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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2 [여적]북녘으로 가는 제주 감귤

1984년 9월29일 쌀 포대를 가득 실은 북한의 트럭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줄줄이 넘어왔다. 최악의 홍수피해를 입은 남측 이재민을 돕기 위해 북한이 보낸 구호물자였다.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간 물자교류는 ‘깜짝’ 성사됐다. 당시 북한은 방송을 통해 수해지역 이재민들에게 쌀 5만석, 옷감 50만m, 시멘트 10만t 등을 보내겠다고 전격 제의했다. ‘아웅산 사태’가 일어난 지 겨우 1년이 지난 적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성사가 어려워 보였다. 정부 내에서도 북한의 정치선전에 이용될 것이란 반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두환 정부는 북한의 구호물자 지원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 환경 조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경이야 무엇이든, 이 물자교류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구실을 했다. 곧바로 1984년 남북 경제회담이 성사됐고, 1985년에는 최초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공군 C-130 수송기가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산 귤 50t을 싣고 있다. 정부는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t을 이날과 12일 이틀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국방부 제공

당시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우리가 주기 위해서는 받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995년을 필두로 2000년과 2006년, 2010년에 대북 쌀 지원이 이뤄졌다.

쌀보다 더 자주 분단선을 넘은 남측의 산물이 제주 감귤이다. 1998년 12월 처음으로 제주 감귤 100t(10㎏짜리 1만상자)의 북송이 성사 됐다. 시민단체와 감귤생산자단체 등 민간이 주도해 일궈낸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의 시작이다. 이후 12년간 지속된 이 사업을 통해 제주산 감귤 4만8328t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졌다. ‘가장 성공적인 비타민C 외교’(미국 월스트리트저널)라는 평가를 받은 ‘감귤 보내기’ 운동은 남북관계가 동결되면서 2011년부터 중단됐다.

제주 감귤이 다시 북녘으로 간다. 청와대가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답례의 표시로 제주 감귤 200t을 북에 보냈다. ‘선물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라고 한다. ‘감귤 선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을 터이다. 그런 ‘정치’에 앞서, 북녘 동포들이 제철 제주 감귤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남도의 향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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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