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님도 비리 사립유치원 개혁운동에 함께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의 요지는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계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도록 대통령이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지난 3월 유치원 집단 개학연기 사태 당시 활동했던 경기도 지역 학부모단체와 정의당 경기도당이다.

사립유치원의 설립 인가 및 폐원, 감사 및 처분 등에 관한 권한은 대부분 교육감에게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했어야 할 청원이 청와대까지 온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청원자들은 “경기도교육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학연기 사태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완패’로 끝나긴 했지만 사립유치원 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장 필요했던 ‘유치원 3법’ 개정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에 대한 에듀파인 도입은 법률 소송에 휘말렸다. 그나마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를 밝혀낸 게 유일한 성과로 꼽히지만, 유치원 문제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감사마저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절반에 달하는 1800여개의 유치원이 있고,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대형 사립유치원이 많은 경기도에서 말이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경기교육청의 최근 감사는 비위를 적발하기 위함인지, ‘전수 감사 달성’이라는 전시 행정을 위함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감사 대상 기간을 ‘직전 5년’에서 ‘직전 3년’으로 줄여 비위가 극심했던 2014~2015년 회계장부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 “감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감사 대상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본청에서 하던 감사 업무 일부를 산하 교육지원청에 넘겨줬다. 

감사 대상임을 통보받은 유치원들이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폐원 신청을 내는데도 “요건을 갖추었으니 안 받아줄 수 없다”며 족족 폐원을 받아줬다. 올해 폐원을 허가해준 52개 유치원 중 48개가 감사 대상 유치원이었다.

학부모단체와 정의당은 이 같은 감사 축소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기교육청의 답변은 매번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는 식이었다. 보다 못한 한 시민감사관은 “감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언론에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은 “진상을 밝히겠다”면서도 진상규명에 앞서 해당 시민감사관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직위해제부터 했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에 제보한 게 아닌 이상 ‘공익제보자’ 취급도 못 받는 탓에 이 시민감사관은 보호받기는커녕 억울함을 호소할 곳조차 찾기 어려운 처지다.

교육청의 업무를 감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경기도의회의 경우 감시는커녕 사립유치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올해 교육위원회 회의록만 뒤져봐도 도의원들이 유치원을 어떤 방식으로 옹호해왔는지는 쉽게 확인된다. 이 문제 역시 학부모단체 등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등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이 여태껏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학부모단체가 찾은 곳이 국민청원이다.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기지 못하면 다른 수많은 청원처럼 잊힐 거 같아 이참에 이들을 대신해 물어보려 한다. 

경기도교육청, 그리고 경기도의회에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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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 이를 발표한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는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과 반복적인 집단 휴원 및 폐원 협박, 그리고 ‘처음학교로’와 정보공시 참여 거부 등이 헌법 제31조가 보장한 국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한유총의 설립 목적과도 맞지 않고, 민법 제38조가 규정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써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의 결정이 정부가 ‘공익’을 자의적으로 정의해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선례로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그럼에도 검토를 거듭한 끝에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우리 시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 교육청의 더 중요한 의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유총의 반교육적인 일부 강경 지도부의 방침은 수십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해온 다수 유치원의 의지에 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유총의 강경 노선은 다수 유치원으로부터 기각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유총이 공식적으로 개학연기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던 1533개 유치원 중 실제 참여 유치원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설립 허가 취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다수의 사립유치원은 단순히 정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개학연기 투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도부의 반교육적 방침이 다수 국민의 기대에 배치되고, 또한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을 깊게 인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은 유아교육의 황무지에서 사재를 털어 국가가 담당해야 할 유아교육에 헌신해 왔다. 그런데 일부 반교육적인 강경 지도부에 의해 휘둘리는 사이, 국민들과의 괴리가 커졌다. 특히 사립유치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 한 계기는 아마도 2018년 10월5일 국회 토론회 무산 사태일 것이다. 이는 2017년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 꿇었던’ 강서 특수학교 공청회 이후 특수학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던 것과 유사하다. 

지금 사립유치원 앞에는 달라진 사회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길과 과거로 회귀하거나 현재에 안주하고자 하는 후진적 길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그동안 유아교육에 헌신해온 사립유치원들이 국민의 달라진 인식과 눈높이에 맞게 미래지향적 유아교육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호소드린다. 

많은 사립유치원 원장과 운영자들께서 그동안 유아교육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헌신과 기여가 폄하되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기간 유아교육에 대한 어렵고도 지난한 헌신을 시민들이 다시 생각해볼 마음의 여백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립유치원 운영의 미래지향적 전환은 필수다.

익숙한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시민들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지향적 유아교육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럴 때 사립유치원이 다시 시민들, 특히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조희연 |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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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했던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개학연기’ 사태는 하루 만에 끝났다. 정부가 여론과 공권력을 등에 업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몰아붙인 게 주효했다. 싸움의 핵심은 ‘소유권’이었다. 한유총은 일관되게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사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토지 사용료와 건물임대료를 정부에서 내야 한다고 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못 받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펄쩍 뛰었다. 사립 초·중등학교에도 지불하지 않는 시설사용료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대신 학교처럼 유치원에도 취득세·재산세 면제 등의 혜택은 준다고 했다. 싸움은 교육부의 한판승으로 마무리됐다.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의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유총은 여전히 사유재산을 포기하지 않고, 에듀파인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교육부가 될 것이다. 한유총이 해체의 위기에 있어서가 아니다. 국민들이 사립유치원을 바로 보게 됐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은 법률상 학교다. 영업이익을 내는 시설이 아니다. 앞으로 돈벌이를 위해 유치원을 짓고 운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가져다준 최대 성과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설립 허가 취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유치원은 학교다. 유아교육법은 유치원을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되는 학교’로 정의한다. 유치원은 교육시설이다.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과 구분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관할 정부 부처가 다르다. 그러나 운영에서 두 시설의 차이는 크지 않다. 입학 대상 연령도 6세 미만으로 겹친다. 실제 유치원을 못 간 유아가 어린이집으로 가는 일은 흔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치원을 어린이집과 같은 탁아시설로 생각한다. 심지어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조차도 유치원을 학교로 인식하지 않는다. 한유총의 인식이 보여주듯, 그들에게 유치원 운영은 경영이다. 유치원을 학교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교육부 관리들의 정책 순위에서 유치원은 초·중등학교에 밀린다. 아직 유치원을 교육 주체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유치원의 역사는 1840년 독일 교육가 프뢰벨이 4~6세를 위한 예비학교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킨더가르텐은 ‘어린이 화원’이라는 뜻. 우리는 일본인들이 번역한 ‘유치원(幼稚園)’으로 수용했다. 프뢰벨은 유치원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유아교육론을 정립했다. 이처럼 유럽의 유치원은 시작부터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유치원 시설과 함께 유아교육의 철학·내용·과정을 고민했다. 교육 과정과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지만, 유치원이 학교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1940년대 초 유치원을 다녔던 미국인 목사 로버트 풀검은 어른이 돼 자기계발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냈다. 이 책에서 그는 삶의 기본이 되는 가르침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유치원은 인생학교였다.

한국의 유치원 교육은 1900년을 전후해 일본인에 의해 시작됐다. 유치원 교육이 확산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부터다. 이후 유아 원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교육시설과 교사 양성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기하급수로 늘었다.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유치원은 법적으로 교육기관이 됐다. 교육 재정, 교원 지위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시설, 교사, 법령 등 하드웨어가 마련되면서 유아 학교로서의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놓친 게 있었다. 유치원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밑그림이다. 유아교육이 초등교육과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 유치원 교육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유치원의 정체성이 없으니 교육시설과 보육시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타박할 일은 아니다. 현행 유치원은 영어유치원, 놀이학교 등 유사 유치원과도 차별성이 없다.

유치원은 학교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 유아교육에 대한 철학을 갖고 유치원에 어떤 가치를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살펴야 한다. 양질의 유아교육을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명칭 변경은 일제 잔재 청산을 넘어 유아 교육의 정상화에도 부합한다. 한국 유치원 역사는 100여년을 헤아린다. 역사의 대부분을 유치원의 확충과 관리에 치중했다. 유치원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설확충이나 투명한 재정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유치원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교육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유아 교육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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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집단휴원’을 선언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한유총은 4일 오후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개학연기 투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유총 지도부의 강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개학연기에 참여한 유치원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집계 결과 실제 개학을 미룬 유치원은 전국 사립유치원 3875곳의 6.2%인 239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들 유치원도 90% 이상이 자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돌봄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독단과 아집으로 벼랑 끝 전술을 택한 한유총 지도부가 소속 회원들로부터 불신임당한 형국이다. 자업자득, 사필귀정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5일 (출처:경향신문DB)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한유총은 ‘집단휴원’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정부를 압박해 요구사항을 쟁취해왔다. 정부는 그때마다 보육대란을 우려해 타협책을 제시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상당수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가 드러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사태 초기부터 정부가 ‘무관용’을 선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행태를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교육부는 한유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한편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개별 유치원들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시민의 80% 이상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등 한유총의 집단이기주의에 등을 돌렸다. 학부모들이 집회를 열고 손해배상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직접행동’에 나선 점도 한유총의 백기투항에 영향을 미쳤다. 시민과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은 것이다.

개학연기로 인한 혼란이 하루 만에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철회하면서도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걸 보면 불씨는 남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사립유치원들이 다시 문을 여는 데 안도하지 말고, 유아교육의 새로운 틀을 짜는 작업에 진력해야 한다. 민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유아교육 현실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학습권 침해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오랜만에 정상화된 국회도 유치원 3법부터 조속히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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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1일자 지면기사-

최대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다음주로 다가온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28일 “교육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사립유치원 마녀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개학을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의 요구사항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및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누리과정 폐지 등이다. 한유총은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집단휴원이다. 어린이와 학부모를 볼모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막무가내식 행태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엄마 화났다 3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개학연기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유총은 2016년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휴원을 예고했다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추가 지원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한유총을 달랬다. 2017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됐다. 한유총이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원을 예고하자 정부가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 노력을 약속해 갈등이 봉합됐다. 더 이상은 안된다. 한유총이 실력행사에 나설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타협하는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정부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유아교육법·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해야 한다. 개학 연기로 발생하는 돌봄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해 주변 국공립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시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유총도 ‘힘자랑’이 먹히던 시대는 저물었음을 깨닫기 바란다.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시대적 요구로 부상한 터다. 한유총은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개학 연기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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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에 대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반발이 도를 넘고 있다. 한유총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은 사유재산권 침해이자 재정 통제조치라고 주장하면서 25일 국회 앞에서 2만여명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 회견 다음날 교육부와 국세청, 경찰청은 한유총의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유치원 3법’ 처리를 놓고 대치했던 정부와 한유총이 에듀파인 문제로 2라운드에 들어선 양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통해 올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시범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각 시·도교육청은 산하 사립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에듀파인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유총은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의 실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유총은 에듀파인을 강행한다면 집단 휴·폐원도 고려하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한유총의 이런 행태는 예전처럼 불투명한 회계시스템으로 또다시 정부 지원금이나 학부모 교육비를 빼돌려 명품 가방을 사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지은 교육부 사립유치원공공성강화지원팀장이 3월부터 사립유치원에 적용될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듀파인은 유치원과 학교의 물품구입비, 급식운영비, 시설비 등의 회계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유치원과 각급 학교에서 시행 중인 에듀파인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에듀파인을 도입하면 회계투명성이 높아져 국민의 불신을 줄이고 유아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립유치원은 설립·운영 주체는 개인이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공공 유아교육 시설이다. 당연히 에듀파인을 통해 공교육의 취지를 살리는 게 옳다.

한유총은 지난해 국민 절대다수가 바라는 ‘유치원 3법’ 통과를 저지하며 빈축을 샀다. 국회에서 ‘유치원 3법’ 처리가 좌절된 상황에서 에듀파인 도입은 사립유치원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 조사를 통해 정치자금법 위반, 전·현직 지도부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둔 상태다. 이제 에듀파인마저 거부한다면 교육단체로서 위상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한유총은 학부모와 유치원생을 볼모로 삼은 총궐기대회를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에듀파인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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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을 알선했다는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임 이사장 등 지도부가 공금을 유용·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교육청은 1월31일 전·현직 지도부 5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한유총 법인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수사의뢰키로 했다. 한유총은 지난해 말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요구는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재산과 권리만 챙기려는 후안무치로 비판받아왔다. 이제는 단체 운영의 비위 의혹까지 드러나며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다. 미래 세대의 학습권을 볼모로 위법적 행태를 자행해왔다니 어처구니없다.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 의뢰한 31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입주 건물 복도에서 한 사람이 전화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유총은 전국 사립유치원의 70%가 넘는 3000여곳을 회원으로 둔 최대 유치원 단체다. 그러나 교육청 조사 결과를 보면 ‘적폐의 온상’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한유총은 지난해 11월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 3법’을 막기 위해 회원 3000여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의원 후원계좌를 올리고 ‘10만원가량 후원하라’며 독려했다고 한다. 한유총 법인과 지도부, 일부 회원들의 회계 부정도 다수 적발됐다. 회원들에게 한유총 회비를 교비회계에서 내도 된다고 안내했는데, 이는 학부모 부담 교육비는 유아교육에 직접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 또 전 이사장과 전 지회장들이 ‘지회 육성비’ 명목의 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횡령한 정황이 드러났고, 물품 구매·용역 계약 과정에서 3억5400여만원어치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사실도 파악됐다.

검찰은 한유총과 관련된 모든 비위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로비를 시도하고, 학부모들이 부담한 교육비를 마구잡이로 전용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한유총은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옳다.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법적 대응’ 운운해서는 시민의 시선만 더 싸늘해질 것이다. 교육청은 수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지난해 처리되지 못한 채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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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끝내 무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재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써 유치원 개혁은 최소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척결되기를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 특히 유치원생 학부모들로서는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대의기구인 국회가 민의를 이토록 외면해도 되는가라고 묻고 싶다.

국회 교육위는 2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부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규정상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유치원 3법은 아무리 빨라도 1년 뒤에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중재안에는 처벌 규정의 ‘1년 시행유예’를 담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비리 사립유치원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승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시사 2판4판]자한의 은혜 (출처:경향신문DB)

지난 10월 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여야는 한목소리로 유치원 개혁을 외쳤다. 곧바로 박 의원이 유치원 회계 단일화,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비리유치원 처벌 등을 골자로 한 ‘박용진 3법’을 발의하자 한유총의 눈치를 보던 한국당이 돌변했다. 급기야 한국당은 한유총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체 법안을 내놓았고, ‘박용진 3법’과 병합심리하자고 압박했다. 이후 국회 교육위는 6차례 회의를 열어 유치원 3법을 심사했지만, 회계 단일화와 처벌 등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끝내 불발됐다. 3개월 가까이 진행된 국회 유치원 3법 개정 논의에서 건진 것은 한국당과 한유총의 굳건한 카르텔뿐이다.

유치원 3법 심의 과정에서 한국당은 철저히 한유총의 논리를 대변했다. 한국당은 국민보다 한유총의 이해를 먼저 생각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방안을 꺼낸 것도 한국당과는 유치원 개혁을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한 유치원 개혁은 무산됐다. 한국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표로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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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재벌 총수를 ‘오너’(owner)라 부른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그 설립자와 일가들이 회사의 주인이자 소유주라는 의미다. 설립자의 개인능력 덕분에 성공했으므로 오너가 되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수성가의 신화가 회사를 자기소유, 개인재산으로 여기게 한다. 자기가 키운 회사라는 생각에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자녀에게 물려준다. 사유재산인 보유 지분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상속하려 한다. 경영권은 사유물이 아닌데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는 오너의 잘못된 인식이 가족경영과 경영권세습을 정당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 재벌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이 우리 기업의 독특한 관행이 되었다. 내 것이라는 생각에 권위주의적 오너가 되고 수직적 기업문화가 지배한다.

세습자본주의의 민낯이 오너의 갑질 행태로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회사는 보통 주식회사이므로 설립자이자 경영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도 있고 주주도 있다. 아무리 1인 주주의 1인 회사라 하더라도 주주와 회사는 구분된다. 주주와 회사는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는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설립자와 그 일가가 아니라 주주들이 주인이다. 피와 땀이 배어 있다고 재벌총수 일가가 멋대로 할 수 있는 개인재산이 아니다. 국가의 온갖 보호와 특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더 이상 개인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 기업 내 민주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가 되는 이유다. 

5일 오전 참여연대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앞에서 유치원 비리근절 3법 통과 촉구 및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소위 ‘유치원 3법’ 개정논란에서도 오너십이 쟁점이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토지와 건물, 시설에 자신들의 재산을 투자했기 때문에 개인의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국가가 법을 근거로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에 반한다고도 한다. 학교법인에 재산을 출연한 사립학교와는 달리 개인재산이 제공된 사립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오너십이 교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억지논리를 만든다. 사립유치원은 학교가 아니며, 학교로 인정하려면 그에 합당한 인건비와 개인 재산을 공공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임대료 등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2018년의 유치원법 개정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과 판박이다. 사학들의 부정부패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유치원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한 유치원법 개정논의는 서로 닮았다. 보수야당과 결합한 이익단체의 집단행동 무기가 사유재산권 보장이라는 점도 똑같다. 학교설립자가 개인의 재산으로 학교를 설립했으니 학교는 사실상 설립자의 것이므로 여기에 누구든 개입하는 것은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사학의 자율성이 무시된다는 논리였다. 폐교와 폐원으로 학부모를 겁박한 장면도 데자뷔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 구도도 사립학교법 논쟁의 시즌2처럼 보이게 한다. 

법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든,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든 유치원은 사립학교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은 ‘학교’면서 법인이 설립해야 하는 초·중·고·대학과는 달리 개인이 설립할 수 있다. 법인이 아니고 설립자 개인이 운영하더라도 교육관계법령상의 학교이자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법인 사립유치원은 설립인가를 신청할 때 건물과 부지를 출연하여 교육용 재산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유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법인 사립유치원 역시 개인이 소유한 건물과 부지를 유치원의 교사·교지의 용도로 지정하고 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규제를 받아들이고 인가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사유재산이지만 시·도교육감의 승인, 지도, 감독을 받는다. 감사도 받아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학교이기 때문에 폐원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공립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한 범위 안에서 운영을 감독, 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과정으로 명백한 공교육 과정이다. 그래서 국가의 엄청난 공적재원이 투입된다. 학부모 분담금이 유치원 운영자의 사유재산일 수 없다. 엄연히 교비다. 수입을 교육목적 외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불법이다.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을 내세워 사설 학원화하거나 스스로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사업자로 격하시키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

유치원 비리근절 3법은 교육 목적 교비의 사적인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법상 학교에 걸맞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개정법률안이다. 국회는 한 해가 가기 전에 충격받은 학부모들이 더 이상 분노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하태훈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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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주 내내 법안 협의를 이어갔지만,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 3법’에 제시된 회계 관리 방식과 처벌조항을 걸고넘어지면서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유치원 개혁법을 무력화시킨 한국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7일 새해 예산안과 ‘유치원 3법’ 등 막판 쟁점 타결을 위해 회동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10월 초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개하자 유치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박 의원은 곧바로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유치원 운영비 통합 관리, 정부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교육비 부정 사용 시 처벌 등이 골자였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국민은 80%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 처음에는 한국당도 ‘박용진 3법’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법안에 강력 반발하자 이들의 눈치를 보던 한국당이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국당은 자체 법안을 제시하며 ‘박용진 3법’과 병합심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회계관리 방식과 처벌 규정을 놓고 팽팽히 맞서며 합의를 보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이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한국당은 이마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한국당이 제시한 법안은 유아 교육의 진정성이나 유치원의 공공성과 거리가 멀었다. 한국당은 법안 협의 과정에서 ‘박용진 3법’을 공격하고 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들의 법안은 시간끌기용이자 방탄용이었다. 한국당에는 국민 여론보다 한유총의 이해가 먼저였다. 한국당은 ‘유치원 3법’의 국회 처리를 무산시켜 놓고도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 개혁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유치원 3법’ 개정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임시국회를 통한 연내 처리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의 자체가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해를 넘기면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한국당의 태도다. 한국당이 한유총에 대한 변호를 고집하는 한 유치원 개혁은 불가능하다. 한국당은 한유총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길 바란다. 그리고 여론의 바람대로 ‘유치원 3법’ 통과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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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이른바 ‘박용진 3법’에 “아이 교육을 정부가 하겠다는 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론을 입혔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유총은 자유한국당으로 달려갔다. 한국당과 한유총, ‘한·한 연대’의 유치원 적폐 생존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한국당이 물타기, 시간끌기로 법안 심의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법안이 법이 되려면 상임위 법안소위→상임위→본회의 과정을 거치는데, 박용진 3법은 첫 관문인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지난 9일과 19일에는 회의를 열지 못했고, 12일에는 회의가 열렸지만 법안 열람만 하고 끝났다.

한·한 연대의 ‘덫’에 걸린 이 법안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잘해야 누더기 법이요, 그렇지 않으면 입법 무산이다. 그 결과는 유치원 적폐’의 되풀이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계속 나랏돈으로 명품백 사고 성인용품을 구입할 것이다. 초등학교 취학 준비를 위한 주입식 교육과 아이들이 수박 한 통으로 100명이 먹는 풍경도 재연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16일 (출처:경향신문DB)

박용진 3법은 정부로부터 매년 2조원을 지원받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한·한 연대는 이 법안이 사립유치원에 정부의 회계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한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한다. 정부 지원금을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보조금으로 명목 전환하고, 위반 시 형사책임을 지도록 한 것에도 반대한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상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로 분류돼 시·도 교육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원장 임명권이나 시설 처분권을 갖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럼에도 한유총은 막무가내다. 비리가 불거지면 사과하고 단체 차원의 자정 노력을 보이는 게 통상적인 반응이다. 한유총은 사과는 했지만 곧바로 전체를 비리로 몰고 갈 경우 집단 휴원하겠다고 경고했다. 고위관계자는 유치원 비리에 대해 “국회의원이 월급을 받아 부인 명품백을 사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사립유치원 지원금은 유치원 원아교육에만 쓰도록 목적이 정해져 있다. 국회의원 월급과 동일시하는 것은 억지 논리다. 이들이 유치원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상속세 등을 적게 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교육기관 명의로 정부 돈을 타낸 뒤 감독은 사유재산임을 내세워 피해가려는 이중적 행태다. 물론 사립유치원이 50년 한국 유아교육을 담당해온 역사적 역할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런 공로가 현재의 비리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유치원 교육의 중요성은 학술적으로 입증돼 있다. 해외연구에 따르면 유아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16.14달러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 미국 시카고대 플라비오 쿤하 교수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영·유아기에 가장 높으며, 그 이후 취학기나 성인기에는 급격히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유아교육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논의하기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사유재산 논란이나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사립유치원 적폐 생존전략의 미래는 밝지 않다. 유치원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들도 유치원 개혁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가뜩이나 바닥을 기는 지지율 때문에 비상이 걸린 한국당으로서는 한·한 연대가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저출산시대에 대비하자며 아동수당 선별지급에서 일괄지급으로 입장을 바꾼 한국당이 저출산을 부추기는 유치원 개혁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한유총 역시 최대 고객인 학부모와 언제까지 맞설 수는 없다.

한유총은 이번에도 고비만 넘기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 예상대로 박용진 3법은 폐기되고 정부의 유치원 개혁도 주춤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머지않은 미래에서 한국 사회를 기다리고 있다. 저출산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안에 사립유치원의 절반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2016년 42만여명이던 한 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 35만여명으로 뚝 떨어졌으며 올해는 20만명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2017년 유치원 취학 아동 가운데 5세는 27만명이지만 4세 25만명, 3세 16만명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것도 그 전조일 터이다. 이는 휴원이나 정부에 대한 몽니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과장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한·한 연대가 사유재산 침해나 주장할 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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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교육기관인가? 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인가?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 공개 이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쟁점이다.

사립학교의 경우는 어떨까? 사립학교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며 그 판결 결과가 사립학교제도의 시금석으로 작용해온 상지대에 대하여 최근 주목할 만한 법원 결정이 있었다.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은 1993년 사학비리를 저지르고 쫓겨난 뒤 여러 차례 복귀와 학교 재장악을 시도했다. 그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9월 김종철 연세대 교수 등 9명을 상지학원 정이사로 선임했던 것에 대해 “종전 이사들이 상지대의 정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이사선임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얼마 전 제기했다. 아울러 이사 선임의 효력을 취소소송 판결 전까지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같이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18일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들이 '교육부의 비리유치원 비호·방조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학교법인 설립 목적의 수호라는 보충적 지위에서 더 나아가 종전 이사 등의 경영권 내지 재산권을 회복시켜 주거나 이들의 지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학교 내지 학교경영권을 재산권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 이사들에게 과반수의 정이사 선임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 결정은 2018년 6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 종전 비리 이사가 포함된 이사 협의체가 새로운 정이사를 추천할 경우에 전체 후보자의 과반수 미만만 추천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하고 상지대에 이를 적용하였던 것에 대하여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한 최초의 결정으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2007년 대법원은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던 상지대에서 임시이사들이 변형윤을 이사장으로 하는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한 것에 대하여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에 대하여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 재산권 등을 근거로 ‘설립자로부터 이어진 이사들의 인적 승계’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김문기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과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종전 이사 등과의 인적·재산적 연관성의 확보가 아니라 설립목적 등이 구체화된 정관을 통하여 유지·계승된다는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이번 행정법원의 결정 등으로 상당 부분 극복됐다.

그런데 사립학교에 대하여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건 퍽 익숙한 논리가 아닌가. 바로 최근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로 촉발된 교육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안에 대하여 한유총이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이므로 수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은 논리이다.

위 2007년 대법원 판례에는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지칭된 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김영란, 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이들은 ‘학교법인은 기본적으로 민법상 재단법인에 해당하는 것이고, 다만 그 조직·운영에 관하여 법적 규제와 행정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사학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립학교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운영되는 특수법인’이라고 하여 학교법인의 공공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이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이번 행정법원 결정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자주성뿐 아니라 공공성도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5조 제2항이 교육의 자주성을 규정하면서 ‘학교운영의 자율성은 존중되며, 교직원·학생·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사립학교의 자주성은 학교의 자치, 즉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자치를 의미하는 거지 설립자나 학교법인의 축재 수단이나 족벌 지배 및 경영권 세습으로 이해돼선 안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립유치원도 유아교육법에서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설치되고, 누리과정에 따라 국가에서 상당액의 지원금을 받는 이상 공공성을 지닌 교육기관의 정체성이 우선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유치원이 사유재산임을 근거로 유치원 원장들이 각종 편법을 용납해 달라는 것이야말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최근의 유아교육법 등 관련 법 개정과 국가회계시스템의 사립유치원 적용,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 일련의 공공성 강화 정책은 교육계 묵은 적폐를 도려내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립유치원과 함께 사립학교에 있어서도 공공성 강화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희망한다.

<김영준 | 민변 교육·청소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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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시급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전문가 확보였다. 교비로 명품 사고 아파트 관리비 내고, 있지도 않은 ‘가장거래’로 설립자 뒷주머니만 채우는, 일부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립유치원들을 한때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욕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뭐가 문제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기사를 쓰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희한했다. 생각보다 전문가라 할 만한 이들과 통화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입시나 사학비리, 사교육 문제 등과 관련해선 논리정연함으로 여론몰이를 능숙히 해대는 교육단체들도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했다. 교수들은 입 열기를 조심스러워하거나 피상적 말을 늘어놓았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기로 한 대학교수는 결국 “못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집단휴업 등으로 어깃장을 놓고, 유리한 입법을 위해선 로비도 서슴지 않는 사립유치원 단체의 영향력이 무서워서였을까 생각했던 것은 순진함이었다. 그보단 유아교육 전문가라 불릴 만한 분들이 의외로(?) 없다는 게 더 정확했다.

아동학을 전공한 어느 분도 “국내엔 유치원 전문가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정책의 방향에 대해 코멘트해줄 만한 전문가라면 “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초등교육의 귀속 분야로서 유아교육이 다뤄지면서 국가가 맡아야 할 기본 교육에 사인(私人)이라는 시장논리가 자리 잡아 오늘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용민의그림마당]2018년10월26일 (출처:경향신문DB)

사립 초·중·고교와 달리 개인이 임대건물만 있으면 유치원을 차릴 수 있는 현 구조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비롯됐다. 원장 기준에 대한 자격도 남발됐다. 그동안 툭하면 사립유치원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업 등으로 실력행사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유력 정치인까지 합세해 정부에 “좀 봐달라”고 개입했다. 사립유치원들의 이기심과 정부의 무관심,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 ‘형식은 교육기관인데 내용은 자영업’인 형태의 사립유치원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행정에서 유아교육은 ‘귀찮은 존재’ 정도로 여겨져왔다. 각 교육청의 조직도만 봐도 알 수 있다. 17개 시·도 중 유아교육이 ‘과’ 단위로 조직된 곳은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몇 곳 안된다. 초등교육과 내 유아교육팀으로 분류돼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도 2013년에서야 관련 팀을 유아정책과로 승격했다. 한마디로 유치원은 ‘돈 있으면 보내고 안 보내도 그만’이라는 30~40년 전 시각에서 진일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료조차 “유아교육과로 가게 되면 물먹는 것이란 인식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회 전체가 유아들의 삶과 권리에 무관심해왔다는 점에서 학부모들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발 위주, 결과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내 아이만 불이익받지 않으면 유치원이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 없어하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촉발시킨 실시간 정보공유와 대응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과거와는 다른 여론 형성을 가능케 하고 있다. 나 하나 달라져서 세상이 바뀔까 하고 심드렁했던 부모들은 이제 아이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선다. 민심 변화는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공립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그는 사립유치원의 표는 얻었을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의 표는 얻지 못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정치적 포부를 드러내며 인용한 시다. 그가 말한 꽃이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아니었겠지만서도 현재 국민의 꽃은 하나씩 하나씩 피어 꽃밭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문주영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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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사립유치원 대책에 대해 논의했으나 휴업 등 집단행동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대란’의 우려가 사라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는 제도 미비 탓”이며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면서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정부의 사립유치원 대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한유총의 토론회가 열린 30일은 유아교육 관련 정부부처, 기관, 시민단체 모두가 숨가쁘게 움직인 하루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고 사립유치원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유총의 토론회에서 집단휴업 등을 논의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경고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를 집단행동으로 파행시킨 혐의를 들어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한유총은 회원 4000여명을 동원한 가운데 정부의 대책을 성토했다.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종합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비공개로 진행된 한유총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유치원 비리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때 집단휴업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토론회 직후 한유총은 집단행동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유총은 지난 11일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된 이후 비리 척결 노력을 하기보다는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노력에 어깃장을 놓아 왔다. 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위한 ‘에듀파인’ 도입을 반대하고 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심지어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를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전체 사립유치원의 70%인 3200여곳을 회원으로 둔 전국 최대 유치원 단체다. 한유총이 ‘집단휴업’ 카드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극한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도 사립유치원 비리 대응이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 적폐에는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비리는 엄단해야 하지만, 유아교육의 일익을 담당해온 사립유치원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사립유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면 유치원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유총도 집단이기주의만 고집하지 말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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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원장님들 덕분에 새삼 우리 교육의 ‘암흑의 핵심’이 선뜻 그 모습을 드러낸 듯합니다. 비리와 부정 그리고 교육부의 무책임은 ‘사립’의 두꺼운 장막 뒤에 있습니다. 좌파 운운하거나 폐원까지 거론하는 원장님들의 저 당당한 태도는 무엇을 ‘빽’으로 한 것인지요? 유치원이란 딱 그들의 사기업이자 사유재산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사립’ 건물주가 꿈이며, 궁중족발 사장이 더 동정받는 이 나라에서(그러니까 이 나라 자체가 일종의 ‘사립’입니다), 신성불가침 사립의 신화를 뚫고, 국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인다는 건 예외적인 상황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늘의 이 관심이 교육 전체에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봅니다. 

이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가와 사립학교의 관계는 새로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혈세가 없으면 하루도 유지되지 못하지만, ‘사유재산’으로 간주되고 자영업처럼 운영되는 이 이상한 사립 중심 교육체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감사결과와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의 경우도 사립대학과 정부(교육부)의 관계는 기묘합니다. 정부의 개입·간섭과 사립대학의 자율권은 이상하게 결합하여 교육 모순을 증폭시켜 왔습니다. 정부가 사립대학 운영에 많이 개입하는 듯하지만, 정작 재단의 전횡을 적절히 견제하거나 사립대학이 공공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모든 사립대학의 ‘갑’이고 교육부의 과장·국장에게조차 대학의 권력자들이 굽신거리는 것 같지만, 그 근본 실상은 유착에 가까울 듯합니다.

그리고 사립대학마다 사정이 크게 다릅니다. 어떤 대학들은 정말 부실하지만, 또 어떤 대학들은 기실 재산과 권세가 많고 셉니다. 사립대학의 이사장·총장 자리는 임기란 것도 없이 세습되는 경우도 많으니, 그들은 적어도 5년짜리 정권보다는 위에 있습니다. 이같이 사적소유의 신성함이 세습과 전횡을 정당화하는 이 나라에서 대학 자율권은 위험성이 더 큽니다. 크고 힘 있는 일부 사립대학은 학생 선발권이나 등록금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라 하지만, 과연 그럴 자격이나 사회적 책임감이 그들에게 있을지요? 그들이 자율권을 진정한 교육이나 사회를 위해 쓸까요? 지금도 사립대학은 그야말로 ‘사립적’이라 할 기득권과 이윤의 논리, 그리고 차별을 가르치고 재생산합니다. 예컨대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은 입시에서 공공연히 지방이나 일반고 출신 학생을 차별합니다.

중학교 때 이미 인생이 결정되는 교육 파행의 상당 부분 책임은 그런 사립대학에 있습니다. 노중기 교수의 말대로 일부 사립대학은 재벌이나 특정 종교 집단의 사회지배의 전초 기지 구실도 하고 있습니다. 사학은 그들의 투자처이자 비자금 운용 장치이며, 재벌체제는 핵심적 노동력 공급기구로서의 대학에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대학 구조조정의 정치사회학> <학단협 심포지엄 자료집>)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비리와 재단의 전횡 외에도 영업 논리와 사회적 무책임이 대학을 지배하게 됐습니다. 교육부는 이를 내버려두거나 조장했습니다.

교육부 개혁이나 사학법 개정 없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노무현 정부 때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과 분탕질이 아직 생생합니다. 영남학원 이사장이었던 박근혜를 필두로 이명박, 이재오, 나경원 등이 촛불을 들고 전국을 돌았었지요. 이사 중 일부를 ‘개방형’으로 한다는 조항이 그토록 그들의 족벌체제와 재산권에 위협이 됐나 봅니다. 이른바 보수세력이 사유재산권 침해며 ‘사회주의’라 방방 뜨면서 위헌소송도 제기하고, 한기총 같은 단체는 물론 점잖은 줄 알았던 다른 종파들도 함께 ‘총궐기’하던 모습과 결국 당시 여당이 꼬리를 내리던 모습도 기억합니다.

이 나라에서 사학법은 국가보안법만큼 신성하여 국민이나 헌법 위에 있나 봅니다. 지금도 자유한국당 주변의 정치권, 언론계, 종교계 등에는 사학 족벌과 인맥·혼맥으로 뒤엉킨 이해관계 동맹이 건재하겠지요. ‘사립’ 교회와 학교들이 세습하는 지위와 재산에 비교하면, 아마 어떤 소시민들이 기도했다는 고용세습은 조족지혈 정도겠지요.

제도 차원에서 사학법 개정이 대학개혁의 핵심이라면 대학 내적으로는 교수 사회의 개혁이겠지요. 1970~1990년대 한국 대학지성이 민주화와 근대화에 함께 영향받고 또 혜택을 누려 성장한 것이라면, 2000년대 이후의 대학은 그것과 스스로 결별하기 위해 온 힘을 써온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이명박근혜’ 교육부와 일부 사학재단이 의식적으로 (전 시대의) ‘대학’과 투쟁했지만, 교수들 자신도 그러했다 생각합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집단이 교수 외에 또 있을지? 여기까지 쓰니 벌써 교수님들의 자조·한탄·비아냥거림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한국 교수 사회의 의식과 문화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써보겠습니다.

<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1960년을 묻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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