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장자연 사건’ 재수사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숨진 배우 장자연씨 사건이 과거사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이다. 과거사위는 20일 이 사건 조사·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장씨가 친필로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해 남성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별도 리스트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죽음으로써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장씨의 외침은 10년 후에도 응답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었는데 가해자는 심판대에도 세우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4월 장자연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후 관련자 80여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술접대는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으나 구체적 가해자와 범죄 일시·장소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성범죄 재수사 권고에 이르지 못했다.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한계에다 공소시효의 장벽까지 겹친 탓이다. 과거사위의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강제수사권이 없다 보니 압수수색이나 참고인 강제소환 등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10년 전 사건의 공소시효를 연장할 만한 추가적 증거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21일 (출처:경향신문DB)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이 상당부분 규명됐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보면, 검경은 ‘호텔 대표이사 방모씨가 장씨와 식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경은 또 ‘조선일보 대표이사 아들 방모씨’가 장씨와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도 파악했으나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사건 당시 이모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측은 “단정적으로 발표한 과거사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이 한국 사회의 윤리적 새 출발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버닝썬 수사가 성과 없이 끝난 데 이어 장자연 사건은 재수사마저 불발됐다. ‘지연된 정의’조차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 장자연 사건이 재수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도, 부실수사와 관련된 검경 간부들에 대해선 징계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조선일보도 책임있는 언론사라면 자성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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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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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성접대 강요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왜 변죽만 울리다 끝났는지를 보여주는 부실수사의 실상이 드러났다.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 28일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경찰 수사가 얼마나 건성으로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 장씨의 주거지 및 차량 압수수색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57분에 불과했다. 장씨의 옷방과 들고 다니던 가방은 수색도 안했다. 침실 여기저기에 수첩과 메모장이 많았으나 달랑 다이어리와 메모장 1권씩만 압수했다. 가방 안이나 립스틱 보관함에 있던 명함도 압수하지 않았다. 장씨의 행적과 억울한 죽음의 동기를 확인할  중요 자료를 눈앞에 두고도 지나친 꼴이다. 애초 수사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은 또 장씨의 휴대전화 3대의 통화내역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컴퓨터 등 핵심 자료를 수사했다면서도 이를 수사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수사검사가 최근 제출한 통화내역은 편집본인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0월 29일 (출처:경향신문DB)

당시 검경의 수사는 사건의 핵심인 성접대 강요는 하나도 파헤치지 못한 채 곁가지만 하다가 서둘러 종결됐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사주 관계자 등 언론계와 재계, 금융계의 유력 인사들에게 술접대나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수사기관은 그러나 장씨가 강요로 성접대를 하게 된 경위와 인물은 규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힘센’ 인사들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엉터리 부실수사에 은폐 의혹까지 확인된 만큼 ‘장자연 사건’ 재조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실제 성접대가 있었는지, 관련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았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다. 공소시효 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어둠의 시대가 유예한 ‘장자연 사건’의 진실, 사건이 덮어졌다면 어떤 세력들이 덮었는지 그 실체를 이제는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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