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11.14 [정동칼럼]연금보험료 1%의 마법
  2. 2018.07.18 [정동칼럼]건강보험 재정 정상화 묘수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방안에서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란다.

당황스럽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재정계산은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대체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요청되고, 대체율을 상향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되돌려 보내다니.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는 순간 2015년 연금 논의가 떠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체율 인상이 내키지 않았으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막판에 청와대 반대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던 실무합의안이다. 작년 대선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50%를 거듭 주장하며 ‘2015년 국회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합의했던 내용’임을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보험료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대체율 50%, 보험료율 10%’ 방안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적어 의아해했지만,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소진연도가 2060년임에는 변화가 없기에 선택 가능한 조합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민연금에서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율 10%에 부응하는 필요보험료율이 약 4~6%이다. 대체율 50%를 제안하려면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떻게 ‘1%의 마법’이 나올 수 있었을까?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전반전에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후반전에는 급여를 받기만 하는 제도이다. 아동수당, 기초연금처럼 현세대가 세금을 내고 동시에 수당을 받는 일반 복지제도와 달리 국민연금에선 유독 재정구조에 시차가 존재한다. 보험료율·대체율이 한묶음으로 결정되어도 전반전에는 보험료율이, 후반전에는 대체율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2015년 합의안대로 가면 1% 보험료율 인상은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10% 대체율 인상은 가입자가 은퇴하는 30~40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현실화된다. 2015년 기준에서 2060년까지는 주로 보험료율 인상이 작동하는 시기이다. 1%만 올려도 소진연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유이다.

문제는 소진 이후이다. 이때는 수급자가 늘어나고 50% 대체율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에 재정 지출은 더 커지고 그만큼 미래세대의 짐도 무거워진다. 결국 마법이 아니었다. 재정구조의 시차가 낳은 착시일 뿐이다. 하마터면 전반전만 보고 재정이 괜찮다고 판단해 국가대사를 결정할 뻔했다.

혹시 대통령은 2015년의 마법을 떠올리고 있을까? 그래서 보험료율을 조금만 올리고도 대체율 50%가 가능한데 더 높은 보험료율 수치를 들고 온 복지부가 못마땅했을까? 지난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의 임명은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탠다. 김 수석은 2015년 당시 문재인·김무성 합의를 이끈 실무기구의 공동위원장으로서 ‘50%·10%’ 방안의 논리를 제공했던 당사자이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재정 시차에 대한 이해는 무척 중요하다.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각각 효과를 낳는 시기도, 연금액을 결정하고 실제 지급하는 세대도 다르기에 긴 시야에서 세대를 관통하는 인식이 요청된다. 늘 우리 세대 눈높이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는 까닭이다.

종종 등장하는, 설령 기금이 소진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현세대 편향을 보여준다. 적립금 없이 당해 보험료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은 전환 시기 앞뒤 세대의 재정 몫이 비슷해야 가능하다. 부과방식의 모범으로 소개되는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현재 우리와 비슷한 대체율에서도 대략 소득의 19%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서구에서 세대 간 연대의 열매인 부과 방식이 한국에선 현세대의 책임 회피 논리로 활용되니 말문이 막힌다.

대통령은 배려와 공평을 중시하는 분이다. 복지부안을 반려한 배경에는 서민 가계를 걱정하는 선의가 바탕에 있다 믿는다. 그 마음이 현세대 국민뿐만 아니라 미래 아이들까지 품기를 바란다. 초고령시대를 맞이하여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모양새이니, 대통령도 2015년의 기억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구조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하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재정 분야를 공부하면서 늘 의아한 주제가 국민건강보험이다. 올해 건강보험의 지출은 70조원으로 우리나라 사회보험에서 독보적이다(장기요양 포함). 아니 어느 행정부처보다 많다. 31조원의 국방부, 40조원의 국토교통부는 가볍게 제치고 자신의 상관인 보건복지부 63조원보다 많다. 현재 지출이 가장 많은 교육부가 68조원이니 실제론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최대 부처라 말할 수도 있다.

재정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돈이다. 당연히 수입과 지출은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도 주요 수입이 가입자가 소득에 따라 납부하는 보험료이고, 지출 방식도 법정 기구에서 정해진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재정은 국회가 확정한 올해 정부총지출 429조원에서 빠져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약 9조원만 계산되고 나머지는 국가재정, 즉 기획재정부의 총괄 편성 및 국회의 심의 밖에 있다.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공공기관의 일반회계로서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을 뿐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5월 2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케어’ 철회를 요구하며 제2차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정부는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는 비중을 현재의 63% 수준에서 2022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비급여’ 항목이 줄면 낮은 건보 수가만으로는 의료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다. 건강보험은 시작부터 단일 체계로 운영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과 달리, 수백개의 지역·회사별 조합으로 출발했다. 조합마다 보험료율이 다르고 독립채산제로 운용되어 국가재정으로 편입되기 어려웠다. 이후 이러한 조합주의 방식에선 재정 형편이 조합마다 달라 전국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확인되었고, 노동·시민단체의 적극적 활동에 힘입어 2000년대 들어 지금의 건강보험으로 조직과 돈주머니가 모두 통합되었다. 명실상부하게 국가재정으로서 자격을 갖춘 셈이다. 우리나라 국가재정법에선 어떠한 사업이 국가재정에 속하려면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중 하나의 옷을 입어야 한다. 다른 사회보험들이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방식을 택하듯이 건강보험도 기금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럼에도 기금화 논의는 오랫동안 등장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의 자율 협상 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험료, 보장 범위 등 핵심 사안들은 가입자단체, 의료공급자, 공익위원이 3분의 1씩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결정되는데, 기금화가 되면 국회가 보험료, 급여 등을 함부로 정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형식 논리로 보면, 국회가 심의권을 지니기에 제기될 수 있는 걱정이다. 하지만 현행 국가재정 체계에서도 보험료와 보장성 범위를 결정하는 권한은 계속 사회적 기구에 둘 수 있다. 지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에서도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모인 위원회가 보험료율을 사실상 의결한다. 건강보험도 기금화가 되더라도 이해관계자 대표들이 지금처럼 건정심에서 보험료뿐만 아니라 보장 항목까지 다루면 된다. 집은 그대로 두고 문패만 바꾸는 작업이기에 제도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건강보험의 기금화를 권고했다. 건강보험이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는 돈으로 운영되고, 특히 어느 부처보다 많은 재정을 지닌 제도이기에 국가재정으로 통합해 수입과 지출을 국회가 감독하고 국민은 투명하게 파악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이다.

결국 기금화를 표류시켜 온 실질적 쟁점은 건강보험을 둘러싼 정치에 있다. 나는 이해관계자들이 기금화를 불편해하는 배경으로,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방식에 안주하려는 관성을 주목한다. 매년 건강보험료를 조정하고 보장성 범위를 정하는 건정심의 존재를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주제인데도 어디서 결정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 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대표자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거다. 조직과 재정을 통합했음에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그대로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기금화 반대 주장이 곧이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이제 건강보험 재정을 제자리에 놓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볼수록 사회적 논의는 활성화된다. 기금화는 당사자의 자율협상을 존중하면서도 건강보험의 의사결정과정에 활력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는 전체 지출을 점검하고, 건정심은 일반 시민들과 소통하라. 근래 현안인 문재인케어의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보험료 인상 등도 모두 건정심이 의결하는 사안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병원비 대책으로 계속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할지, 아예 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지를 주제로 건정심이 전국 순회 토론을 주관할 수는 없는가. 앞으로 건강보험의 의사결정과정에 새 바람이 불기 바란다. 기금화도 그 방향의 길이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