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해당되는 글 77건

  1. 2019.04.03 [사설]잇단 인사·검증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청 소통수석
  2. 2019.04.02 [김민아 칼럼]김의겸의 ‘각자도생’
  3. 2019.04.01 [사설]잇단 인사 실패, 청와대가 알아야 할 사실 두 가지
  4. 2019.03.29 [사설]청 대변인의 26억 건물 매입, ‘투기 엄단’ 구호가 무색하다
  5. 2019.03.27 [사설]지켜보기 낯 뜨거운 ‘죄송 청문회’
  6. 2019.03.13 [사설]색깔론에 비방으로 가득 찬 한국당 원내대표 연설
  7. 2019.03.11 [NGO 발언대]미세먼지에 ‘비상한 조치’는 없었다
  8. 2019.03.04 [기고]과기원 총장 선출 방식 바꿔야
  9. 2019.02.22 [편집국에서]송파 세 모녀, 우공이산
  10. 2019.02.19 [기고]포용국가, 농촌 복지가 필요해
  11. 2019.02.14 [사설]새해 들어서도 계속되는 고용난, 백약이 무효인가
  12. 2019.01.31 루비콘강 건너는 문재인 정부
  13. 2019.01.29 [양권모 칼럼]문재인 정부의 ‘토건’ 본색
  14. 2019.01.09 [정동칼럼]재정은 그 정부 철학을 말한다
  15. 2019.01.09 [사설]청와대 참모 개편, 낮은 자세로 국정 다지는 계기로
  16. 2019.01.03 [사설]‘3년차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 당·정·청, 확 달라져야 한다
  17. 2018.12.28 [사설]감찰로 비위 드러난 김태우, 폭로 진위도 규명돼야
  18. 2018.12.27 [이대근 칼럼]문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19. 2018.12.26 데드 크로스를 벗어나려면
  20. 2018.12.14 [사설]노동의 양보 없이는 경제활성화 어려운 건가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했으면 ‘인사 참사’에 가깝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고, ‘해적 학회’ 참석·자녀 호화 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명 결정을 번복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흠결 사유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비리의혹 백화점이 된 장관 후보자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실망감을 헤아렸다면,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엄격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다시는 ‘인사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벼렸여야 할 터이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기합리화와 면피성 해명을 사흘째 되풀이하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은 보기에 한심할 지경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수석은 인사검증 부실을 둘러싼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책임론에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게 없고,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조치도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됐던 부동산 투기나 자녀 호화 유학 논란 등에 대해서도 “지명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나 ‘국민 정서’ 탓에 낙마했다는 투의 어이없는 주장을 폈다.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선 “주택 세 채를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론’을 말하는 것인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자기들만의 ‘이론’을 국민 정서와 견주는 것이라면 오만의 극치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의 자녀 호화 유학 논란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 아들이 보유한 포르셰 가격이 3500만원이 안되고 벤츠도 3000만원이 안된다고 설명하면서 “가격 기준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벤츠·포르셰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였겠나”라고도 했다. 윤 수석의 주장처럼 별문제가 아니라면 왜 자진 사퇴에 ‘지명 철회’ 조치까지 취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검증 라인의 문책론을 모면하려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단조차 희화화하고 있는 꼴이다.

잇단 인사 실패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 상식과 거꾸로 가는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이 ‘뭐가 문제냐’고 대거리하는 걸 보면, 결국 기존 방식과 라인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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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기자 김의겸은 견결한 진보주의자였다. ‘함께 잘사는 길’을 설득하려 애썼다. 그런 김의겸도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다. 14억 재산으로도 안심하지 못했다. 은퇴 이후 인생을 서울 흑석동의 낡은 건물에 걸었다. ‘갓물주(God+건물주)’의 유혹에 ‘대통령의 입’이란 본업을 잊었다. 사퇴는 불가피했다.

한국은 부자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 그런데 모두가 전전긍긍이다. 서민층은 물론 김의겸 부부 같은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민의 평균 행복지수(10점 만점)는 5.895점이다. 조사 대상 156개국 중 5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무엇이 우리를 ‘집단 불행 증후군’으로 몰아넣고 있을까.

행복지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기준 GDP)과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내 삶을 선택할 자유, 관용, 부정부패 정도 등 6개 지표를 측정해 종합 산출된다. 한국민은 건강 기대수명(9위)과 1인당 GDP(27위), 관용(40위)에선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사회적 지지(91위), 부정부패(100위), 선택의 자유(144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회적 지지가 취약하다는 건, 연대 가능성이 낮아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선택의 자유가 좁다는 건, 개개인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의미다. 부정부패는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 시스템을 드러낸다.

행복지수는 유의미하다. 사회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각자도생은 백전백패임을 일러준다. 중산층이 불안과 질투를 동력삼아 피라미드를 한 층 두 층 오르는 동안 서민층은 바닥에서 신음해야 한다. 중산층이라고 꼭대기에 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압도적 자원을 보유한 ‘1%’는 이미 꼭대기를 차지한 채 ‘전지적 시점’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서로 치고받고 상처 주며 피라미드를 기어오르는 ‘각자도생의 무한 루프’는 끊어야 한다. 피라미드를 깨부수고 항아리 구조로 바꿔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없다. 정치의 몫이다.

구조를 바꾸려면? 담대한 상상력과 강한 추진력이 필수다.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상상력의 모범사례다. 29세로 역대 최연소 의원인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그린 뉴딜’로 워싱턴의 정치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불균형까지 완화하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혁명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 추진력의 모범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에게서 찾고 싶다. 아던 총리는 크라이스트처치 테러가 발생한 지 72시간 만에 내각 차원의 총기규제 강화 방침을 이끌어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내 25억여원대 복합건물 매입 논란에 휩싸인 지 하루 만인 29일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미 상원이 그린 뉴딜 결의안을 논의할 무렵, 한국 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종교인의 퇴직소득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혜택은 대부분 초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돌아간다. 한국 정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문재인 정부가 다음달 10일 출범 2년을 맞는다. 향후 3년간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가 깊고 넓음도 안다. 그럼에도 ‘각자도생’이라는 대세를 ‘공존공생’ 쪽으로 방향타만 돌려놓을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 초등학생부터 청와대 대변인까지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 부동산 불패 신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공동체의 ‘신뢰 인프라’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과감한 증세가 절실하고, 필요하다면 사회보험료 인상도 논의해야 한다. 각자도생을 방치하는 건 정치의 직무유기다.

두 달 전 왼쪽 손목을 접질렸다. 정형외과에선 1~2주 물리치료 받으면 나을 거라고 했다. 손목 보호대를 차고, 물리치료도 꼬박꼬박 다녔다. 3주가 지나도 통증은 여전했다. 의사는 비급여 진료인 체외충격파 시술을 권했다. 효과는 좋은데 비싸다며 실손보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 건강보험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온 나는 실손보험에 들지 않았다. 1회 7만원씩 내고, 네 번 시술받았다. 손목 상태는 상당히 나아졌다.

이제라도 실손보험에 들어야 할까? 버티고 싶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당당하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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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낙마했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아들의 ‘황제 유학’,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은 시민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여기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한 새로운 의혹이 더해졌다. 최 후보자 역시 잠실·분당·세종에 아파트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23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딸 부부에게 집을 팔고 월세로 사는 쇼까지 벌였다.

조동호(왼쪽), 최정호. 출처:경향신문DB


사실 이들의 낙마는 청와대만 빼고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도 청와대는 지명 철회 발표 자리에서까지 안이한 인식을 내보였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해외 부실학회 참석에 대해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실학회 참석 사실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흠결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예의 사전 파악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변명은 구차하고, 흠결을 알고도 지명했다는 건 오만하게 들린다. 어느 쪽도 시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실패로 낙마한 장차관급만 벌써 10여명에 이른다. 장관 후보가 낙마하면 차기 장관이 나오기까지 수개월간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런 국력 낭비는 청와대가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한두 번이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개각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 인사라인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인사 잣대가 내편에만 관대한 온정주의는 없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매번 책임을 묻지 않고 감싸고 도니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시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두 사람의 낙마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인사의 폭을 넓히는 등 인사정책의 과감한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인사참사는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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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억원을 빌려 공시가격 26억원에 달하는 재개발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서울 집값이 폭등하던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샀다고 한다. 이 지역은 매입 두 달 전 롯데건설이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이 건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 외에 은행에서 배우자 명의로 10억2080만원을 대출받았고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렸다. 은행금리 4%를 적용하면 매년 이자만 5523만원을 내야 한다. 김 대변인 연봉의 절반 이상이다. 말 그대로 부동산에 올인해 재테크에 나선 셈이다. 

김 대변인은 28일 상가 매입을 놓고 파문이 일자 “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자리고, 제 나이에 전세를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날엔 “노후 대책용으로 건물을 매입했다”고 했다. 폭등한 집값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세대나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꿈 같은 얘기다. 군색한 변명은 도리어 시민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대책과 지난해 9·13대책 등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흑석동은 8·2 부동산 대책 때 투기과열지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투기 억제에 집중할 때 청와대 대변인은 거액의 빚을 내서 재개발지역 노른자 땅을 산 것이다. 투기를 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요, 투기가 아니라 해도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이 정부는 다를 거라 믿어 온 시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매일 시민 앞에 나와 대통령과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다. 앞으로 김 대변인의 국정 설명을 과연 신뢰하겠는가. 무엇보다 시민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 국정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약 25억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한 복합건물. 김영민 기자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설 때는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시민은 비 새는 집에서 천장만 바라보는 청백리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말과 행동은 맞아야 한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86명 가운데 25명(29.1%)이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전체 가구 중 다주택가구는 14% 정도다. 고위공직자가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시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이러니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고 한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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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물화처럼 익숙해진 풍경이 있다. 인사청문 대상자들은 각종 도덕성 의혹에 휘말리고, 막상 청문회에서는 해명은커녕 ‘죄송·불찰·송구’를 읊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면이다. 아무리 결격 사유가 등장하더라도 “죄송하다”고 납작 엎드려 인사청문회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경험칙의 산물이다. 25일부터 시작된 ‘3·8 개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26일 청문회에서 배우자·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송구하다”고 했다. 문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는 1998년 위장전입했고, 2006년에는 한 달에만 총 3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입에 줄줄이 걸리자 2017년 말 병역기피·세금탈루·부동산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 등 소위 ‘5대 원칙’을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포함한 ‘7대 원칙’으로 확대하면서 위장전입의 문턱을 낮춘 인사검증 기준을 제시했다. 위장전입은 인사청문 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자녀 학교 배정 등 목적으로 2회 이상일 경우로 완화했다. 2006년 자녀 학교를 위해 3차례 위장전입을 한 문 후보자는 이 기준에 예외인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딸 증여세 탈루, 업무추진비 소득신고 누락 등과 관련해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한 것에 “정식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하루 전인 25일 6500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청문회에서 과거 ‘막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사과드린다”는 답변을 되뇌었다. 앞서 25일 청문회를 거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갭투자’ 등에 대해 실체적 해명 없이 ‘죄송·반성·송구’를 수없이 반복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적격성에 의문이 찍히는 부동산 문제들에 대해 소명은커녕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후보자를 보는 서민들의 상실감은 너무 크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하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일탈과 편법 행위가 면피성 사과 한마디로 아무 일 아닌 듯 넘어간다면 ‘공정’ ‘정의’ 사회는 헛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죄송·송구’로 점철되는 청문회를 마냥 지켜봐야 하는 이 열패감을 인사권자가 진지하게 새겨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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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연설에선 ‘좌파정권’이란 말만 5차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이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나 원내대표는 도를 넘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위헌”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연설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정치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의원이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 연설이다. 그러자면 그에 걸맞은 품격이 따라야 한다.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상대 당으로부터도 보수의 지평을 넓혔다는 극찬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의 ‘네거티브 연설’은 건강한 보수를 기대해 온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오며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위 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나 원내대표 연설에 항의하며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아래). 연합뉴스·권호욱 선임기자

연설 중엔 ‘초당적 경제원탁회의’ ‘국론통일을 위한 7자회담’ 등 정부·여당이 경청할 만한 대목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안들도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에 다 묻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하며 “반대정당이 아닌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연설은 그런 다짐과는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윤리위 회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거꾸로 연설을 방해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처음 개원한 3월 임시국회는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당은 지난 2월 전당대회 때부터 마치 릴레이를 하듯이 저급한 색깔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아침 회의 때마다 ‘좌파정권’이란 말을 달고 산다. 아마 이날 연설도 이런 당내 극우화 기류에 최근 지지율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어우러져 나왔을 것이다. 험한 말을 골라 쓴다고 야당성이 부각되는 게 아니다. 한국당이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건 케케묵은 색깔론, 막무가내식 반대로 중도층의 외면을 받았던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보면 수권정당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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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2월 런던 스모그 사건이 떠오른다. 단 7일 동안 석탄 연소에 따른 스모그 현상으로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환경 재앙.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고 수도권과 세종, 충청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가능한 방안 총동원’을 주문하였다. 7일의 먼지 지옥.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다. 그 위해성이 명백하다. 1952년 런던의 재앙이 2019년 한반도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상한 재앙’에 ‘비상한 조치’를 취했는가. 작년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52%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이었다. 또한 ‘2차 미세먼지, 즉 오염원으로부터 배출된 이후 화학반응을 통해 크게 증가하는 미세먼지는 지역 내 오염원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단일 배출원으로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은 석탄화력발전소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별 실효성이 없었던 것은 국내 ‘지역 내 오염원’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곪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큰 수술인데 감기약만 처방하는 꼴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6일 (출처:경향신문DB)

미세먼지 재앙은 석탄화력과 경유차, 나아가 화석연료 퇴출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똑같이,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의 불편한 찌꺼기 때문에 발생한다. 화석연료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인공 강우를 뿌리고, 대형 공기청정기를 달고, 거리를 청소하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선포하고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며 강제 차량 2부제, 내연기관 퇴출만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비상조치인 것이다. ‘탈석탄화력, 에너지 전환’의 정책 기조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국가 차원의 ‘탈석탄위원회’ 구성은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국정과제로 걸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임기 내 폐쇄,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무려 20곳이다. 정부는 석탄발전량 비중을 2017년 기준 45.5%에서 2030년 36.1%로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꾸준히 늘 것이다. 향후 10년, 아니 그 이상이 지나도 우리는 미세먼지 공포 속에 허덕거려야 한다. 독일은 2030년 재생 발전 65%를 목표로 하고, 유럽연합은 2050년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폐쇄한다. 영국은 204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 폭스바겐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한다. 한국은 어떤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 따르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5~40%로 제시되었다. 석탄화력은 늘고 재생에너지는 더딘 상황, 한참 잘못되었다.

탈석탄화력, 태양과 바람의 길을 갈 것인지 미세먼지 지옥에서 살 것인지, 우리의 삶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절박한 갈림길이다. 국민 생존권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 환경 관료가 책임지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민감·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와 시민,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사회 대변혁을 강하게 요구할 때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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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울산과기대가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으로 전환되면서 초대 총장 선출이 있었다. 유니스트 교수, 직원, 학생 중 어느 누구도 총장 후보자들이 누구였는지, 총장이 어떻게 선출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관에 따르면 총장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서 추천된 후보자를 이사회가 선임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승인하는데, 총추위는 물론 총추위 규정 자체도 없었다. 귀신이 유니스트 총장을 뽑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곧 유니스트는 과학기술원(과기원) 전환 이후 두 번째 총장을 뽑아야 한다. 2018년 5월 유니스트 교수, 직원, 학생은 다른 과기원과 대학의 총장 선출 규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한 후, 모든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추위 구성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비공식 면담에서 과기정통부는 다른 과기원, 즉 한국과기원(카이스트), 광주과기원(지스트), 대구경북과기원(디지스트)의 규정처럼 “학생과 직원은 총추위에 참여할 수 없으며, 교수 참여도 최소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과기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니 총장은 기관장에 해당하며, 기관장인 총장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유니스트에는 국내외 석학들을 포함, 유니스트의 발전을 고민하는 많은 교수들이 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유니스트 발전에 대해 더 탁월한 혜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 연구의 자유는 어디 있냐고 묻고 싶다. 

카이스트 등 다른 과기원에서도 정부의 일방적 총장 선출은 많은 폐해를 낳았다. 2018년 디지스트 총장은 내부고발로 장기간의 과기정통부 감사를 받고 결국 사임했다. 그는 정부가 임명한 이사와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 그리고 과기정통부 관료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총장 후보자가 된 후 이사회가 선임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승인한 총장이었다. 현 카이스트 총장도 2017년 초에 유사한 제도에 따라 선출되었으며, 소위 ‘친박’이라서 총장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그 역시 디지스트 총장 재직 시의 문제로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받는 등 사임 압박을 받았다. 이런 식이라면 현 총장 선출 제도하에서 과기원 총장들은 본인을 선택한 정권의 눈치만 보게 된다. 결국 구성원의 ‘참여’와 지지에 기반하지 않은 총장은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의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이다.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재에 절망하고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가 탄생에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과기원의 총장 선출 건만 놓고 보면 과연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작금의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소통과 민주적 참여를 요구한다.

과기원은 국민의 자산이며, 학생은 미래의 인재로, 신임 교수는 석학으로, 오늘의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 열매는 국민의 몫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과기원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추위를 구성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을 이끌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것이 유니스트 초대 총장을 선출했던 귀신을 다시 찾아가 훌륭한 총장을 보내달라고 매달리는 것보다 이성적이고 현명한 길임이 분명하다.

<나명수 | 유니스트 교수·총추위 규정 제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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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했던 고 정운영씨(1944~2005)를 나는 교수로 기억한다. 큰 키에 중후한 목소리, 조리 있는 말솜씨. “결혼은 하셨나요”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제가 결혼도 못했을 것처럼 보이나요”라고 유머로 답하던 여유까지. 30여년 전 강의실에서 본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 무슨 얘기를 했을까. 요즘의 상황이 답답해 인터넷을 찾아보는데 그가 1988년 8월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이 눈에 띄었다. ‘성장, 안정, 복지…그래서?’라는 제목이다.

“우산 장수와 나막신 장수에게 각기 딸을 시집보낸 부모가 가지는 걱정, 그것은 경제정책의 입안자들이 지닌 고민의 내용을 아주 잘 설명해 준다. 우산과 나막신을 파는 데 고루 이로운 날씨가 없듯이, 한 사회의 모든 계층에 두루 유익한 경제정책이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좋고, 노동자도 좋은 정책이 있으면 세상에 다툼이 없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십수년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출입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파이를 키워야 한다”였고,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효과)이었다. 요지는 ‘대기업이 잘되면 노동자까지 혜택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대기업이 많이 성장했고, 파이가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헬조선’이란 말은 일상어가 됐다. 그 영향으로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다. 낙수효과 대신 분수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보수의 불만이 엄청나다. 기승전-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망하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최근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고용이 0.05%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0.7명 순증시키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서 고용을 감소시켰지만 전 산업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25~65세 일자리 21만개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만 강조한다. 경기변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 역시 이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출처:경향신문DB

며칠 뒤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된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지난달에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월세방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에게는 노인기초연금 25만원 외에 받은 정부 지원금이 없었다. 한국 경제는 지난 5년 동안에도 성장했지만 이들에게는 온기가 미치지 않았다. 성장 없이 복지 없다는 주장을 배척할 수는 없지만, 무너진 낙수효과의 신화에 다시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운영 교수는 칼럼에서 “이제 사회의 생산력은 같이 나누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발전했고, … 복지에 관한 한 정치 권력의 의지와 결단만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며 당시 정부에 대해 ‘의지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살아 있다면 다시 ‘의지의 점검’을 당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지’ 하면 떠오르는 얘기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다. 90세 노인 우공은 “내 비록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내가 죽으면 아들이 남을 테고, 아들은 손자를 낳고… 이렇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저 산이 평평해질 날이 오겠지”라는 말로 천제를 감동시켜 산을 옮기게 한다. 이 정권에서 안되면 다음 정권, 아니면 그다음 정권에서는 원하는 사회를 이룰 것이라며 밀고 나가면 최소한 지금보다 세상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건은 있다. 정운영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우파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아느냐.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가진 사람들의 것을 못 가진 사람들과 나눠 갖게 만들려고 하는 최저임금 인상을,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을’인 가맹점주와 또 다른 ‘을’인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싸움으로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히 교묘하다. 이들과의 논쟁에서 실력으로 이기지 못하면 사회를 바꿀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다행히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보다 공부를 훨씬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세상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김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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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1960년대 초 100달러에 불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물론 지역 간 발전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소득 양극화와 부의 편중 현상도 심화되었다.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제조업 중심,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정책이 낳은 결과물들이다. 불균형 성장이 남긴 상흔은 농업과 농촌에서 특히 현저히 나타났다. 농업이 장기 성장정체에 빠지면서 농가소득은 도시의 60% 수준까지 추락했다. 텅 빈 농촌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기고,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도 오래다. 전국 읍·면 농촌지역의 43%가 소멸위험지역이라는 암울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들 불균형 성장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래서 역대 정부마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핵심과제로 내세워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과 경쟁력, 시장논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이 지속되고 수도권의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공급사업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효율성과 경쟁논리에 따라 정책의 초점을 수도권과 도시지역에 집중하는 한 계층 간 소득 불평등과 지역격차 해결은 어렵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설정하고 포용적 성장을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포용국가 비전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해소는 물론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계층 간, 지역 간의 합리적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에는 국토의 80%를 차지하는 농·산촌의 균형적 발전과 농촌주민들의 삶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처럼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 그리고 도시민 중심의 성장과 발전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다. 일찍이 토다로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통합적 농촌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시 농·산촌으로 오도록 만드는 균형성장, 균형발전이어야 한다. 농업과 농촌에 더 많은 투자와 범국가적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고 국가예산도 대폭 늘려 종합적인 농업·농촌 발전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자원을 이용한 융복합산업화 정책 추진과 마을기업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도시의 60%까지 추락한 농가소득을 다시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청년들이 찾는 복지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세상은 인간과 기계가 상존하는 초연결·초지능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드론과 로봇, 무인트랙터가 상용화되는 미래에는 농업·농촌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농촌지역의 고용도 늘고 있다.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과 스마트팜 기술시대를 앞당기고, 유럽의 선진국들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잘 조화된 농·산촌을 가꾸어 함께 잘살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그런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균형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잘살고자 하는 공동체적 가치이고 철학의 문제이다.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용기 | 영남대 교수 식품자원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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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3일 ‘2019년 1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는 재작년 30만명 수준의 증가에서 지난해 10만명 정도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올해 15만명 증가를 목표로 했는데, 첫 달부터 암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연히 실업자 증가와 실업률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실업자는 20만명 이상 급격히 늘면서 122만4000명에 달해 2000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1월 기준)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5%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노인일자리사업 조기실시에 따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고용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모습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한국 경제의 ‘허리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의 고용 악화다. 경제 버팀목들의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를 불안하게 하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악재다. 이번에 청년층의 실업률 하락이란 긍정적 지표도 나왔지만 허리층 붕괴의 충격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제조업 분야의 취업자 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 감소로 전환된 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올 1월에는 취업자 수가 17만명 줄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작금의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조기에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고용정보원은 올해 실업률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 4%를 면하기 힘들게 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자리 사정 악화가 엄중한 상황임을 피력하면서 “일자리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별 경쟁력 제고방안과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들어 최우선으로 일자리 늘리기를 추진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면서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해를 넘겨서도 성장과 일자리 지표 모두 역주행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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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내용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고향 촌구석에 고속전철역이라니! 9년 뒤면 설, 추석에 편히 갈 수 있다며 설레야 하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필요한 짓인가 싶어서다.

자,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자. 당신이 대통령, 장관이라면 어디에다 뭘 만들어주겠는가. 일차적 기준점은 비용·편익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뭐든 깔아야 손해를 안 본다. 지방도 대도시 중심으로 엇비슷하다.

왜냐. 가장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용·편익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개발해온 게 그동안의 관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남 골짜기를 관통하는 고속철이라니,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다. 균형발전을 향한 원대한 기러기, 고니의 뜻을 어찌 제비, 참새가 알겠냐마는.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30일 (출처:경향신문DB)

결국 문재인 정부도 “구시대적 토건공화국”이니 하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일단 경제가 안 좋다고들 난리니 몸이 달았다. 사실 지금 경제 문제라는 게 굉장히 구조적인 거란 사실은 솔직히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문재인 정부 잘못만이 아니다. 반도체 고점론이 나오지만 워낙 ‘비정상적 호황’이었다. 위기론에 떠밀려 삼성에 너무 끌려가지 마라. 자동차 산업이 힘든다는 것 또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논란의 근원도 실은 따로 있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의 구조적 문제 탓이다. 마치 이런 일들 때문에 경제를 망친 정부라는 ‘누명’을 자처하고, 왼쪽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하려는 게 아닌가.

요새 정부·여당 쪽 인사들 움직임을 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툭하면 “우리는 반기업이 아니라 친기업”이란 말을 달고 산다. 즉 재벌개혁 하랬더니 그들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모양새다. 우리는 기억한다. 참여정부는 관료와 재벌에 포섭돼 뜻하던 바를 채 이루지 못했다고.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을 개혁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로 대한민국호 방향키를 틀자는 게 2년 전 겨울에 터져나온 서민대중의 절규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가. 근래 좀 가라앉았다고 안도하고, 성장률 숫자 올리겠다고 땅부터 파겠단다. 성장률 3%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든,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국토에 삽질을 해대면 당분간 일자리가 늘고 성장률도 올라갈 것이다. 그걸로 총선과 대선을 유리하게 치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 명분도 균형발전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쓸 종잣돈을 4대강에 쏟아부었다”며 비판해온 세력이 누구더라. 이런 식이면 유권자들 선택은 늘 빤하다. 그냥 자기 지역에 도로, 철도 많이 깔아주겠다는 놈 찍을 뿐이다. 진보·보수가 무슨 대수냐.

한번 짚어보자. 이른바 7호선의 양주신도시 연장이 왜 필요한가. 광역고속전철인 GTX는 3개나 깔아야 하나. 원인은 베드타운을 너무 크게, 외곽에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지역균형발전은 안 해놓은 채 잠자는 도시만 잔뜩 만든다. 그러곤 ‘균형발전’이란 억지논리를 내세워 도로, 철도를 까는 짓거리를 해온 게 역대 정부다. 예컨대 GTX-B 노선을 깔 게 아니라 인천 남동공단이나 마석 등지에 판교 2테크노밸리 같은 걸 만들어야지. 현실은? 또 GTX 공약을 총선, 대선용으로 우려먹을 일만 남았다. 유권자에겐 ‘희망고문’의 시작이다. ‘이부망천’이란 말이 다시 나돌도록 시민들 판단을 흐리는 정치다.

겉은 생채기가 나도 금방 낫는다. 그러나 속이 허물어지면 간단찮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번 예타 면제는 친기업 행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신호로 보는 이들이 적잖다. 몇 발짝 더 내디디면 돌아나오지 못할 게다. 그 후과는 누구의 몫인가.

<전병역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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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예비타당성조사)입니다.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재정관리의 절실함을 인식한 1999년에 태어났어요. 무분별한 토건사업의 남발을 막고 공공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담보하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제도죠. 예타 도입 전에, 정권의 이해와 지역이기가 맞물려 추진된 국책사업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지는 당시 지방공항의 실패가 여실히 보여줬어요. ‘유학성공항’(예천공항),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중권공항’(울진공항) 등으로 불린 지방공항들은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어요. 1300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 개항도 못하고 비행훈련센터로 바뀌었어요. AFP가 2007년에 ‘10대 황당 뉴스’로 꼽았으니 말 다했죠.

예타는 비용편익만으로 타당성을 결정하지 않아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지수를 종합해 판단해요. 이명박 정부에서 예타를 패싱하는 편법이 난무했지만, 1999년 도입 이후 2016년까지 782개(333조3000억원) 대형 사업 중 273건(136조9000억원)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어요. 마구잡이 토건사업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한 것이죠.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1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세계적인 재정관리 우수 제도로 평가받던 예타에게 시련이 닥쳤어요. ‘토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요.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 항목을 5개에서 10개로 늘려버렸어요. 토건국가로 질주할 고속도로를 뚫은 셈이죠. 이를 앞세워 밀어붙인 게 4대강 사업이었어요. 그뿐이겠어요. 광역별 30대 선도 프로젝트 중 21개 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했어요. 이명박 정부 5년(2008~2012년) 동안 ‘예타 면제’ 토건사업은 68개, 총사업비는 54조원에 달해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최소 8배 이상 많은 규모예요.

차마 이럴 줄 몰랐어요. ‘토건 대통령’ 때의 삽질을 문재인 정부에서 겪게 될 줄 짐작이나 했겠어요. 이명박 정부의 광역별 30대 선도 프로젝트 이후 10년 만에 예타를 따돌리고 대규모 토건사업들을 밀어붙인다잖아요.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인 남북내륙철도의 예타 면제를 대통령이 약속하더니, 이내 시·도별로 한 건씩 ‘예타 면제’ 사업을 나눠줄 판이에요. 남부내륙철도는 사업비(5조3000억원)가 올해 철도 전체 예산과 맞먹는 대형 SOC예요. 이걸 예타 면제로 풀어주는 상황이니, 다른 시·도들도 무조건 ‘최대 예산’의 토건사업을 들고 나선 것이죠. 이미 예타에서 탈락한 토건사업들이 수두룩해요. 개발과 토건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자유한국당 뺨치는 것 같아요. 남부내륙철도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어요. 박근혜 정부도 추진하려 했으나 예타에서 탈락해 어쩌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났어요. “박근혜도 MB식 토건사업은 안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는 비판이 나올 밖에요.

모욕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토건 잔치는 ‘MB 따라하기’ 같아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을 광역별로 나눠주는 거나, 대규모 토건으로 단기적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땜질식 처방 모두 ‘MB식’이잖아요. “적폐로 비판해온 이명박 정부를 답습하는 꼴”(경실련 성명)이란 소리를 들어도 싸요. 아무리 지역균형발전이라 포장해도 ‘삽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토건에서 나쁘고 좋고의 유전자가 따로 있나요. 이명박도 4대강 사업과 그 많은 토건사업을 ‘예타 면제’로 추진하면서 매번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웠어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런 진단을 한 적이 있어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그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여할 수 있는 재정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 그 돈을 아마 4차 산업혁명 쪽으로 그 당시에 돌렸으면 지금쯤은 기술 개발이라든가, 인력 양성이 많이 돼서 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이번에 시·도별로 1건씩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면 총사업비는 4대강 사업에 버금갈 거예요. 이 대표의 진단이 여권에 ‘칼’이 되는 게 아닐까요.

이제 예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으니, 꼭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박근혜 정부 때 검토되다 흐지부지된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것이죠. 정부나 지자체가 시행한 국책사업이 추후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날 경우 최고결정자에게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죠. 이번부터 ‘김경수 철도’ ‘송하진(전북지사) 공항’ ‘이철우(경북지사) 고속도로’의 최고책임자들을 분명히 해 두자고요. 이게 유명무실해지는 ‘예타’를 대신해 지역이기주의와 포퓰리즘으로 추진되는 망국적 토건사업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글에서 화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의인화해서 설정한 것입니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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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재민씨의 독특한 스타일, 정치권의 과도한 공방 등으로 사안이 복잡해졌지만,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당시 차관보가 카톡방에 보낸 문자이다. “핵심은 GDP 대비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겁니다.” 아직까지 공식적 부정이 없는 걸로 봐선 실제 문자라고 판단된다.

당연히 재정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할 수 있다. 당시에 진행되었다는 재정운용 방향 논의도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등장한 ‘채무비율 조정’은 지나치게 정무적이다. 차관보가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자조적으로 적은 글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러하다 해도 고위 공무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권력 핵심부에게서 그러한 분위기를 느꼈다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진보의 미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글이다. 그는 뜻을 다 펴지 못한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진보의 나라는 어떤 걸까, 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묻고 답을 찾아가다 힘주어 강조한다. “재정은 그 정부의 철학을 말한다.” 집권 초기부터 국가재정법을 제안하고 재정전략회의를 도입하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던 그의 문제의식이 응축된 문장이다.

문재인 정부 3년째다. 노무현의 바람이 구현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재정정책에서 묵직한 기둥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이 그렸던 ‘진보의 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나라다운 나라’로 깃발은 계승되었으나 이를 위한 재정전략은 불명확하다.

당선 2개월 후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인수위원회 보고서인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총 178조원의 공약 재원방안이 담겨 있다. 대선공약집과 최종 수치가 같다. 그런데 내역이 너무도 다르다. 지출 절감이 92조원에서 60조원으로 축소되고 기금여유자금은 20조원에서 35조원으로 증가했다. 세입 재원은 완전히 다시 작성되었다. 세수실적 호조를 반영해 초과세수 61조원이 추가되고 대신 세법 개정과 탈루세금 과세로 61조원을 만들겠다던 공약이 17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당황스럽다. 불확실성이 큰 ‘세수 호조’를 근거로 제도적 재원 방안을 이리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니. 공약집과 5개년계획의 발표 시차는 불과 80여일, 두 문서 모두 동일한 세력이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정책에서 어떤 정체성을 지닌 걸까?

집권 이후 초과세수도 의문을 낳는다. 2016년 이래 매년 예산에 비해 20조원 이상 세금이 더 걷히고 있다. 물론 세금이 남으면 지방교부세를 지원하고 국채도 일부 갚고 추경예산도 편성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문제는 초과세수가 반복된다는 점, 즉 매번 세수 예산이 실제보다 작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2018년 세입 예산안으로 268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7년 국세 수입 265조원에 비해 고작 4조원 증가한 규모이다. 당해 세금 징수액이 예측되는 시점임에도 비슷한 금액을 다음해 예산안으로 내놓았다. 그 결과 2018년에도 대략 25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올해는 어떤가? 정부는 세입 예산안으로 299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 세수 실적치를 단지 몇 조원 웃도는 수준의 금액이다. 정부는 기본 추계방식을 따랐다고 말하지만, 어느 정도 의도된 건 아닐까라는 불편한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초과세수는 예산안 편성에서 지출을 제약하고 나아가 증세 논의를 억누르는 효과도 낸다.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재정정책의 방향을 상징하는 핵심 지표인 조세부담률 목표도 실망스럽다. 정부는 정기국회 때 예산안과 함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제출한다. 앞으로 5년 계획을 담은 재정운용계획은 상반기에 골격이 짜이는 문서라 5월에 취임한 문재인 정부 첫해에는 기존 정부의 기조가 남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명시된 조세부담률은 2022년에도 20.4%, 이미 작년에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선언이다.

신재민 논란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도 재정정책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국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재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 투명해야 하고 묵직한 비전이 담겨야 한다. 노무현은 이야기한다. 결국 재정이 큰 나라가 진보의 나라라고. 이를 위해선 과감하게 복지를 늘리고 세금도 올렸어야 하는데 자신은 못하고 이렇게 물러간다고. 그리고 그 회한을 담아 역설한다. “재정은 그 정부의 철학을 말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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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이 교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친문(親文)’ 인사의 전진 배치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과거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선대위 중책을 맡았거나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에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측근을 기용하는 건 장단점이 다 있다. 인재풀의 과감한 확대로 청와대 전면 쇄신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친정체제 구축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에 대한 직언과 소통이 더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8일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춘추관에서 ‘2기 청와대’ 참모진 명단을 발표하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개편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동안 청와대는 부처 간 불협화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건들이 꼬리를 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왔던 게 사실이다. 경제는 악화일로요,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작금의 국정상황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예정보다 비서실 개편이 앞당겨진 것도 이런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엔 비서관 후속 인사를 하고, 뒤이어 설 연휴 무렵에는 상당한 폭의 개각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가시화하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비서실이 변화와 개혁을 주도했다면, 2기 비서실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내각으로 옮기고, 부처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야당과 보수진영의 의견도 듣고 정책 수행과정에서 이들에게 설명해주며 참여를 유도하는 통 큰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권력의 오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만난 건 ‘청와대 정부’란 말이 왜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대변인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시민들의 눈엔 상식적이지 않다.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더 자세를 낮추고 소통하는 겸손함이 전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 들어 연일 성과의 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8일 국무회의에서도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비서실 개편이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초심을 지켜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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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문재인 정부 탄생이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대변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산적한 개혁과제는 논란만 무성한 채 성과는 없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진보·보수 간 갈등에 더해 이제는 세대, 계층 간 파열음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그동안 쭈뼛쭈뼛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던 국정농단 비호세력들까지 반발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국내외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은 여전히 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새해는 문재인 정부나 대한민국 미래에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더 늦기 전에 새 정부가 달려온 지난 1년7개월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국정운영 방식을 총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내각의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누가 장관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하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여러 현안에서 빚어진 실망이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의 소망은 민생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공동체의 활력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아무리 옳은 길이라도 의미가 없다. 내각은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강력한 추진력과 유연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낼 책임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있다. 시민들은 3년차 정부에 실적으로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각은 이런 시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 2중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정부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양한 재량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보긴 어렵다. 개헌이든, 민생개혁입법이든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모든 정책은 입법으로 실행 근거를 갖춘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을 주도한 여당으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중심을 잡고 국정개혁의 주체로 나서야지, 대통령 인기에 의존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새해에도 여소야대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아니다. 여당이 할 일은 강성투쟁이 아니라 야당과 타협해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의 열쇠는 여야 협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청와대다. 민주정부라면 당과 내각이 대통령의 양 날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여당과 행정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건 정상이 아니다. 청와대 독주는 분권과 협치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당과 내각이 청와대의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정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성과로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시민들의 뒤를 쫓아 왔을 뿐 앞서 나간 적이 없다. 4·19혁명과 6·10항쟁처럼 시민의 뜨거운 열망이 아스팔트 위에서 멈추는 일이 촛불혁명 이후에도 반복돼선 안된다.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길지 않다. 시민들의 시선은 많이 차가워졌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과”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매달라”고 당부했다. 그게 시민의 바람이다. 당·정·청은 시민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 사회 대변혁을 강하게 추동해야 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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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다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중징계인 해임을 청구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27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청와대가 통보한 비위 사항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중 특혜성 취업을 시도하고, 민간업자들로부터 골프·향응 접대를 받았으며, 건설업자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감찰본부는 또 김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첩보 등을 언론사에 제공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감찰 결과대로라면 김 수사관의 처신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했고, 엄중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20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수사관의 잇단 폭로 역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김 수사관이 제기했거나 연루된 의혹은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자유한국당이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각각 수사 중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사건을 배당받은 지 이틀 만인 26일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의 특감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되기는 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청와대 압수수색 사례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에선 수사주체가 두 곳으로 나뉜 점을 들어 ‘쪼개기 수사’라고 비판하는 터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는 길밖에 없다.

6급 검찰 수사관의 근거도 불분명한 폭로가 청와대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태가 확대된 데는 청와대의 책임이 작지 않다. 청와대는 이전 정권 출신인 김 수사관을 특감반에 기용했고, 문제행위가 지속되는데도 조기에 검찰에 복귀시키는 등의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사건이 공개적으로 불거진 뒤에는 미흡한 해명과 감정적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더 이상 이런 과오가 되풀이돼선 안된다. 청와대는 내부 기강을 다잡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책임질 일은 책임진다는 자세로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옳다. 그럴 때만 소모적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도 과도한 정치공세를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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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던 신성(神聖)이 벗겨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지도자라는, 특수한 정치적 지위를 누렸다. 촛불과제의 실현이라는 신성한 사명을 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시민들이 응원하고 지켜줘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 사명은 웬만한 잘못에도 비판하기보다 격려해줘야 할 만큼 중한 것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아닌, 시민 뜻을 진정으로 떠받드는 정부가 탄생했다는 벅찬 감동의 발로였다. 햇수로 집권 두 해째를 마감하는 지금, 신성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정부는 오락가락하며 중심을 잃더니,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확대 혼선 끝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핵심은 재벌 민원을 들어주더라도 경제 활력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재벌개혁은커녕 재벌 중심 성장론으로 후퇴했다고, 다른 쪽에서는 섣부른 개혁으로 경제를 흔들어 놓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각각 다른 이유로 비판을 했다. 정책 기조에 변함없다고 하지만 기조를 지킬 자신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기 경제 사정이 나빠도 견고한 중장기 경제구조 개혁을 착실히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면 어땠을까? 이왕 정부를 응원하기로 한 이상 시민들은 당장 불만스러워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집 저 집 불 끄러 다니는 소방차처럼 분주하기만 했다. 이런 정부를 믿고 차분히 기다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기득권자처럼 행동했다.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을 때 변명을 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시민들은 항상 정치개혁 주체로 나섰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정치개혁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면, 그것은 무오류가 아니라, 오류를 대하는 태도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특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은 야당, 노동계, 지식인사회, 언론 가릴 것 없이 호통치고 가르친다.

미꾸라지, DNA, 불순물이니 하는 청와대 어법은, 청와대는 그 순정성으로 인해 무얼하든 스스로 정당화된다는 자기 확신에 차 있음을 드러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고, 야당과의 협치 없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문재인 모델’이 실패했다. 국정 지지보다 비판이 많아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지율 급락의 비용을 치르면서 해낸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쓴 <청와대 정부>는 문재인 시대의 유행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권력 집중은 결코 촛불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런 현실에도 문 대통령이 순수성과 선의에 의지해 계속 홀로 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다.

문재인 모델을 다른 말로 번역하면, 국정 협력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고, 반대세력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라 키우고, 그로 인해 고립을 자초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봉하마을을 찾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역대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지켜본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성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 개각도 해봤다. 정책실장, 경제부총리도 교체해봤다. 정책 수정도 해봤다. 그래도 시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청와대를 개편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다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신호는 모두 하나를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변화다.

성공을 하려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국정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행정부·민주당으로, 소수파 정부를 야당이 참여하는 다수파 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타협할 것은 하되,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개혁을 할 수 있다. 이건 무슨 비법도 아니다. 여소야대 정부로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야당을 찾아 “5년 내내 이렇게 야당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당과 소통만 잘해도 성공한다고 응대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 야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와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요즘 촛불의 꿈은 아득하고, 집권세력은 촛불이라는 껍데기를 짊어지고 가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중진과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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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크로스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한편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 이전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후 여론지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성장담론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론자들이다. 안보나 성장보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보통 절반 가까이 나오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5% 내외에 그친다. 성장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면 지지는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중시하는 정책을 분석해보면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은 딱 두 가지, 안보와 성장이다. 다른 건 시원치 않아도 이 두 가지만 잘할 것처럼 보이면 지지해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중시하는 정책은 열 가지쯤으로 나뉜다. 그런데 그중 한두 가지만 못하면 지지를 철회한다. 대학입시로 치면 한국당은 국·영·수만 잘하면 되는데 민주당은 전 과목을 잘해야 하는 꼴이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 과목을 시험 치더라도 국·영·수의 배점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정책에서 경제성장이 거의 50%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러니 성장담론을 장악하지 못하면 안정적 지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가 착착 놓여간다는 희망을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

(출처:경향신문DB)

둘째, 고용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했다는 일자리 상황판이 아직도 있다면 고용노동부 장관실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기술 변화와 인구 변화 양쪽을 모두 고려할 때 고용에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꿀잼’이다. 자기들이 집권을 했을 때도 못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분기별·월별 통계까지 들이대면서 호통을 쳐대기에 딱 좋고 반론을 해봐야 변명처럼 들린다. 진정성은 높이 사고 싶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까지 혼자 감당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세대별 평가를 보면 그나마 20대의 긍정평가가 가장 높다. 취업난의 일차적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반면 이미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기성세대가 고용노동정책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양상에 가깝다. 단기 성과의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구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고용 한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장기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셋째, 20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져서 데드 크로스를 주도했으며, 그것은 젠더갈등 때문이라고들 한다. 틀렸다. 20대에서 젠더 갭이 25%포인트 크기로 벌어진 것은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였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친남성 정책인가? 젠더갈등이 원인이라면 친남성 정책은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 아닌가? 사태의 원인을 젠더갈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진단이다. 20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유권자 집단이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한 예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 뜻밖에도 아직 부동산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20대가 크게 반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집값을 낮추어서 서민과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20대의 관점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는 어차피 없다. 그런데 투자는 왜 못하게 하나?” “자기들은 부동산으로 한 밑천 장만했으면서.” “어차피 안정적 일자리도 없는 시대인데 우리는 ‘투자하는 인간’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 희망이 없다.” 고성장 시대의 정의가 저성장 시대만을 살아온 20대에게는 불의로 비치는 것이다. 오래된 정의와 새로운 정의의 교차지점을 수구 정치 논리가 파고드는 것이 젠더갈등의 한 가지 기반이다. 제로섬의 젠더갈등이 아니라 다각화된 전선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 한 해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릴 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2020년은 총선 정국에 휘말릴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총선 이후는 예측불허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21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는 골든 크로스 소식을 접하고 싶다는 덕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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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나 고용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조선·철강 산업 등 산업기반 약화와 신흥국의 추격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으로 근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노동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 확대’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앞세우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반을 지나면서 노동정책은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나 약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및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선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재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의 양보 없이 경제활성화는 어려운 일일까. 고용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노동계의 고충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노동 존중’ 아닌가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첨예한 현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재삼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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