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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8 [여적]기억공간

독일 베를린의 ‘유럽유대인학살추모공원’에는 2711개의 검은 비석들이 ‘관’처럼 늘어선 듯한 거대한 돌무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기념비’다. 축구장 2배쯤의 크기로 독일 내 지식인들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독일 의회가 받아들여 2004년 12월 세워졌다. 2700만유로(약 344억원)가 투입된 이 기념비는 유대인 추모와 함께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세대를 거듭한 독일인의 반성’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광장 철거를 밝힌 다음날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의 모습.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삼전도비(三田渡碑)가 있다. 삼전도비는 1637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신하임을 나타내는 쪽빛 군복을 입고, 세번 무릎을 꿇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린 곳에 세워진 청나라 태종의 공덕비다. 치욕스러운 역사의 기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영화 <남한산성>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씨(김상헌 역)는 “승리의 역사보다 패배의 역사가 더 처절하고 더 많은 교훈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는 ‘2·18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기억공간’이 있다. 국민성금 5억2000만원을 들여 2003년 사고 당시 현장을 그대로 재현,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당한 대참사의 교훈을 시민들이 잊지 않도록 하고 있다. 모두가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는 ‘기억의 공간’들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이르면 다음달 철거되고, ‘세월호 기억공간’이 들어선다고 한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4월16일 대참사 직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세운 뒤 지금까지 304명의 희생자 및 미수습자들을 추모해온 시민공간이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숨져가는 순간,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와 어른들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을 서울 한복판에 조성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억 전쟁>을 펴낸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기억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라며 “기억은 ‘기록된 문서’보다 실체적 진실에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재단장 중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이 참사로 숨진 304명과의 대화가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도록 조성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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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