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 한반도의 허리띠는 녹색이다. 밤에 우주정거장에서 보면 얇디얇은 불빛 선으로 바뀐다. 강원 고성에서 한강하구까지 동서로 248㎞, 남북 철조망 사이 4㎞에 펼쳐지는 비무장지대(DMZ)의 두 색깔이다. 70년 가까이 사람 손길이 끊긴 3억평(907㎢)의 긴 띠는 5929종의 생물과 멸종위기 동·식물 101종이 사는 ‘생명의 땅’이다. “바로 앞에서 마주친 산양이 도망가지 않고 눈싸움을 해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DMZ 탐사 중에 만난 동물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독수리·두루미·황쏘가리가 모여 살고, 호랑이만 없는 원시의 세계다.

남북이 유해를 발굴하며 감시초소(GP)·지뢰를 없애기 시작한 DMZ는 가다서다 ‘평화의 땅’으로도 변신 중이다. 한국전쟁 때 동·서·중부 전선에는 북 탱크가 내려온 남침로 3개가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군부 설득에 땀 흘렸다고 한 개성공단·금강산 가는 길은 다시 뚫렸고, 철원평야를 가로지르는 경원선 길만 닫혀 있다. 군사 요충로 2개는 평화의 길로 바뀐 셈이다. 총알 자국 선명한 북한 노동당사와 먼 옛날 태봉국의 궁예도성이 있는 철원은 ‘세계평화공원’을 만들려는 남북경협 DMZ 축의 중심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제2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 계획을 밝혔다. 뉴욕 _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DMZ가 24일 유엔총회 무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며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기구들을 DMZ 안으로 옮기자고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류의 공동유산이 된 DMZ의 유네스코 등재도 남북이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현된다면, DMZ가 마지막 분단국의 군사적 긴장을 풀고 북이 미국에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의 지렛대도 될 수 있다. 한국은 26개의 유엔 기구에 가입했고, 평양사무소를 둔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식량계획(WFP)처럼 북한도 16개 유엔기구에 적을 두고 있다.  

지난 20일 춘천에선 DMZ에 새 이름을 명명하자는 국내외 학자들의 포럼도 열렸다. 평화와 생명이 공존하는 ‘PLZ(Peace & Life Zone)’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움튼 것이다. 세계적 온대서식지인 DMZ는 무한대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미래의 땅엔 새 이름(PLZ)이 안성맞춤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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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는 부활절 후에 ‘엠마오’를 간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10여㎞ 떨어진 마을로 추정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후 예루살렘을 떠나가던 제자 두 명이 길에서 만난 예수를 엠마오에서 비로소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루카복음 24장). ‘엠마오’는 이 만남을 기념하는 부활 나들이라 하겠다. 올해는 부활절 다음날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DMZ생태연구소’에 요청해 마련한 비무장지대(DMZ) 생태탐방에 다녀왔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로 엠마오를 간 셈이다.

민통선 너머에서 만난 숲은 참으로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땅속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는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최고의 중무장지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리의 평화는 여전히 엄청난 무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가 급속히 고조되며, 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남북 군사당국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따른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지뢰 제거를 위해 해당 지역의 나무와 일정 깊이의 흙을 무차별로 베어내고 헤집는 것은 생태적으로 매우 폭력적이다.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전쟁으로 황폐하게 만들었고, 자연이 다시 풍요롭게 만든 곳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7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6년 후반, 광장에 수백만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흔들어놓자 민통선 안의 땅 값도 흔들렸다고 한다.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가능할 수도 있는 ‘개발’ 기대 때문이다. 웃고 넘겨버릴 얘기만은 아니다. 남북 정상의 만남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필두로 남북 교류와 협력에 관한 제안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DMZ를 둘러싸고 제안되는 사업에는 ‘생태’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어떻게든 개발을 하겠다는 속내만 더 드러나는 듯하다. 이래서야 한반도의 평화는 DMZ에는 폭력이 될 공산이 크다. 돈과 이윤에 사로잡히고 휘둘려 부끄러움을 상실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민통선 안 숲에는 너부러진 채 죽어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하지만 숲속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다. 죽은 나무들은 숲에서 다른 생명들이 깃들고 자라는 터전으로, 뭇 생명의 근원으로 새롭게 변화한다. 자기를 내어줌으로써 새 생명을 키운다. 사람이 죽음을 심은 곳에서 자연은 생명을 일구어냈다. DMZ는 부활의 땅이다. 

예수는 못과 창에 찔린 상처를 그대로 지니고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십자가 상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예수의 삶, 그들의 편에서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맞섰던 예수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우리를 그 삶으로 초대한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숲을 일궈낸 부활의 땅 DMZ에도 상처가 새겨져 있다. 지나친 단순화일지 모르지만, 이 상처는 서로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의 충돌로 생겨났다. 지난 세월, 이 상처는 남북 간에 그리고 우리 남쪽 안에서 계속 깊어져왔다. 지뢰는 상처를 악화시키는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라고 경고한다. 지뢰는 우리가 남북의 평화를 빌미로 DMZ를 그저 ‘소비’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지뢰는 사람에게 물리적인 제약과 위협이 분명하다. 동시에 지뢰는 효율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배타적이고 무한한 욕망을 제어하는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다. DMZ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능사도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돈과 이윤이 우리 삶의 원리가 된 지 오래다. 비무장지대라고 우리를 지배하는 삶의 방식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럴 바엔 차라리, “DMZ에 지뢰를 허하라.” 엠마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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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일부 지역이 포함된 ‘DMZ 평화둘레길’ 3개 코스를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발굴 등 긴장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고성·철원·파주 등 3곳이다. 이 중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방문하는 동부전선의 고성 코스가 우선 개방된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인 화살머리고지의 GP와 도라산전망대 인근 파주GP 등 DMZ 구간이 포함된 중부 철원과 서부 파주 코스는 유엔사령부와의 협의를 거쳐 개방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DMZ 내 철책선 통문을 넘어선 GP 지역까지 시민에게 개방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이번 평화둘레길 개방은 의미가 각별하다. 고성, 철원, 파주는 한반도의 3대 축선에 해당되는 군사적 요충지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통로로 이용됐고, 남북이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격전지이다. 지난해 남북관계 정상화 이후 군사적 긴장완화 작업이 추진되면서 전쟁의 비극이 서린 지역들이 민간에 개방될 정도로 평화가 다져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가족, 친지들과 함께 DMZ 내 오솔길을 걸으며 분단현실을 체감하고 평화정착 의지를 굳건히 하는 평화교육 현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반도 긴장완화 작업은 시민들의 참여가 뒷받침될 때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평화둘레길 개방을 환영한다.

다만 평화둘레길 운영에서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시민들의 안전이다. DMZ 내 지역은 남북한 군의 수색조가 정기적으로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인 만큼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 DMZ 내에 설치된 남북 GP 간 거리가 1㎞ 안팎에 불과한 데다 남북이 서로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어 우발적인 사고가 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당초 철원, 파주 코스까지 이달 말 함께 개방하려다 신변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감안해 DMZ 내에 진입하지 않는 고성 코스만 우선 운영키로 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정부는 평화둘레길을 개방하기 전에 북한 군당국과 안전대책에 대해 면밀히 협의할 것을 당부한다. 정부는 평화둘레길이 개방되는 이달 말 이전에 북한 군당국과의 협의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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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한국 사람들에게는 현대사의 모든 기억이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나는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 미국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에게 이메일로 관련 문의를 하면서, 군 복무 시절 전방 지역에서 근무했던 경험 등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학창시절 그가 저술했던 화제작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으며, 여러 부분에 대해 동감도 했고 반대의견도 가졌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답장을 기대하지 않고 보낸 이메일이었다. 놀랍게도 일면식도 없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커밍스 교수가 보내준 답은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DMZ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고 감정이 벅차오른다면서, 태평양 건너 얼굴도 모르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장문의 답장을 보내주셨다. 사실 당시에 서방의 한국전문가가 DMZ에 대해 그토록 벅찬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다가와서 답장을 받던 날 한국인에게 DMZ는 어떠한 역사적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커밍스 선생님과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아름다운 사제의 인연이 시작된 출발점이었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끊임없이 한반도 현안에 대해 다른 의견들로 갑론을박한다.

최근 남북군사합의를 둘러싼 담론의 양상은 정치화를 넘어서 국론 분열의 위험 수위까지 다다르고 있다. 이 모든 담론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에 근본적으로 동의하는지, 이 대북전략이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사실 군비통제는 어느 시대이고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오랫동안 신뢰하지 않았던 상대방을 믿고, 제 살 깎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국의 군부와 보수층에는 비판을 받는 인기 없는 정책 옵션이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 간 군비 통제나 데탕트 전략이 시도될 때, 이를 추진하는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반대파들로부터 색깔론과 함께 유약한 이상주의자라는 비판을 늘 받아왔다. 더욱이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안보에 취약한 환경 속에서 북한의 도발을 오랫동안 경험해 온 상황에서, 군비통제는 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논쟁은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대전략은 지난 10여년간의 대북정책옵션, 즉 국제경제제재로 인한 북한 붕괴론이라는 신화에 대한 반성론과 ‘코피전략’ 등의 군사적 옵션 등에 대한 회의론에서 출발해 추진되고 있는 접근법이다. 이 대전략의 목표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시켜,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지금보다 감내해야 하는 피해가 수백배, 수천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주도적으로 이룩하자는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슈퍼그리드-에너지협력-나비프로젝트 등 동북아 협력을 강화시키고, 이에 북한을 동참시켜 경제적 실익을 얻게 하고, 나아가 이를 동북아시아 다자안보체제가 구축되는 토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그 비용이 크지 않다면, 제재를 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실험을 방관해오던 시절보다 시도할 만한 전략일 것이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 변화가 시작된 지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관심과 비판이 많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판이 과열되면 개별 쟁점의 정치화는 물론이고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부족한 점들이 있더라도 대전략 차원의 접근법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믿고 차분하게 지혜를 모을 때이다. 그리고 비판할 때 정책 대안을 갖고 담론에 참여한다면 그 담론이 정책 대안을 발전시켜 장차 정치화되지 않은 생산적인 담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는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보완과 수정, 조치 이행 확인들이 협의되고 진행될 것이다. 추진된 정책에 대하여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로 기다리고 평가하는 성숙된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서방에서는 ‘악의 지도자’와 어떠한 타협도 용서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소위 ‘체임벌린(히틀러에 대해 유화정책을 폈던 영국 총리) 학습효과’가 있다. 이는 북한을 대할 때 서방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역사적 사례이다. 히틀러를 막지 않고 타협하려 했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중요한 역사적 사례를 잊고 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창설하고자 하였던 국제기구(League of Nations) 창설이 미국 내 강경파의 반대로 백지화된 것이다. 그 당시 국제기구가 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창설되었다면, 2차 세계대전은 발발하지도 혹은 그토록 비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우리가 체임벌린 교훈만큼이나 윌슨 교훈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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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되면서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남북한 소식을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고 이러한 관심은 접경지역 관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비 임진각 관광지에는 관광객이 평일의 2배, 주말에는 4배 가까이로 늘었고 여행사를 통한 외국인의 접경지역 여행 문의도 2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특히 남북 정상이 만났던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져 지난달 미국의 주요 방송사 CNN은 DMZ의 역사와 여행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DMZ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접경지역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관심 없던 곳이 부동산 투자 열풍 지역이 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접경지역 땅값이 몇 달 새 최고 50% 오른 곳도 있고 거래 규모도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또한 군사분계선과 민통선 인근 지역은 민간인 출입조차 어려운 지역이지만 땅을 보지도 않고 매매를 하는 이른바 ‘묻지마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DMZ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는 어땠을까. 통일에 즈음하여 28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의 보고가 되어 있던 동·서독 접경지역을 자연의 기념물로 보호하기 위해 독일 국민은 범국민적인 토지 매입에 나섰다. 그렇게 25년여간 보호해온 결과 독일의 접경지역 ‘그린벨트’는 한 개의 국립공원과 세 곳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그리고 271개 자연보호구역을 가진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DMZ도 환경오염으로 갈 곳을 잃은 멸종 위기종과 희귀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최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총 5929종의 야생생물이 DMZ에서 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멸종위기 267종의 37.8%가 DMZ에 살고 있을 만큼 DMZ는 생태 보고로 재탄생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DMZ가 생태계 보전이 매우 잘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바로 등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행객에게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DMZ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과 북에만 허락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관광자원이다. DMZ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디에 가치를 두어 발전시킬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 국민적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김성은 | 경기관광공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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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 당국이 1일부터 동시에 최전방 지역 확성기 철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겠다고 한 데 따른 첫 조치다. 남북 정상은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이 이처럼 판문점선언 이행에 흔쾌히 나선 것은 후속 조치를 기대하게 한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초소 장병들이 1일 경기 파주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동시에 확성기를 철수시킨 것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넘어 양측 간 군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합의 나흘 만에 반세기 넘게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확성기를 치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더구나 북한은 이달 중 국제 전문가들과 남한 언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5일에는 북한이 남한 표준시에 맞추는 조치도 취한다.

북한이 최근 서해·동해 지구 DMZ 남북관리구역을 확대하자고 제의해온 점도 주목된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무장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지만 실제로는 무기와 장비가 집중 배치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남북이 지뢰를 제거하고, 감시소초 등을 철수한다면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목전에 다가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에서 당국이라 해도 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기는 어렵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열리고 비핵화를 다룰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 정세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남북 모두 쓸데없이 상대방을 자극해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이 군사충돌 직전 상황으로 치달았던 과거 사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려면 비단 당국만이 아니라 민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쟁 위험 해소를 넘어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역대 남북 간 합의는 후속 조치 이행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더 이상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늦어도 안되고, 서둘러도 안된다.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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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2월9~25일)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6년여 전인 2011년 7월 개최가 확정된 이후 경기 시설과 KTX·고속도로 등 기본적인 하드웨어 준비는 거의 완료되었다.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다. 대회 준비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잘 챙겨 나가야 한다.

평창 올림픽은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 특히 남북이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분단 도(道)인 강원도에서 개최되는 점을 부각하면서 ‘평화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어느 올림픽이나 평화는 기본 콘셉트이지만, 평창과 평화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 더구나 목전의 우리 한반도 상황은 너무나 위중하다. 일부 외신은 전쟁설을 퍼뜨리고, 또 일부 국가는 이를 이유로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2018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14일 전했다. 사진은 연설하는 김연아의 모습. 연합뉴스

성공적인 평화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보다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 홍보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무장지대(DMZ)는 아주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DMZ를 독일의 베를린 장벽처럼 ‘분단의 상흔’을 넘어 ‘평화의 상징’이 되게 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자.

북한이 비핵화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고, 북한 선수단이 휴전선을 넘어 참가한다면 가장 드라마틱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테마를 발굴하여 세계인의 심금을 울려야 한다. 길이 248㎞, 폭 4㎞의 DMZ는 과거 냉전기의 유산이다. 또한 대립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이자 세계적 수준의 ‘청정자연 보고(寶庫)’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환황해, 환동해, DMZ 등 3개의 ‘H 벨트’를 기본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호응이 없어 단 한발짝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DMZ를 역발상으로 접근하여 ‘친환경·평화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면 이번 올림픽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평창 올림픽 홈페이지에 DMZ 관련 콘텐츠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측 전경, DMZ 생태문화 다큐멘터리·음악회·트레킹, 한류 스타들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평화 콘텐츠를 업로드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특히 16개 참전국 국민들을 위한 스토리가 있는 ‘맞춤형 접경지역 체험프로그램’을 점차 개발해 나가야 한다. 이는 기존의 안보 위주 관광을 ‘평화·친선·문화 관광’의 개념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의 대회 참가 유도는 물론 남북 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물밑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해 나가야 한다. 북핵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이 끊어진 금강산 육로관광길로 들어오는 장면은 지구촌의 톱뉴스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반도 관련 소식을 TV 뉴스를 통해 접하기 때문에 갈등, 전쟁 등 부정적인 인상을 많이 갖게 된다. 그래서 상당한 위기감도 표출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DMZ의 또 다른 면, 평화의 잠재적 가치를 인식시키는 홍보를 치밀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 같은 우리의 노력은 ‘평화올림픽’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고 ‘접경지역 관광브랜드 글로벌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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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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