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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12 [기고]도시농부가 부르는 신(新)농가월령가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은 열매 맺고 만물 결실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면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가을을 노래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령의 한 구절이다. 수확의 기쁨을 표현한 노래로, 200년이 지난 지금도 농사짓는 사람에게 결실은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다.

도시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 가야만 흙에서 생명을 일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농사짓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주말만 되면 도시 근교의 텃밭이나 주말농장은 남녀노소 도시민들로 북적인다. 취미나 여가, 교육, 체험 활동을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에서 농사짓는 사람, 이른바 ‘도시농부’들이 만든 새로운 풍속도이다.

도시민들이 경기 수원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인근의 텃밭에서 강황을 키우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보다 한발 앞서 일본과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선진국들은 농산물 생산보다는 교육, 치유, 생물다양성 보전, 사회적 연대 등 공익적 가치 확산에 더욱 중점을 두고 일찌감치 도시농업을 육성해 왔다. 20세기 초부터 도시 빈곤과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된 독일의 텃밭 정원,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은 현재 도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으며 독일 전역에 걸쳐 100만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건강은 물론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TV,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도시농업이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시농업 인구는 2010년 15만명에서 지난해 189만명으로 1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초가을 날씨를 보인 11일 강원 철원군 소이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철원평야. 노랗게 익은 들판이 가을걷이를 기다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제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먹거리 생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도농 교류의 전진기지, 귀농·귀촌의 사전학습장, 도시민의 건강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도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대 간, 이웃 간, 도시와 농촌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아울러 도시민들이 농업·농촌의 가치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고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리 농산물 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정부는 도시농업의 건전한 성장과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지난해 말 ‘제2차 도시농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초기 도시농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뒀던 제1차 종합계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농상생의 틀 구축을 목표로 도시민과 농업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도시농업에 역점을 뒀다. 또한 교육·건강·환경·복지 등 도시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가소득 증대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앞으로 도시농업이 ‘농(農)’이라는 고리로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도농상생의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농촌에서는 농부가, 도시에서는 도시농부가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시기다. 바람 끝도 서늘하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흥겨운 올가을에는 국민 모두 다 함께 신(新)농가월령가를 부르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개호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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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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