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한반도는 뿌연 먼지를 뒤집어썼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단위 ㎍/㎥)는 ‘나쁨’ 기준치인 80을 넘었다. 세종시는 한때 142였다. 몇 걸음을 걷다 보면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침침해졌다. 이런 날들이 이제 ‘일상’이 됐다. 한반도에서 점점 더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서울이 61일, 전국적으로는 300일이 넘었다. 미세먼지가 ‘사시사철 불청객’이 된 것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미 전 세계 최악이다. 2017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한때 ‘나는 새도 죽음으로 몰았다’는 멕시코시티보다도 나쁘다.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로 사망률을 높이고, 생명을 단축시킨다. 폐렴·폐암은 물론 혈액에 침투,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치매 증상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 우리 경제의 동력도 위축시킨다. 먼지의 공포로 바깥출입이 줄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생산성은 하락하고 의료비용은 급증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세먼지는 국가적 ‘재앙’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미세먼지법’을 시행하고,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런데도 미세먼지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충청 등 전국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사거리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김정근 선임기자

경유차 퇴출은 2030년까지로 그나마 공공부문에 한해서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 차량 2부제 실시, 조업단축은 임시처방일 뿐이다. 안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대기질 정보 공유 등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발생된 것”이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제라도 강력한 외교정책을 통해 미세먼지의 중국 유입 차단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 배출 주범인 산업현장 배출관리 대책과 함께 국내 발전 비중에서 43%를 차지하는 석탄화력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인공강우와 대형 공기정화탑 등 미세먼지를 몰아낼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야 한다.

국민도 정부 탓, 중국 탓만 해서는 안된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사람이 배출하는 것이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미세먼지는 줄지 않는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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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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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한 원전은 순차적으로 폐기하자. 원자력·석탄화력 대신 LNG·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자. 지역별로 요금을 다르게 하자. 송전소·송전탑을 세울 때는 주민 의견을 철저하게 수렴하자. 대기업의 자가발전을 늘리자. 경향신문이 녹색당과 공동으로 제안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10대 제언’ 내용이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20일부터 7차례에 걸쳐 심층보도한 기획시리즈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가 내린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화석에너지에 기반을 둔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분산적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원 고갈 위기를 겪고 있는 전 세계의 과제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 행태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정반대로 ‘전기 중독’에 빠져 있음을 시리즈는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10위 전기 소비국이다. 1인당 전기 소비량은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선진국을 능가한다. 석유·가스 등 다른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력화 현상’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이 빚은 당연한 결과다.

부산울산지역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12일 에너지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앞에서 고리1호기 폐쇄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이런 정부 정책이 쉽사리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는 지난 6일 이달 말 확정할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증가율과 전력설비 예비율을 높게 잡아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잠정안을 내놨다. 전기 과소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지난 21일에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전력피크를 높일 전기요금 인하 조치까지 내렸다. 전기 중독을 조장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10대 제언’에 귀를 기울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에너지 전환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시민사회는 이미 활발하게 대안을 찾아 고민하고 있다.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 송전탑 갈등, 원전 추가 건설 반대, 고리 1호기 폐로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전기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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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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