현실로 만들 기회가 왔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 왔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수도권, 충남, 충북, 강원, 제주, 부산, 울산 등지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적은 광역지방의회(시·도의회) 의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대부분의 시·도의원을 뽑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에서 자유한국당은 25.47%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 의석 중 2.96%(135석 중 4석)만 차지했다. 그동안 90%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해오던 부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36.73%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12.77%(47석 중 6석)의 의석만 얻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도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합리적 보수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경북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자유한국당은 극도의 혼란 상태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만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이만 한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합의해내고, 개헌 등의 과제에 대해서도 큰 틀의 일정과 원칙 정도라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제도 개혁은 협상과 타협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이 중대한 일을 국회와 여당에만 맡겨놓아서는 안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290쪽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이런 노무현의 꿈과 신념을 현실로 만들 때가 되었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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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러시아를 2박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에 이뤄진 이번 국빈 방문 기간 중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의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방문 첫날인 21일에는 뱌체슬라프 빅토로비치 블로딘 하원의장과 주요 정당 대표들을 면담한 데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하원 의회에서 연설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박4일 일정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위해 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전용기 계단에 올라 환송인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이번 방문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올 들어 세 차례나 하면서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보를 꾀하고 있고, 일본도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나섰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으며 이 자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전환은 한국에도 주변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킬 기회가 된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그간 줄곧 구상에만 머물러 있던 남·북·러 경제협력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하원 연설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를 다지고 보장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도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동북아 평화안보 협력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러는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시베리아 철도와도 연결되면 유럽까지 철도로 물류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듯이 러시아는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창(窓)이다. 70년 가까이 닫혀 있던 이 창이 열리려는 시점에 와 있다. 양국관계가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 평화번영 체제를 이루는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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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시의적절했다. 무산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이 복원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열렸기 때문이다. 남북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의 재추진에 기여한 것은 물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킨 것을 높이 평가한다. 두 정상은 6월1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개최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지난달 첫번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천사항을 담은 ‘판문점선언’에 합의했지만 지난 16일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키면서 합의 사항 이행이 전면 중단됐다. 어떤 이유로든 남북 합의 사항의 실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매개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감하는 남·북·미 삼각대화의 틀이 새롭게 형성된 것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판문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재추진 흐름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 의미도 각별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노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CVID 수용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북·미 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니냐”고 답했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 방안에 괴리가 크지만 이번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재개 의지가 드러난 만큼 충분히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사흘간 북·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싼 반전과 파격을 경험했다. 미국의 압박에 북측 고위관리들이 거칠게 반발했고,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비핵화 정세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가 겨우 기사회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비생산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만일 이런 갈등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담이 열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 신뢰 기반이 약한 북·미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평화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아직은 평화보다는 전쟁, 대화보다는 대결이 더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 난기류는 다행히 걷혔지만 향후 여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북·미 모두 실용적 접근과 진지한 자세가 북·미 정상회담 파행을 막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합의를 뒤집는 행태를 바로잡고, 미국은 대화 상대를 존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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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에서 가정폭력을 다루는 사례를 들며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최근 홍익대에서 발생한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유포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한다.

홍대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례적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수사의뢰 8일 만에 가해자를 구속했다. 이후 ‘경찰이 다른 불법촬영·유포사건에는 왜 그토록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속한 수사는 바람직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불만의 초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5일 오후 현재 34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사람 중 98%가 남성이었다. 같은 기간 불법촬영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몰카 범죄 엄단을 지시하면서도 국민청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거론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홍대 사건 수사가 신속했던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불법촬영·유출과 달리 시간, 장소,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국민청원에 여성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권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홍대 사건의 가해자가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는 포르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며 “어째서 이제야 이례적인 일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 관행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가치는 피해자 보호이고, 그 다음은 신속한 수사다. 이참에 ‘몰카’라는 용어도 ‘불법촬영’으로 대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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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 당국이 1일부터 동시에 최전방 지역 확성기 철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겠다고 한 데 따른 첫 조치다. 남북 정상은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이 이처럼 판문점선언 이행에 흔쾌히 나선 것은 후속 조치를 기대하게 한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초소 장병들이 1일 경기 파주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동시에 확성기를 철수시킨 것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넘어 양측 간 군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합의 나흘 만에 반세기 넘게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확성기를 치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더구나 북한은 이달 중 국제 전문가들과 남한 언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5일에는 북한이 남한 표준시에 맞추는 조치도 취한다.

북한이 최근 서해·동해 지구 DMZ 남북관리구역을 확대하자고 제의해온 점도 주목된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무장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지만 실제로는 무기와 장비가 집중 배치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남북이 지뢰를 제거하고, 감시소초 등을 철수한다면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목전에 다가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에서 당국이라 해도 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기는 어렵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열리고 비핵화를 다룰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 정세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남북 모두 쓸데없이 상대방을 자극해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이 군사충돌 직전 상황으로 치달았던 과거 사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려면 비단 당국만이 아니라 민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쟁 위험 해소를 넘어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역대 남북 간 합의는 후속 조치 이행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더 이상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늦어도 안되고, 서둘러도 안된다.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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